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성범죄자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를 저지른 조수진 변호사가 총선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22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날 조간 신문에는 성범죄자 변호 이력을 가진 조 변호사가 여성·신인 가점을 받아 공천을 받은 데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조 변호사는 22일 SNS에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출사표가 어떤 평가를 받건 그것보다 이번 총선이 중요했다.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조수진 변호사는 22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에서 사퇴했다 (사진=조수진 변호사 SNS)
조수진 변호사는 22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에서 사퇴했다 (사진=조수진 변호사 SNS)

조 변호사는 앞서 "성범죄자 변론과 블로그 홍보는 변호사 윤리규범을 준수한 활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범죄자라 하더라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조 변호사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후보들 중에 별 해괴한 후보들이 많다. 그런 후보들에 더 관심을 가지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권혁기 상근부실장은 조 변호사에 대한 공천 재논의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안 했다"고 답했다. '재논의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했다. 권 부실장은 "조 변호사의 활동은 약자를 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활동이 아닌 법조인으로서의 활동이었지만 본인이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건 수임뿐 아니라 2차 가해성 블로그 홍보와 변론이 드러나면서 후보 사퇴, 공천 취소 요구가 거세졌다. 여성단체들은 "민주당의 전략이 반인권·반여성이 아니라면 공천을 즉각 취소하라"고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범죄자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과 성범죄자에게 법망을 피하는 기술을 홍보하는 것, 가해자의 법적 이익을 위해 성범죄 피해자와 가족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블로그에 '강간 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그릇된 사회 통념)을 성범죄 피의자가 국민참여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성범죄자 변호 과정에서는 '피해자다움 부족'을 활용했다. 고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사를 변호하면서는 피해자가 '스쿨미투' 운동을 했던 적이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22일 사설 <성폭력 '2차 가해' 변호사를 국회의원 후보 만든 민주당>에서 "요즘 법조계에서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성범죄 감형 법률 서비스' 시장에 일조한 변호사가 여성 가산점 25%를 받고 경선에서 승리해 출마하다니 기 막힐 일"이라며 "이런 사람을 공천한 민주당의 여성 정책 방향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물론 성범죄 가해자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가 성범죄자 이익을 위해 2차 가해를 하고, 법망을 피하는 기술을 홍보하는 것이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령 그의 말처럼 법률 서비스를 파는 '법 기술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해도, 사회정의를 위해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에 어울리는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여성단체 사퇴 촉구, 조수진 후보와 민주당 무겁게 들어야>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상식과 인권 기준에 어긋나는 인식과 행태를 드러낸 사람이 높은 윤리 기준이 요구되는 선출직에 나설 자격이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스쿨미투 등을 거치며 성평등을 향해 힘겹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고 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류삼영, 조수진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류삼영, 조수진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아동 성폭행에 통념 벗어난 변론... 조수진, 의원 자격 있나>에서 "조 변호사는 법에 근거한 변론이라고 해명하면서 사과했다. 직업윤리로 가능한 변론일지 몰라도 국민의 대표자 행적으로는 부적절하다"며 "더욱이 여성·신인 가점 25% 혜택을 받아 '30% 감점' 룰에 묶인 박용진 의원을 꺾은 마당이라 더 그렇다.(중략)민주당은 과거 박원순 시장 성추문 사건 당시 '피해 호소인'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큰 비난을 받았던 터"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가산점까지 주면서 성범죄 옹호한 변호사 공천했나>에서 "조 변호사는 2018년 술 취해 잠든 19세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 2021년 여성 208명의 몰카를 찍고 음란물 사이트에서 몰카 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은 남성, 2022년 특수강간 혐의를 받는 남성 등을 변호했다"며 "후보자도, 당도 별 문제 없다니 충격을 받은 국민들만 황당해졌다. 성범죄 피의자에게 재판 대비 요령을 알려주던 이가 여성가산점을 받아 국회의원 후보자가 됐는데 이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매일경제는 사설 <성범죄자 전문변호사 공천한 뻔뻔한 민주당>에서 "이재정 민주당 여성위원장은 '이런 사례들로 조 변호사를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외쳐왔던 인권과 약자 보호가 말뿐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라며 "성 후보 가산제도가 성범죄자 전문 변호사 입신의 디딤돌로 쓰여서도 안 된다. 조 변호사 공천은 성폭력 피해자와 여성을 넘어, 명백한 유권자 모독"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성범죄자들 전문 변호인을 ‘인권 변호사’라며 공천한 민주당>에서 "이런 사람이 인권 변호사들의 모임이라는 민변에서 사무총장을 지냈고, 민주당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여성 가점’을 받아 공천됐다"며 "평소 ‘인권’과 ‘젠더 감수성’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민주당의 본모습"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조 변호사에 대해 이 대표가 '동문서답'을 하고,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입을 다물었다며 "박 전 시장을 ‘아름다운 분’이라고 하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를 하던 그 모습 그대로"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은 조 변호사가 사퇴한 서울 강북을에 박용진 의원 공천은 불가하다며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오늘 (후보)등록이 마감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경선은 불가능하다"며 "이 사항에 대해서는 차점자 승계는 거의 없다. 전략공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박 의원 쪽에서 후보등록 전이기 때문에 경선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이의제기를 하는 것 같다'는 진행자 질문에 "그런 이의제기는 본인의 유리한 해석"이라며 "전반적인 내용 자체가 후보에 대한 흠결과 하자로 인해 발생된 요인이기 때문에 제3의 인물이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전략공천에 어떤 사람이 유력한가'라는 질문에 "기존 당무를 잘 알고, 지금 선거 현장에 투입해도 조직을 장악하면서 당과 유권자를 아우를 수 있는 경험칙이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도 거기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위원장은 "포함되기 어렵지 않겠나.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위 10%에 포함되거나 경선 탈락한 사람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다시 공천을 받는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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