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이 '생활밀착형 뉴스'를 천명하며 시청자 위주의 뉴스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인선에 대한 의혹 검증은 같은 시간의 SBS 보도에 비해 한 발 늦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나마 보도되는 인선 검증 아이템들은 뒤로 밀리며 지역 뉴스로 전환돼, 지역 MBC의 시청자들은 알권리를 침해 당하고 있다. 또, 단독이라는 꼭지를 달고 나오는 뉴스는 후반부에 배치돼 건강·날씨와 같은 생활뉴스 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시청률 때문이라지만 시청률 역시 SBS에 밀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노조˙위원장 이성주)는 25일 '사라진 핵심의제, 홀대받는 단독보도'라는 제목의 민실위보고서를 통해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8% 벽에 가로막힌 현 상황에서, MBC 뉴스가 시청률 제고에만 매몰된 채 기사의 가치 판단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 정치권 검증 기사의 계속된 누락…김장겸 MBC 정치부장 "위장전입은 큰 문제 아냐"

* 정홍원 총리 후보자 위장 전입 시인
SBS "1순위 유지하려 위장 전입" vs MBC "……."

*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무기 중개업체 자문
SBS "예편후 돈 받고 무기 중개상 자문" vs MBC "……."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지 나흘째인 2월 11일, 각 언론사들은 정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틀 뒤(13일)에는 정 후보자가 직접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위장전입을 했다"고 밝혔다.

▲ SBS가 13일 리포트를 통해 정 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MBC는 당일 침묵했다. ⓒSBS뉴스 화면 캡처

SBS는 이 소식을 13일 4번째 꼭지를 통해 발빠르게 보도했지만 MBC는 당일 보도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MBC는 하루가 지난 14일 <부동산·병역 쟁점>에서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988년 부산지검으로 인사 이동되면서 서울 누나 집으로 주소를 옮겨 위장전입했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짧게 설명했다.

MBC노조 민실위는 보고서에서 "보도국 편집부에서는 정치부에 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치부는 제작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김장겸 MBC 보도국 정치부장의 말을 인용했다.

김장겸 MBC 보도국 정치부장은 민실위 간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증 의혹과 관련해 제작이 필요하다는) 편집부의 요구가 있었지만 내가 하지 말자고 했고 지금까지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후보자는 없었다"며 "위장전입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청문회에서도 나올 문제인데 지금 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SBS는 15일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제기된 '무기 중개상 자문 전력'에 대해 당일 3번째 꼭지(<예편후 돈 받고 무기 중개상 자문>)로 문제점을 짚었지만, MBC는 관련 뉴스를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16일 13번째 꼭지 <김병관 후보 논란과 쟁점>에서 "대장 전역후 2년간, K-2 전차의 엔진 탑재 기종을 수입한 무기중개업체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일하면서 2억 원 가량받은 것도 논란이다"며 "김 내정자측은 독일 회사와 합작으로 하는 군용 디젤 엔진공장 설립사업의 자문만 했을 뿐 무기수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고만 전했다.

MBC 노조 민실위는 "대한민국의 국방부를 이끌 사람이 거액을 받고 대형 무기중개 업체에서 고문으로 일을 했다면 차세대 전투기 도입 등 앞으로 켜켜이 진행될 방위 사업과 무기 도입 사업을 공정하게 이끌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대목이기에 언론에서 치밀하게 검증을 해야 할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2. 후반부에 배치되는 검증 보도…"지역 MBC에서는 볼 수 없어"

* 14일 '세금 탈루' 김병관·'병역 면제' 황교안
KBS <뉴스9> "증여세·병역면제 논란"(11번째 꼭지)
SBS <8시뉴스> "'땅''병역' 잇단 의혹"(14번째 꼭지)
MBC <뉴스데스크> "부동산·병역 쟁점"(22번째 꼭지)

▲ MBC <뉴스데스크>의 14일자 보도 <부동산·병역 쟁점> ⓒMBC 화면 캡처

지난 14일 지상파 3사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편법 증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군 면제 의혹을 보도했다. KBS <뉴스9>는 "증여세·병역면제 논란"(11번째 꼭지)에서 이 문제를 다뤘고, SBS <8시뉴스>는 14번째 꼭지 <'땅''병역' 잇단 의혹>에서 후보자들의 의혹을 파헤쳤다.

하지만 MBC는 리포트를 뉴스 후반부인 22번째 꼭지에 보도해, 지역사에서는 관련 보도를 볼 수 없게 배치했다.

MBC 노조 민실위는 "MBC 각 지역사에 확인한 결과 삼척, 강릉, 원주, 대전, 청주, 충주, 대구, 안동, 포항, 부산, 울산, 창원, 진주, 광주, 목포, 여수, 전주, 제주 등 18개 지역에서 방송이 되지 않았다"며 "지역사의 로컬 뉴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다만 로컬 뉴스 전환이 다소 늦었던 춘천에서만 방송이 됐다"고 전했다.

MBC 노조 민실위는 "황용구 MBC 보도국장은 15일 오전 민실위와의 만남에서 '현재 SBS와의 경쟁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사를 1%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실위는 "오정환 MBC 뉴스데스크 편집부장도 '시청률 8%를 유지하기 위한 편집이었지만 어제(14일)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8% 아래로 내려왔다'면서 '요즘은 정치기사도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있다. 장관 인사검증 같은 기사는 중요하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며 사측의 해명을 전했다.

하지만, 15일 오후에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과 관련한 의혹("장관 후보 친형 수의계약 수사")을 또다시 뉴스 후반부에 배치했고 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사에서는 방송이 되지 않았다.

SBS <8시뉴스>가 15일 유정복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3번째 리포트("예편후 돈 받고 무기 중개상 자문")에서 김병관 국방, 서남수 교육 장관 후보자의 의혹과 함께 처리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3. 찬밥 대우를 받는 MBC '단독'보도

1월 18일. <국정원 '미행'논란> (23번째 후반부)
2월 6일. <4대강 담합 수사 의뢰> (23번째 후반부)
2월 21일. <"일본군이 위안부 직접 관리"> (23번째 후반부)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 18일 국정원 직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진보단체 회원을 수영장까지 미행하면서 직권 남용의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국정원 '미행'논란>)을 보도했다. 취재기자는 국정원 직원이 미행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화면까지 입수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23번째 후반부에 보도됐다.

지난 6일에는 4대강 논란 이후 줄곧 제기돼 왔던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을 국가권익위원회가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했다는 내용(<4대강 담합 수사 의뢰>)을 보도했다. 이 단독보도 역시 23번째로 방송됐다.

MBC노조 민실위는 "국내 대형 건설사 8곳을 비롯한 17개 건설사들이 담합에 가담한 증거 자료까지 확보되면서 수사과정은 물론 담합까지 어떤 모의 있었는지, 담합에 의한 부당이익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후속 스트레이트 뉴스가 나올 만한 단독보도였다"며 "당초 6번째에 잡혀있던 이 단독보도 역시 23번째로 전파를 탔다"고 비판했다.

▲ MBC 뉴스데스크가 21일 보도한 <"일본군이 위안부 직접 관리">. 유투브와 트위터에서 큰 반향이 있었음에도 이 뉴스는 23번째 꼭지에 배치됐다. ⓒMBC 화면 캡처

이밖에도 MBC <뉴스데스크>는 21일 일본군 위생병이었던 마츠모토 마사요시 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그는 한국인 위안부들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증언은 그동안의 일본 주장이 허위임을 증명하고 한국인 위안부를 일본 군이 직접 관리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는 유투브와 트위터를 통해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기사는 23번째로 방송됐다.

정리하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들이 계속적으로 후반부에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민실위는 "조상휘 편집1센터장은 22일 단독보도가 홀대받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단독보도는 시청자가 단독보도라고 판단해야 단독보도인 것'이라며 '시청자의 눈에서 판단해야지 공급자 입장에서 단독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정환 뉴스데스크 편집부장도 '단독기사가 장기적으로는 뉴스 경쟁력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당일 뉴스 시청률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면서 'SBS와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편집부장이 큐시트를 짜는 기준은 단 한 가지, 시청률이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MBC노조 민실위는 "그토록 시청률 경쟁을 외치면서도 SBS 뉴스가 중요뉴스로 다루고 있는 것을 우리 MBC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민감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뉴스를 누락하고 후반부에 배치한다면 MBC 스스로 뉴스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잃게 될 것이고 시청률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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