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로부터 박사학위 '논문표절' 판정을 받은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이사회에 불참했다.

김재우 이사장은 22일 한 지방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음식을 잘못 먹어 배탈이 나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방문진에 업무 보고를 해야 할 김재철 MBC 사장은 '이사장이 불참한 이사회에 업무 보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업무 보고를 거부하고 20분만에 자리를 떠나는 물의를 빚었다.

▲ 김재철 사장이 23일 MBC 업무보고를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 들어서고 있다. ⓒ미디어스

당초 이사회에서 김 이사장 거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여당추천 이사들의 늑장으로 다음 날인 24일 오후 3시로 미뤄졌다. 24일에는 △업무보고 파행을 빚은 김재철 사장에 대한 문책 △사무처장 공모 논의 등이 안건으로 올려져 있고, 이어 김재우 이사논문 표절 후속 조치에 대한 이사들의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김 이사장에 대한 후속 조치를 두고 여·야측 이사들의 공방이 치열했다. 야당추천 최강욱 이사에 따르면, "(표절로 확인되면) 이 자리(방문진)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김재우 이사장의 과거 발언에 대해 여당추천 차기환 이사는 '속기록을 살펴보니 김 이사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김 이사장의 발언으로 해임을 논의할 수 없다'며 김 이사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당 추천 이사들은 '당장 해임 결의를 하기에는 어렵고 해명과 소명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김 이사장에 대한 해임 조치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당추천 이사들은 당장 자진 사퇴를 권고하고 결의해야 한다고 나섰다.

김재우 이사장에 대한 거취 논의가 끝난 뒤, 3시부터 방문진에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김재철 MBC 사장은 '이사장이 없는 상황에서 직무 대리를 맡고 있는 이사에게 보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방문진 사무처장과 20여분 만남을 갖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야당추천 이사인 최강욱 이사와 선동규 이사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의 황당한 행동에 대해 회의에 참여했던 방문진 이사들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사회는 정회를 선언했고 감독기관을 반복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에 일부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 논의를 다시 꺼냈다.

최강욱 이사에 따르면, 야당추천 이사인 권미혁 이사는 '습관적으로 감독기관을 무시하는 김재철 사장에 대해 이사들이 정식으로 해임안을 상정해야 한다. 반대할 사람들은 반대해라. 상식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MBC 부사장이었던 김용철 이사도 '그동안 MBC는 최소한 방문진에 대한 예의를 지켜왔다. 나도 MBC 부사장을 지냈지만, 개인적으로 김재철 사장의 태도는 말이 안 나온다'고 분개했다.

선동규 이사는 "모든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이 당연히 업무보고를 위해 들어올 줄 알았다"며 "사장이 기다리다가 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모든 이사들이 분노했다"고 밝혔다. 최강욱 이사는 "이런 상황에도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은) 감정적인 대응일 수 있다, 경고 조치를 내린 뒤 사과를 받아내자'며 김재철 사장 해임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일부 여당 이사들에 대해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재우 이사장 논문 표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디어스> 질문에 "나는 할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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