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이 25일 32개신문의 1면 광고를 싹쓸이했다. 광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는 내용이다. 22일에 하나금융지주로 스타트를 끊은 금융계의 취임 축하 광고가 25일 취임식 당일 NH농협의 쾌거로 절정에 달한 셈이다.

▲ 25일 NH농협은 국내 주요 일간지 12개, 경제지 10개의 1면 광고를 싹쓸이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새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라는 관점도 있을 수 있다”며 싹쓸이 광고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상당수의 금융지주회사들이 해결해야 할 현안의 상당수가 새 정부의 배려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하나금융이 대규모 일간지 광고를 게재한 까닭은?)

조선일보는 25일 조선Biz를 통해 ‘새 정부 첫 날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에 어필하는 무형의 효과가 상당하다’는 기업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날 기사에서 "농협은 작년 12월 초부터 오늘자 광고 수주를 준비했다. 누가 당선될지 몰라도 일단 이날 광고면부터 잡기로 했다"는 농협 관계자의 말은 정치권에 거는 기대 수준을 보여준다. 농협 광고의 ‘참 좋은날’이라는 손 글씨는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활용할 수 있는 이미지다. 사전에 준비가 철저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겠다.

낙하산 인사와 신경분리

어떤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인가 중요한 문제다. 6대 금융지주회사의 수장이 대부분 ‘MB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점은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지점이다. NH농협지주의 신동규 회장 역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NH농협의 광고.

신동규 회장은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행시 14회) 출신으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장으로 3년간 재직하다 2006년 퇴임, 2008년에는 전국은행연합회장을 하다 2012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추대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찍혀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등을 경험해야 했던 처지다.

당시 KB금융지주, 우리은행지주, 산은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수장이 모두 이명박 정부와 관련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기 때문에 ‘금융권 싹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신동규 회장의 취임은 보통 일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신동규 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의 ‘관리’를 위해 취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3월 개정된 법에 따라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이 분리되어 탄생한 지주회사다. 농협은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으로 ‘농업협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다. 협동조합의 취지를 따르자면 농협은 신용사업보다는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 등을 원활히 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2012년의 ‘신경분리’(신용부문 경제부문 분리)를 통해 신용사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NH농협금융지주와 NH경제지주를 설립했는데 이게 일부 조합원들과 농민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신용사업에만 집중하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사업을 등한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 2011년 농협법의 전면 재개정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농협노조, 농민단체 등의 시위 장면. ⓒ뉴스1

NH농협 앞의 첩첩산중

농협 신경분리 문제점은 2012년 하반기 농수산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은 ‘농협 신경분리가 MB정권의 치적쌓기로 이용되고 있다’며 관련 법률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농협이 NH농협금융지주 설립 당시 공정거래법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정부지원금 5조 원을 받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 것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계열사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기업 집단 중 공정위가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상 ‘재벌’이라는 의미로도 통용되는 개념이며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중소기업 적합업종 영위 등이 제한된다. 그간 식품사업 신규 진출 등을 계획해온 농협 입장에서는 불이익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NH농협 측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25일 패소했다.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위한 차선책으로 농협법을 개정해 상호출자제한기업 지정의 예외 사업자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농협 측은 ‘농협중앙회와 계열사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대기업 집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농협사업 활성화에 차질이 생기면 농업·농촌 지원 재원 마련에도 차질이 초래 된다’고 주장했다.

▲ 지난 달 4일 오후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3농업인신년인사회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독특한 지배구조에 따라 오히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거취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포항동지상고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지주의 상위 기관이 농협중앙회이기 때문에 최원병 회장의 운명에 따라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운명도 변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카드 분사는 NH농협금융지주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고심 끝에 우리은행의 카드사업부문 분사를 승인했는데 이것이 NH농협 측의 카드분사 계획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업계 카드사는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우리카드 등으로 8개에 달한다. ‘카드대란의 재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다 우리금융 측이 ‘체크카드 시장을 노리겠다’는 입장을 밝혀 NH농협이 KB국민카드와 체크카드 시장 1, 2위를 다투는 상황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때맞춰 국세청이 대형은행들에 대한 집중적인 세무조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NH농협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부족한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지하 경제 양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세청이 ‘원천징수 실태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비록 NH농협금융지주 측은 세무조사 통보를 받지는 않았으나 신경분리 이후 복잡한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변화를 검토해야하며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신경분리 이후 농협 임원 수의 증가와 과도한 성과급 지급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 여론도 있었기 때문에 자체조사준비에 들어가는 등 긴장하는 모양새다.

▲ '국세청, 1차 타깃은 금융권?...'후속 조사' 긴장'이라는 제하의 머니투데이 25일자 기사.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6조 원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 해 신경분리에 필요한 부족자본금 12조 원 중 6조 원을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결국 논란 끝에 1조 원의 현물출자(KDB금융그룹 및 한국도로공사 주식 각 5천억 원)와 4조 원의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보전으로 변경했다. 1조 원 현물출자는 결국 지급이 미뤄져 NH농협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NH농협으로서는 이래저래 새 정부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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