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해 4월 MBC <뉴스데스크>에서 [현장검증]이라는 코너를 시작했다.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한다’는 모토를 내건 [현장검증]은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현장에 찾아가 사실을 검증하는 코너이다.

[현장검증]이 어떻게 기획된 코너인지 들어보고자 MBC 뉴스룸 팩트&이슈팀의 김태윤, 남효정 기자를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태윤, 남효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뉴스데스크 [현장검증]
MBC 뉴스데스크 [현장검증]

<뉴스데스크>에서 [현장검증] 코너 시작된 지 10개월 정도 지났는데 어때요?

남효정 기자(이하 남): “저는 아이템 위주로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어서 이 코너가 벌써 10개월이 됐다는 걸 질문 받고 깨달았어요. [현장검증] 한 번 할 때 공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제가 이 코너를 많이 하진 못했더라고요. 앞으로 좀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윤 기자(이하 김): “작년 5월에 인사 발령이 나서 9개월째 하고 있는데요. 일단 개인적으로 현장 취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현장에서 저희가 사실을 확인하는 코너이기 때문에 굉장히 즐겁게 업무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을 가지 않고서는 못 느끼는 문제점들을 직접 취재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현장검증]은 어떻게 기획된 코너인가요?

남: “제가 회의록을 뒤져봤었거든요. 이거 할까, 저거 할까 하면서 회의를 한 기록이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현장검증]이란 코너명을 정해둔 건 아니었고, MBC 팩트&이슈팀이란 부서의 색깔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성격의 코너를 만들자고 했어요. 현장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서 문제를 밝혀내는 코너를 하나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져 기획된 거예요.”

처음에는 막막했을 것 같아요.

남: “아마 부서 만들어지고 거의 한 달 만에 제가 리포트를 했었던 걸로 기억해요. 아무래도 첫 아이템은 공을 많이 들여서 나가야 하고, 사람들 관심도 많을 테니 부담도 되고 막막하기도 했죠. ‘천 원의 아침밥’이 첫 아이템이었는데, 선배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 취재 방향도 잡아주고 해서 시작이 좋게 나갔던 것 같아요.”

김: “근데 그 막막함도 [현장검증]의 묘미인 것 같아요. 일단 저희 팀장님이 뭐에 대해서 좀 취재해 보라 하고 방향을 잡아주지는 않으세요. 그냥 이슈만 던져주셨을 때 막막하죠. 근데 현장에 가서 부딪히면 뭐라도 문제점이 나오더라고요. 막막함을 가지고 나서지만 현장에서 취재가 되는 거예요. 그럴 때 생기는 뿌듯함도 큰 코너인 것 같습니다.”

[현장검증] 삼각김밥에 컵라면‥'천 원의 아침밥'도 빈부 격차 (2023.04.21./뉴스데스크/MBC)
[현장검증] 삼각김밥에 컵라면‥'천 원의 아침밥'도 빈부 격차 (2023.04.21./뉴스데스크/MBC)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한다’가 [현장검증] 코너의 모토인 것 같은데 어떤 의미인가요?

김: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태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코너예요. 저희는 방송 뉴스잖아요. 취재 현장에 가서 있는 그대로 모습, 목소리를 담아서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리는 거죠.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정말 팩트를 담는 건데, 그게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펙트체크와의 차이는 뭘까요?

김: “팩트체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담죠. 현장검증은 현장에서 사실을 취재하면서 ‘현장성’이 더해지고 팩트와 이슈를 취재한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장검증] 코너는 불규칙적으로 방송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남: “아무래도 현장에서 검증할 만한 아이템이 주기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기획취재 했을 때 장단점이 있을까요?

김: “남효정 기자나 저나 출입처에 있었을 때는 거기에 얽매여서 기획취재를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현 부서는 말 그대로 기획취재 부서이기 때문에 저희가 들여다보고 싶은 문제점을 심층 취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김태윤, 남효정 MBC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김태윤, 남효정 MBC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뉴스 스튜디오에서 코너를 시작하던데 왜 이렇게 하세요?

: “답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저는 현장으로 바로 가는 것보다 스튜디오에서 잠깐 정리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장으로 가기 전에 이 현장이 왜 중요한지, 이 현장에서 무슨 취재를 했고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리포트를 하는지를 스튜디오에서 세 문장 정도로 정리합니다. 저는 그 방식이 메시지를 전달 면에서 효율적이기도 하고 몰입도를 높인다고 생각해요.”

아이템 선정이 가장 고민일 것 같은데 아이템은 어떻게 정하시나요?

남: “어떤 시기에 항상 이슈가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일단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여기까지 썼는데 이걸 조금 더 취재해 보자는 식으로 아이템 회의가 진행됐던 것 같고요. 회사 제보창도 보긴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저희 아이템이 안 되고요. [현장검증]에서 먼저 이슈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제보창에 들어온 제보가 그 이슈 취재에 조그마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남 기자님의 경우 ‘홍콩 가사노동자’ 취재도 했는데 어땠어요?

남: “정말 현장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이었어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가사노동자들이 딱히 쉴 데가 없으니까 매주 일요일이면 공원 같은 데 혹은 우리로 치면 시청 광장 같은 데 모여서 같이 음식을 먹고 본국 가족들에게 보낼 택배도 포장하곤 해요. 그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생소하면서도 취재 자체가 재밌었죠. 근데 그 이면에, 그렇게 활발한 사람들이 가진 아픔에 대해서도 취재할 기회가 있어서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폭력 등의 피해를 당한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의 쉼터가 있었어요. 처음에 섭외할 때 ‘우리가 많이는 안 할 거고, 취재를 꼭 하고 싶은데 소장님이라도 취재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외국 방송사고 그곳은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 쉼터에서 되게 꺼려 했거든요. 근데 막상 가니까 거기서 말을 하고 싶어하는 가사노동자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당한 일을 얘기하는데 너무 생생했어요.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인터뷰들이었죠. 애초 하나의 리포트로 기획하고 갔는데 쉼터 취재가 잘 돼서 두 개로 나눠져 방송 됐습니다. 홍콩 외국인 가사노동자 취재는 의미가 있었어요.”

[현장검증]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50년, 홍콩은? (2023.06.28./뉴스데스크/MBC)/ 과로에 폭행‥외국인 가사노동자 인권 실태 (2023.06.29/뉴스데스크/MBC)
[현장검증]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50년, 홍콩은? (2023.06.28./뉴스데스크/MBC)/ 과로에 폭행‥외국인 가사노동자 인권 실태 (2023.06.29/뉴스데스크/MBC)

김 기자님은 천일염 관련 취재하셨는데 어땠나요?

김: “당시에 막막함을 가지고 현장에 갔는데 취재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가는 데마다 잘못된 현장들이 눈에 보였고, 그 현장에 대해서 취재했을 때 당사자들도 다 잘못을 인정했거든요. 무엇보다 저희 영상으로 모든 것들을 남겨 올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뉴스 중에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사설 구급차 취재도 하셨는데?

김: “일단 지방에 내려가서 사설 구급차가 얼마나 문제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법 영업이 너무 만연하다 보니까 그게 당연해진 당연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문제 인식이 됐고 제보해 주신 분과 현장을 누비면서 정말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로 인해서 선량하게 영업하시는 분들은 어떤 피해가 있는지 목소리를 담아냈거든요. 그것도 좋은 반응이 나온 뉴스였던 것 같아요.”

[현장검증] 보면 지역 취재도 가던데 어때요?

남: “현장은 지역을 가리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그런 현장을 다니면서 취재하는 건 당연한 부분입니다. 지역 다니면서 수도권과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좀 더 우호적이란 점이에요. 시민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어떻게 보면 취재가 좀 더 수월하기도 합니다. 대신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 번 갈 때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서울에서 취재하는 것보다 좀 더 크긴 해요.”

김: “일단 [현장검증]에서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지는 않아요. 근데 수도권이 워낙 인구 밀집도가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해 취재를 자주 나간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지방에서도 취재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방을 자주 가게 되죠.”

취재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

김: “비금도에서 천일염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려고 배를 탔어요. 취재 차량이 있는데 하필 그 앞에 트럭이 들어오더라고요. 불법 영업하는 트럭이 저희 눈앞에 딱 들어온 거죠. 그래서 배 타고 가는 동안 트럭 기사님에게 ‘왜 불법 영업하고 계시나요’라고 질문하니까, 기사님이 화를 내면서 굉장히 다급하게 소금포대를 가리는 영상들이 그대로 잡혔죠. 약간 굴러들어 온 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굉장히 재미있고 황당하기도 했던 일이 있었어요.”

남: “청소년들이 전동 킥보드 많이 타는 걸 취재한 적이 있어요. 김포에 있는 고등학교 주변에 킥보드가 밀집해 있는 데가 있길래 거기 가서 취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고등학생 한 명이 와서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그 친구가 두 명이 타면 2치기, 세 명이 한 킥보드를 타면 3치기라고 한다며 용어를 알려줬거든요. 그때는 오후에 다른 지역 갔다가 김포에 들른 거라 짧게 취재해서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오자고 해서 등굣길에 갔더니 전날 왔던 그 친구가 또 온 거예요. 근데 전동 킥보드 타는 자기 친구들을 다 데리고 와서 이 친구들 인터뷰하시면 된다고 해서, 제가 그 친구 덕에 수월하게 인터뷰했던 일이 있었어요.”

[단독] 천일염 행방불명‥이력 숨기고 몰래 유통 (2023.06.23/뉴스데스크/MBC)
[단독] 천일염 행방불명‥이력 숨기고 몰래 유통 (2023.06.23/뉴스데스크/MBC)

[현장검증] 코너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 “아이템 하나 할 때 시간을 많이 들여서 생각하고 섭외하고 진행하다 보니 어떻게든 하면 되긴 된다는 걸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에 출입처 같은 데 있을 때는 이슈가 계속 바뀌고 사건이 연이어 나오니까 오랫동안 생각할 여유가 없으니 취재하다가 안 되면 다음 거 취재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 팀에서는 출입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회 현상을 다 취재할 수 있다 보니까 A가 안 되면 B로 해보고, B가 안 되면 C로 해보고 그게 또 안 되면 D 방법으로 해보는 식으로 사고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은?

김: “지금까지 달려왔듯이 [현장검증]이 뉴스 포맷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도록 노력해 볼 계획입니다. 국민들이 현장 실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이슈가 되는 현장에서 팩트 취재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아이템 있을까요?

김: “사회적 비리나 약자가 배려받지 못하는 문제들에 관심이 있어요. 제도적 문제, 정부가 나서서 돌봐야 하는 부분들을 취재하고 싶습니다.”

남: “요즘에 의대 정원 확대가 이슈인데, 그 문제가 제기된 이유 중 하나가 의료격차 때문이잖아요. 물론 지난번에 선배가 사설 구급차 리포트를 했지만, 기존에 나온 현장 말고 지역 의료격차 실상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다음 프로젝트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남: “[현장검증]은 제가 이 부서 와서 만들어진 코너인데, 제 짧은 기자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현장검증]이 자리 잡아서 많은 사람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믿고 볼 수 있는 코너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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