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정현 인수위 정무팀장이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처리’를 주장한 이후 사실상 ‘낙마’한 것으로 평가되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는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표결도 있기 전에 사퇴할 경우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며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사실상 '낙마'한 것으로 평가되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뉴스1

이 후보자는 자신은 “평생을 떳떳하게 살아왔는데 인격살인을 당한 상태”라며 “지금으로선 명예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설을 일축한 이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났으니 국회가 법에 정해진 (표결) 절차를 밟아주길 기다리고 있다”며 사실상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담대함을 발휘했다.

이 후보자는 논란이 됐던 ‘특정업무경비’와 관련해 “재임 기간 6년간 받았던 전액(약 3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다”며 “(특정업무경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거나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은 없지만 (개인통장에 넣고 쓴 것은) 잘못된 관행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호사스럽게 하지는 않았지만 소통을 위해 누구 못지않게 밥도 많이 샀다"는 말로 제기된 의혹에 대한 불편함을 비췄다.

인사청문회 이후 두문불출하며 소재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이 후보자가 갑자기 등장해 자진 사퇴설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황우여 대표가 임명동의안 표결처리를 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소극적 폭력’이라고 발언한 이후 새누리당의 행보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조직법 문제와 함께 이 후보자 표결 처리를 아예 임시국회의 주요한 과제로 ‘격상’하는 모습이다.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후보자에 대한 표결 처리는 “청문회를 시작할 때부터 청문회 마칠 때까지 계속해서 일관된 주장이었다”며 “인사청문특위는 최종적으로 적격, 부적격을 판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법에 다른 표결처리를 주장했다.

김 부대표는 민주당의 거센 반대 속에 사실상 직권상정 밖에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정략적인 발상으로 직권상정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김 부대표는 민주당이 “최종판정권을 마음대로 행사하면서 중간에서 가로막고 있다”며 “민주당이 부적격이라고 한다고 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무조건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표결 처리 주장이 오만하다고 맞받았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후보자의 경우 “국민들의 80%가 반대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우 부대표는 과거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이던 시절 “청문보고서 채택을 무조건 막았다”고 비판하며 이 후보자의 경우 “임명권자가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부대표는 “(이 후보자 지명에) 박근혜 당선인이 영향을 많이 미쳤기 때문에 그것이 부담스러워서 임명철회를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정략적인 것은 새누리당의 표결처리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이 후보자의 거취는 더욱 애매하게 됐다. 이 후보자의 거취는 자진사퇴, 임명철회, 국회 표결로 결정되는데 당사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당의 입장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내주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단 위기감 속에서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리는 ‘카드’로 활용한단 뜻을 버리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국가 기관 가운데 하나인 헌법재판소 소장의 공백이 후보자 개인의 사사로운 도덕성 문제로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직으로 사익을 추구해온 ‘생계형 권력주의자’라는 최악의 평가 속에서 이 후보자의 거취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