경남도청의 문화 관련 재단 통폐합 과정에서 퇴진 압력을 받던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김보성 원장이 지난 11일부로 해임됐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김보성 원장은 “원장 직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확인하는 법률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경남도청 측은 “법적 자문 결과 지난해 7월로 원장 임기는 이미 종료되었다”고 맞서고 있다.

“원장 직위 인정 않으면 법률적 대응 검토할 것”

▲ 김보성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이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김보성 원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파견 공무원이 3월 11일부로 원장 직에서 해임되었으니 오늘 중에 짐을 정리해서 나가라고 한다”며 “회계 공무원은 따로 들어와서 11일까지 3월 급료와 퇴직금 정산을 마무리하겠다고 알려주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출근하니 사무실의 전화기 등의 물품은 사라졌고 개인 자료를 처리할 수 있도록 컴퓨터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도청 파견 공무원은 이에 더해 “11일 이후부터 ‘원장’ 호칭을 사용하면 ‘김보성 씨’는 위법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원장 집무실을 이 시간 이후로 ‘도사편찬위 사무실’로 활용한다고 하니 잠시 고민스럽다”며 “짐을 정리해주면 순순히 도청의 조치를 받아들이는 행위로 간주될까봐 신경 쓰이고, 업무를 보는 민간 직원들이 이 갈등의 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도 연상되어 마음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 김보성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김 원장은 지난 1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청 측에서는 ‘해임 통보’가 아닌 ‘조례에 의한 임기 종료’라고 주장한다”며 “조례를 보면 도지사와 원장이 임기를 같이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3월 11일자로 ‘지난해 7월 7일 (김두관) 도지사가 사퇴했으니 원장 직위도 해소된 것’이라는 공문을 뒤늦게 제게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경남도청 문화예술과는 지난 2월 18일 김 원장에게 “2월 말까지 (퇴임할 수 있게)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의견을 구두로 전달했다. 김 원장은 “왜 구두로 전하느냐”, “원장 진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규정과 근거에 입각해서 문서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반발했고, 이에 도청은 3월 11일자 공문을 통해 원장 ‘임기 종료’를 공식화했다.

김 원장은 “공문이 왔으니 이제 거기에 맞는 대처를 밟아야 한다”며 “해임 통보는 부당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도 감사관실에서) 해직 기관장 재산신고를 하라고 온 데 대해서도 ‘원장 직위를 수행 중이니까 잘못 통보가 된 것 같다’고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원장 직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확인하는 법률적 대응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례에 의한 임기 종료일 뿐…코드 맞는 사람 앉혀야”

▲ 홍준표 경남도지사.ⓒ뉴스1
이와 관련해 경남도청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초에는 김 원장의 임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고문 변호사 등의 자문을 받은 결과 ‘경상남도 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 및 지원 조례’ 4조에 따르면 보면 원장 임기는 김두관 전 지사가 나간 지난해 7월 7일 시점에서 끝났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두관 전 지사가 취임 당시 ‘도지사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의회에서 말하고는 (사람들을) 다 내보냈다”며 “김 원장이 홍준표 지사와 어떤 이념과 생각을 같이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재단 통폐합과 관련해서는 “예산 5억 5천 중 70%가 인건비로 다 나간다. 이런 조직이 어디 있냐”며 “제대로 하기 위해서 (통폐합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세 기관을 묶는다고 하더라도 진흥 부분이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재현되는 전 정권 인사 밀어내기, "법률적 불법 행위"

이와 관련해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밀려났던 김정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의 사례에서 배운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정헌 이사장은 지난 2010년 8월 17일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을 상대로 한 해임무효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전 정권 인사 밀어내기’가 이미 법률적 불법 행위로 확인된 상황”이라며 “따라서 ‘왜 도지사가 법을 지키지 않느냐’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한 “내용적으로 정책적 성과가 없다”며 “기관들이 이질적이고, 설립 목적이 다른데다가, 전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통합 자체가 효율’이라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행정 정책의 과정과 근거 없이 효율성만 주장하는 것은 파행 행정”이라며 “도지사가 바뀐 뒤의 보복성 인사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처장은 “통합에 의미가 있으려면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야 하고, 그러려면 토론과 연구를 거친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며 “그런 과정과 결과물 없이 통치권자가 바뀐 후 일방적으로 결정이 내려왔다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