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모 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YTN 편집부국장이 편집팀장에게 '(이재용 아들 기사는) 많이 내지 말도록 하라'고 지시했으며 실제 몇몇 관련 기사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YTN노조에 따르면 22일 오전, 채문석 YTN 편집부국장은 편집팀장에게 '(이재용 아들 관련 보도를) 많이 내지 말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실제로 이후 몇몇 관련 보도가 누락됐다. 오전 8시 반에 작성된 기사는 저녁 8시 이후에야 리포트로 방송되기도 했다.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편집부국장이 지시한) 이후 두 차례 담당 피디들이 해당 기사를 런다운(방송순서)에 포함시켰지만 편집팀장의 데스킹 과정에서 누락됐다"고 전했다.

▲ YTN 22일자 보도 <이재용 아들 국제중 입학 논란>.

논란의 당사자인 채문석 YTN 편집부국장은 2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YTN은 광고로 먹고 사는 회사"라며 '마케팅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만약 이 기사가 나가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며 "하지만 이 보도만 집중적으로 몇 꼭지씩 보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채 편집부국장은 "결국 9번이나 나갔다"며 "신문에서도 사안에 따라 면의 크기를 줄이지 않나. 그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YTN이 대기업에 불리한 기사를 꺼리는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아들 입학 보도 외에도 '신세계 이마트의 노조 불법사찰'과 관련해서도 YTN은 타 방송사보다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YTN노조 공추위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6일 첫 단신기사가 나간 이후 지금까지 YTN의 보도는 단신 4건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정치권의 주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만 그치고 있다"며 "KBS가 자체 취재한 여러 개의 리포트에 해설까지 덧붙이면서 이마트 사측의 문제를 비판하는 등 타 방송사들이 적극적인 보도에 나선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비판했다.

YTN노조는 "삼성 관련 보도 외에도 '마케팅'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진 YTN의 기업관련 보도와 그에 대한 (회사 내) 일부의 인식을 보면 도저히 묵과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1월 24일 방송된 리포트 기사에서도 특정기업(주식회사 세정) 한 곳의 사회적 활동만을 다루면서 기업의 이름과 기업의 대표를 간부의 인터뷰와 함께 그대로 자막 처리했다"고 밝혔다.

YTN은 24일 주식회사 세정의 봉사활동을 보도하면서 "이 기업은 전 직원이 어려운 이웃돕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회사일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생각하는 한 기업의 따뜻한 이웃사랑이 한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YTN노조에 따르면, 직접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일방적 홍보'라는 지적에 대해 '기사에 등장한 기업이 우리 YTN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연간 6억 원이 넘는 액수를 (광고)하고 있다. 회사 마케팅이 더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기사를 작성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욱 YTN노조위원장은 2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업 홍보 보도와 삼성 관련 보도 축소의 당사자인 YTN 간부들이 너무나 당당하고 노골적으로 기업 마케팅을 이야기한다"며 "공정방송을 지향해야 할 언론사 간부들이 이제는 대놓고 보도가 아닌 홍보를 말한다. 그들의 수준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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