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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로 돌아오다[인터뷰]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2.15 14:52

   
▲ KBS 김용진 기자 ⓒ 경향신문
말 그대로 '기자'(記者)라는 단어가 더없이 어울리는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 팀장이 '뉴스타파 대표'로 돌아왔다.

87년 KBS에 입사한 김용진 전 팀장은 <미디어 포커스> 데스크를 역임하고, 탐사보도팀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해 50여건의 대내외 상을 휩쓰는 등 KBS 탐사보도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좌우를 가리지 않고 '탐사보도'라는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인 김 전 팀장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탐사보도팀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고 김 전 팀장은 평팀원으로 강등된 뒤 부산KBS로 발령났다가 열흘도 안돼 다시 울산KBS로 쫓겨나는 보복인사를 당했다. 이른바, '부관참시' 파문이다.

하지만, 관록과 열정을 동시에 지녔던 김 전 팀장은 울산KBS로 쫓겨난 뒤에도 '감시자'라는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다. KBS의 G20 정상회의 '올인'을 두고 "김인규 사장을 필두로 한 KBS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KBS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일갈하고, 지상파를 비롯한 국내 거대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위키리크스 문건을 직접 분석해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책도 펴냈다.

'낡은 뉴스를 타파하고, 시민들이 보고 싶은 뉴스를 성역없이 탐사 취재해 보도한다'는 기치의 대안언론 뉴스타파 시즌1,2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김 전 팀장은 3월 중 시작될 뉴스타파 시즌3의 대표가 되어 최승호 전 PD수첩 PD와 함께 '질 높은 탐사보도'를 예고하고 있다.

◇ 지상파 대선보도: '왜곡ㆍ편파' 보다 더 위험한 "무(無)보도"

<미디어스>는 1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의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김 전 팀장을 만나 26년차 '기자' 김 전 팀장이 평가하는 지상파 저널리즘의 현주소와 뉴스타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김 전 팀장은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공영방송의 존재감에 상당한 회의를 느꼈던 시간들이었다"고 험난했던 지난 5년을 회상하며, 특히 5년마다 열리는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도 극히 저조한 뉴스량을 선보였던 공영방송의 '직무유기'에 대해 매섭게 질책했다.

"과연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의 정책, 공약, 인품, 자질에 대해 제대로 알고 투표한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여야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이거나 불균형적이거나, 아니면 아예 정보가 없었습니다. 거의 '빵점'이죠. 왜곡, 편파보도 보다 더 무서운 게 '무보도'입니다." 
 
시청률과 광고주에 휘둘리는 제작환경 속에서도 '언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저널리스트들의 노력을 담아 인기를 끌었던 미국드라마 <뉴스룸>(The Newsroom, 2012년 6월부터 8월까지 HBO에서 방영)의 주인공 맥켄지 맥헤일(총괄 PD)은 드라마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유권자야!"

언론종사자로서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김 전 팀장은 이 대사를 거론하며,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은 유권자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51' '48'이라는 숫자에 대해 논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며 "이는 여야를 떠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 토론회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3차례 열렸던) 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도, 지상파 뉴스들은 토론회 내용을 여야 후보들의 '공방'정도로만 처리해 버렸습니다. 정책 관련 발언에 대한 분석이나 진위 여부를 세세하게 검증하는 건 일절 없었지요. 이번 대선결과에 언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불통'이라는 꼬리표가 임기 내내 따라다녔던 MB시대, 그러나 앞으로의 5년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김 전 팀장은 "박근혜 당선자가 (직접적 소통보다는) '이미지 정치'나 '유사 이벤트'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언론을 통제하고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유혹도 커져, 지난 5년의 문제들이 재현될 것"이라며 저널리스트 본연의 임무를 해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 속에 놓인 후배 기자들이 '팩트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점'만으로는, 이미 서로 이야기가 안되는 구조가 돼버렸습니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명백한 팩트를 발굴해 제시하는, 지금보다 몇배의 노력들이 더 필요한 시대입니다. 굉장히 힘든 구조이고, 처절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돌파'해 나가야 합니다."

◇ 고질적인 문제: '신기'에 가까운 '공방보도'

대선 당시 지상파 뉴스의 가장 큰 문제가 '무보도'였다면,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고질적인 문제는 소위 '멧돼지 뉴스'로 대표되는 흥미위주의 보도, CCTV 보도, 과도한 날씨보도와 휴일 스케치 기사로 요약된다. 김 전 팀장은 이를 "공영방송의 현주소"이자 "방송뉴스의 모순"이라고 표현했다.

"쌍차 사태 이후 23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멧돼지 뉴스보다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뉴스가치가 있다고 보기 힘든 편의점 도난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CCTV 화면이 있으면 뉴스 아이템으로 대접받아요. 공영방송의 현주소입니다."

특히, 김 전 팀장은 "현재 공영방송은 매일매일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법에는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이 명시돼 있고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있지만 날마다 이를 위반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KBS와 MBC가 방송법에 명시된 것들만 준수하더라도 거의 완벽한 방송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는데, 방송들은 사회적 약자인 쌍용차 조합원/삼성 백혈병 사망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거의 안다루고 있지요. 처벌조항이 없어서 그렇지 법 위반입니다."

지상파 뉴스가 손쉽게 선택하는 '공방보도'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후배기자들은 '공방신기'라고 하더군요. 공방이 될 만한 사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방으로 만들어버리는 '신기'라는 것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힘들 때, 공방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 있기는 할 겁니다. 그런데 취재기자가 좀 더 취재해 보면 책임의 경중을 확인할 수 있는 것까지도 모두 '공방'이 돼버리지요.

'공방신기'에는 저널리즘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저널리즘이란 어떤 현상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까지 분명히 제시하는 것입니다. A는 B를 말하고, C는 D라고 말한다고 중계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역할에 해당되는 게 아닌데, 이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겁니다."

◇ 세계적 흐름 속의 뉴스타파: "예산ㆍ재정 영역 파헤친다"

제 역할을 못하는 지상파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들의 환멸과 불신은 자연스럽게 '뉴스타파'라는 독립언론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김 전 팀장은 앞으로 시즌3의 조타수 역할을 하게 된다.

김 전 팀장은 "딱히 뉴스타파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는 없다. '비영리' '비당파' '독립언론'의 탄생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국내에서의 1호가 뉴스타파일 뿐, 기성언론들이 못하는 걸 다루는 독립언론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13일 저녁 뉴스타파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용진 기자(왼쪽)와 최승호 PD ⓒ뉴스타파

김 전 팀장과 최승호 PD의 합류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뉴스타파 시즌3가 앞으로 끈질기게 파헤칠 영역은 '국가의 예산과 재정'이다. 가끔 언론에 나오는 '예산낭비' 문제와 같은 단편적 보도물을 넘어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예산이 어떤 과정/배경/힘에 의해 편성되고 집행되는지 정밀하게" 다루겠다는 포부다. 기존의 KBS 탐사보도팀에서도 꾸준히 들여다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흘러가는지, 예산 편성의 배후에는 어떤 힘들이 있는지, 깊이있게 알아야 하지만 지상파, 거대신문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말에나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내년도 예산이 얼마라고 간단하게 넘어가 버리지 않습니까?

단순히 어려운 예산 문제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정보와 자료들을 최대한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회원들의 정성, 성원, 격려를 결코 망각하지 않을 겁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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