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뉴스1

국가정보원이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로 지난 18대 대선뿐만 아니라 주요 국책사업과 19대 총선 등 국내 정치 현안에 광범위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기간 중,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조작을 시도하며 사실상 MB정권의 전위부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입수되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 의원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의 범위와 대상으로 오늘 제가 밝힌 내용들에 대한 조사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드러나지 않은 추가적인 여론조작과 국내정치 개입행위는 없었는지를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선미 의원의 확인 결과, 원세훈 국정원장이 부임한 2009년 2월 이후 국정원은 약 한 달에 한번 꼴로 국정원의 각 단위 부서장과 지역 지부장들이 참석한 확대부서장회의를 국정원장 주관 하에 열었다. 이 회의에서 원세훈 원장이 핵심적으로 지시·강조한 사항은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의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라는 게시판에 올라가 모든 국정원 직원들이 열람하고 확인할 수 있게끔 공개되었다.

진 의원은 “국정원은 이 내용을 2009년 5월 15일부터 2013년 1월 28일까지 최소 25회에 걸쳐 게시했다고 한다”며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항목의 게시판은 마지막으로 확인한 지난 주 까지도 존재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18일자 1면 보도.ⓒ한겨레

이어 진 의원은 해당 게시판에 게시된 자료에서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의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 등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조작 시도 △전교조, 민주노총 등 ‘종북·좌파’ 단체에 대한 대응 및 공작 지시 △세종시, 사대강 사업, 19대 총선 등 주요 국내정치 현안 적극 개입 △정권의 전위부대로서 MB정부의 국정운영을 홍보 △4대강 사업의 실질적 지휘 등의 의혹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2010년 7월 심리전단이 보고했다는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 유인태 의원실에서 이 자료를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국정원은 ‘확인 결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의 제출)를 근거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자료는 존재하지만 공무상 비밀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의 통상적인 답변은 ‘요구하신 자료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제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전 부서장 회의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라는 내용의 회의결과와 이 제보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정보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국정농단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정원법 제3조에서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제안하고 있다. 또한 제9조에서는 ‘원장과 차장, 직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진 의원은 “국가권력은 국민의 이익에 가장 적합하게 사용되어야 하고 그 업무의 특수성을 위해 비밀을 보장하고 있는데 (국정원은) 이를 악용했다”며 “사심 행정과 편향적 행정 자체가 중요하지 어느 쪽에 더 기울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진 의원은 “이번 국정원 사건은 여야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논쟁과 희생을 감내하며 이룬 민주주의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라며 “국가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정부의 앞으로의 국정 방향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반드시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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