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계약직 직원이 장비렌탈 업체 4군데에서 빌린 5000만원 상당의 방송 장비를 전당포에 맡기고 24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홍 모씨는 미디어분야 최대 에이전시로 꼽히는 크릭앤리버를 통해 채널A에 입사해 지난해부터 올 1월 말까지 계약직 AD로 일해왔다.

▲ 홍 모씨가 착용했던 '채널A' 사원증
<미디어스> 취재 결과,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홍 씨는 <채널A>에서 발급받은 명함과 사원증, 본인의 신분증, 사업자등록증 사본 등으로 본인 신분을 대여업체 주인들에게 확인케한 뒤, 방송 장비를 빌리고 전당포에 맡겨 현금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잇따른 범죄를 저질렀다.

홍 씨는 지난해 12월 23일 A 장비렌탈 업체에서 캠코더를 빌린 후 전당포에 맡기고 90만원을 받았다. 1월 18일에 또다시 A 업체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추가로 빌렸다. 21일에는 B 업체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23일에도 같은 곳에서 카메라와 메모리를 대여받았다.

그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월 말 <채널A>와의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홍 씨는 2월 3일 C 업체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대여받은 뒤 전당포에 맡겨 730만원을 챙겼고, 2월 4일에는 다시 A 업체에서, 2월 7일에는 D 업체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빌려 전당포에 맡겼다.

종합해 보면 홍 씨가 4개 대여업체에서 8대의 장비를 대여받아 전당포에 맡기고 받은 금액은 2400만원에 달한다. 홍 씨는 전당포에서 받은 금액을 사채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사용했다.

홍 씨는 18일 대여업체 사업주들과 함께 찾아간 영등포 경찰서에서 사건 내용을 진술하던 중, 3개월 전에 내야 했던 이전의 벌금 300만원을 내지 않아 2개월 구류된 상태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그간 홍 씨는 도박으로 진 빚때문에 사채에 허덕였고, 3년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AD 시절에도 똑같은 방식의 사기를 쳤다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 홍 씨와 대여업체가 작성한 계약서

장비렌탈 업체의 대표 사업주 ㄱ씨는 "(홍씨가)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 채널 A 사원증과 명함을 보여주며 대여를 신청했고, 지난해 10월 달에는 홍 씨와 정상적인 계약이 있었기 때문에 큰 의심 없이 대여해준 것"이라며 "매번 빌려줄 때마다 채널A 사옥까지 직접 배달을 했다. (채널A와의 계약이 끝난) 2월에도 전부 직접 배달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나머지 업체와 함께 홍 씨의 사기 행각에 대해 의견을 모은 뒤, 설 연휴에 채널A 보도본부 차장을 만났다"며 "그는 '홍 씨는 인력파견 업체인 크릭앤리버에서 온 사람'이라고만 했으며, 채널A와는 상관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책임 떠넘기고 있는 채널A…크릭앤리버 "보험 부분만 보상할 것"

채널A는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채널A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홍 씨가 벌인 행위로 인해 채널A도 피해자가 된 것"이라며 "개인적인 목적으로 빌린 사안에 대해 사측은 인지하지 못했고, 홍 씨가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씨가 채널A AD로 지난해 10월 대여업체와 정상적인 거래를 한 바 있고 당시 입금도 채널A 이름으로 적시돼 있었기 때문에, 사업주들은 홍 씨의 신분(채널A 직원)을 믿고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여업체 사업주 ㄱ씨는 "대여를 할 때마다 계약서를 쓴다. 계약서 대여자 성함에도 채널A라고 적었다"면서 "지난해 10월에 빌린 것은 채널A 이름으로 제대로 입금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채널A는 계약이 만료된 직원의 사원증을 반납시키지도 않았다. 이는 홍 씨가 채널A를 자유롭게 출입하게 빌미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채널A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맞섰다.

▲ 대여업체는 지난해 10월에 이뤄진 홍 씨와의 계약은 '채널A' 이름으로 제대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인력파견 업체인 크릭앤리버 역시 홍 씨와 관련해 발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홍 씨가 상당한 금액의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조차 못했다는 점과 원고용주라는 점에서 책임이 있음에도 크릭앤리버는 보험에 가입된 금액 1000만원만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크릭앤리버 관계자는 "이미 홍 씨를 불러 경위서를 작성하게 했다"면서 "파견근무자가 1400여 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신원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크릭앤리버 관계자는 "파견사가 장비 대여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사본 확인으로만 장비를 빌려주고 재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대여업체에도 명백한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 씨는 지난달 13일 크릭앤리버에 보낸 경위서에서 "부정한 행위로 발생한 금전적, 물질적 손해에 대해 본인이 민·형사 상의 모든 책임을 부담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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