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인트라넷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는 게시판을 통해 올라간 원세훈 국정원장의 ‘대국민 여론전’ 지시 내용이 그대로 올라간 트위터 계정의 존재가 한겨레 취재 결과 드러났다. 해당 계정의 트윗을 리트윗한 계정 65개도 함께 발견되었다.

이 계정들은 민주통합당이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국정원 직원 김 모 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한 지난해 12월 11일 직후부터 모두 활동을 멈추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국면은 ‘정치 현안 개입’으로 확대되며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원장 지침의 오류까지 옮긴 트위터 계정 발견

▲ 한겨레 19일자 1면 보도.ⓒ한겨레

한겨레 19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원세훈 원장은 지난해 11월 23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게시판을 통해 “최근 IAEA 사무총장이 ‘한국과 같이 자원 없는 나라가 원전 활용하는 것은 현명. 관리도 잘 한다’고 호평한 내용을 원전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발언을 한 인물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아닌 국제에너지기구(IEA)사무총장이었다. 원 원장의 지침이 게시된 날, 마리아 판데르후번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에너지정책 국가보고서 발표 행사에 참석해 “한국이 강력한 원자력산업 발전을 효과적으로 이뤄냈고, 높은 수준의 가용성과 신뢰성, 효율적인 원전 운영과 저비용 건설을 통해 이 부문에서 전 세계 리더 반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는 내용까지 포함된 원 원장의 지시사항이 트위터 계정 두 개에 그대로 올라갔다. 한 트위터 이용자(@wlsdbsk)는 “IAEA 사무총장, ‘한국과 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현명하며, 관리도 잘하고 있다’고 호평”이라고 트윗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taesan4) 역시 “IAEA 사무총장, ‘대한민국과 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현명하며, 관리도 잘하고 있다’고 호평…이런 전문가 의견에도 토 달고 시비 걸려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 계정을 통해 작성된 다른 글 중에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 주민과 시민단체, 안철수·이정희 전 대선 후보, 전교조 등을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는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 모 씨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작성한 글과 유사하다. 이 두 계정의 글을 리트윗한 계정의 수는 모두 65개로 확인됐다.

국정원 “북한·종북 세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조치”

▲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대선 등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히고 있다.ⓒ뉴스1

국정원은 지난 18일 ‘국정원장 발언 유출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과 종북 세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며 원 원장이 국내 정치에 개입할 것을 지시했음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원 원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정치중립 확행 및 본연의 업무수행을 강조해 왔고 그에 따른 직원교육을 강화했다”며 “지난해 8~12월 대선을 앞두고 전 직원들에게 정치중립을 지키고 선거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지시했고 문제 발생 시 상급자 연대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천안함, 4대강 사업 등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한 개입과 관련해서는 북한과 종북 세력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북한이 선동지령을 하달하면 고첩 및 종북세력이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인터넷 등을 통해 허위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현실에 국정원장으로서 적극 대처토록 지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국정원은 “4대강 사업, 제주민군복합항 등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실제로 북한이 이들 사업에 대한 방해책동을 선동하고 종북 세력들의 조직적 추종 움직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북한 선전 IP 추적 등 대북심리전 활동을 하던 직원이 북의 선동과 종북 세력의 추종실태에 대응해 올린 글인데 원장지시와 결부시켜 조직적 정치개입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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