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미디어스
다양성과 소외 방지 등에서 균형 있는 보도를 전해야 할 KBS의 지역국이 취재기자 인력 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고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KBS 춘천기자협회는 4일 성명을 내어 “2월 1일 방송저널리스트 직종 부여와 함께 한 명이 보도국을 떠나 취재기자 숫자가 6명으로 줄었고, 4월에는 출산 휴가도 예정돼 있다”며 “KBS가 지역 뉴스를 포기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춘천기자협회는 “타 언론사 기자들은 출입처를 배정해 상주하지만, 춘천 보도국에서 출입처란 단어는 무의미하다. 3~4명이 남아서 최소 9개에 이르는 출입처를 취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보도자료를 받아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언론사의 역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춘천의 언론사들은 보통 강원도 내 광역 자치 기관 3개 및, 춘천을 비롯한 시군 6개를 담당한다. 5명도 안 되는 취재기자들은 로컬 리포트만 챙기기에도 바쁘다고 말한다. 춘천 지역국은 인력 부족으로 심층 뉴스 전담팀도 이달부터 포기한 상태다.

춘천기자협회는 “전국의 모든 지역 보도국이 힘들어하지만 춘천 같은 소규모 총국은 특히 절박하다”며 “당장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KBS노동조합 울산지부 또한 성명을 통해 “뉴스를 만들어야 할 기자가 없어도 너무 없어 울산 앵커들이 ‘오늘 KBS 9시 울산뉴스는... 쉽니다’라고 사과멘트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울산지부 취재기자의 전체 기자 수는 7명이지만, 데스크 및 타 부서(뉴스프로그램 기획)로 발령난 기자를 제외하면 현업기자는 5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전날 당직자, 당일 야간 당직자를 제외하면 취재기자의 가용인원은 3명이며, 촬영기자 수도 3명이 고작이다.

울산지부는 “울산은 인구 116만명의 광역시로 사건사고는 물론 뉴스가치가 높은 뉴스거리가 많아 울산국 뉴스 분량은 옛날부터 총국급이었다”며 “9시 뉴스, 뉴스광장 등을 포함한 TV뉴스와 매 시간 챙겨야 하는 라디오뉴스까지 모든 것을 취재기자 3명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에는 KBS의 울산지역국 외에도 울산MBC와 민영방송인 울산방송이 있다. 울산MBC의 총 기자수는 13명(현업기자 10명)이며 울산방송은 12명(현업기자 9명)이다. 울산지부는 “인원 3명 가지고 10명과 경쟁해야 한다. 회사는 울산 기자들에게 타사와의 경쟁을 요구할 명분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울산시민들의 알 권리나 지역언론의 사명은커녕 뉴스 자체가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며 “회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라”고 경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는 5일 성명을 내어, “지역국이 생존을 고민하게 만든 데에는 방송저널리스트를 탄생시킨 전임 김인규 사장의 전국권 중심 채용과, 지역국을 비용의 주체 정도로 인식하는 사측의 태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전국 뉴스와 프로그램은 KBS 네트워크의 중심축이다. 지금처럼 지역국이 방치된다면 KBS뉴스와 프로그램은 다양성과 소외 방지 등에서 균형을 잃은 절름발이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새 노조는 KBS 네트워크의 부활을 위해 사측이 △지역권 채용의 부활 △전국순환인사의 선순환 구조 마련 △진정한 로컬리티 구현을 위한 작업 실현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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