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을 내세운 지 하루 만인 27일 법정부담금 감면·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법정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걷는 준조세 성격이다. 

그러나 부담금 감면·폐지는 공익사업 정비와 재원 마련이 필요하고 이를 세금을 충당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상파·종편의 관련 보도를 보면 '영화티켓값·전기요금이 싸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세수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방송사는 MBC가 유일하다. 

MBC '뉴스데스크' 3월 27일 방송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 3월 27일 방송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과되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부담금이 많이 숨어 있다"며 "과감하고 획기적인 수준으로 국민과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부담금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1개 법정부담금 중 32개를 폐지·감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법정 부담금의 규모가 연간 약 2조 원 줄어들게 돼 각종 공익사업과 기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윤 대통령은 학교 용지 부담금·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등을 폐기 대상으로 거론하며 "당장 폐기하기 어려운 14개 부담금은 금액을 감면해 국민의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관련 이슈를 다룬 주요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리포트 제목은 다음과 같다. JTBC와 MBN은 저녁종합뉴스에서 해당 이슈를 다루지 않았다. 

KBS '뉴스9' <영화표·껌 등에 붙은 부담금 폐지…전기요금 인하 효과>
MBC '뉴스데스크' <영화티켓 부담금 없앤다‥세수 부족이 고민>
SBS '8뉴스' <영화표 싸질까…'숨은 부담금' 폐지·감면>
TV조선 '뉴스9' <나도 모르게 낸 '극장·공항세'…22년만에 손본다>
채널A '뉴스A' <4인 가구 전기요금, 연 8천 원 싸진다>

MBC는 앵커멘트를 통해 "소비자의 부담은 줄겠지만, 잇단 감세정책이 예고된 상황에서 세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MBC는 "출국납부금과 영화표 값의 3%, 보통 5백 원 정도인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여권을 발급받을 때 5천 원씩 내던 국제교류 기여금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받던 환경개선부담금과 폐기물 관련 부담금도 깎아준다"면서 "특히 택지개발업체 등에 부과하던 개발부담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해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MBC는 "잇단 감세정책으로 이미 올해에만 44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MBC에 "2조 원이 없어진다는 얘기는 그만큼 국민의 세금으로 이것을 메워줘야 된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세는 정부 예상보다 56조 4천억 원 덜 걷혔다. 역대 최대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올해 국세감면 규모는 77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역시 역대 최대치다. 

3월 27일 KBS·SBS·TV조선·채널A 저녁종합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3월 27일 KBS·SBS·TV조선·채널A 저녁종합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KBS는 앵커멘트에서 "영화 푯값이나 전기요금 등에 포함돼 '그림자 세금'이라 불리는 부담금을 정부가 대폭 구조조정했다"며 "전체 부담금의 3분의 1이 폐지나 축소되는데, 일부는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된다"고 전했다. 

다만 KBS는 리포트 말미에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의 재원인 만큼 공익사업의 구조조정도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KBS에 "(부족한 재원을)일반 회계에서 가져오겠다고 했지만 일반 회계 자체도 지금 엄청나게 세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재원 마련하는 것이 좀 힘들어서 (공익)사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BS는 앵커멘트에서 "영화 볼 때나 외국에 나갈 때처럼 일상에서 부과되는 법정부담금이라는 게 있다"며 "내고 있는지도 잘 몰라서 그람자 세금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런 부담금이 대폭 줄거나 없어진다"고 했다. 공익사업 축소·재정악화를 우려하는 내용은 없었다.

TV조선은 앵커멘트에서 정부가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림자 조세' '스텔스 조세'로 불리는 법정부담금 손질에 나섰다고 했다.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이렇게 해서 덜 걷히는 부담금 규모는 약 2조 원대"라며 "정부는 부담금 구멍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예산으로 메우는 과정에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채널A도 리포트 말미에 "부담금을 재원으로 하는 각종 정책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널A에 "대체할 만한 재원이 없다면 일반 회계에서 일반 납세자의 돈으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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