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창균 칼럼] 지난해 3월 16일 교육부가 ‘글로컬대학 30′ 사업 추진 방향’을 발표한 이후 '글로컬대학' 사업에 신청한 학교는 108곳이나 되었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대학 중 정부 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대학 65.1%가 지원을 했다. 약 3분의 2가 교육부 지원 사업에 신청을 한 것이다. 그만큼 지방대학의 생존이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신청 대학 중 10곳을 선정했다. 10곳 중 4곳은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을 했고 나머지 6곳은 자체 혁신을 통해 생존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대학들이다. 

노창균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학부 교수
노창균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학부 교수

교육부 평가위원회는 글로컬 본지정 대학 10곳은 모두 지역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의 이런 결정은 지방대학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역 인구 감소와 학령인구 축소 등으로 지방대학의 쇠락은 불가피하지만 생존 방법은 분명히 있고 그 솔루션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지방대학의 생존을 위해서는 동일 지역 안에 있는 대학들의 통합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취직에 별로 도움이 안 되고 학생들의 지원도 저조한 비공학계열 전공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다음에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통신계열의 전공을 늘려서 학생들의 지원을 유도하고 교과과정의 고도화를 통해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결방안은 보편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일시 방편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글로컬 본지정 대학 10곳 선정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동일 지역 내의 통합이 일시적 대책으로서는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 솔루션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여기에는 두 개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인구 감소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명한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이 너무 많아 지원할 매력이 없는 대학은 계속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그 대학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좀 더 학술적 용어로 표현한다면 그 대학 고유의 전문성에 기초한 교육철학과 교육철학에 기초한 장기 계획이 있어야 한다. 통합을 하면 얼마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통합을 수용하자라는 식의 공학적 발생으로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특히 대학은 M&A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업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대학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특히 국립목포해양대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해기사를 배출하는 전문 교육기관이다. 

국립목포해양대가 일반 대학과 달리 전문 인력 양성기관이라는 것은 2024년 1월 30일 발표한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 발표’에도 잘 나타나 있다. 발표내용을 보면 교육부는 국립대학을 거점 국립대, 국가중심대(특수목적대 포함), 교원양성대 등으로 나누고 국립목포해양대, 한국방송통신대, 한국체육대, 한국해양대 등 4개 대학을 특수목적대로 분류했다. 특수목적대는 글자 그대로 개별 단위 대학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워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거나 지원해 국가 차원의 중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을 말한다. 일반대학의 경우 시장 수요가 없는 전공과목은 축소하거나 폐과될 수 있지만 특수목적대에서 양성하는 인력은 시장수요와 상관없이 국가의 중장기 정책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대학에 위임할 수 없어 국가 책임하에 운영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위 발표에서 특수목적대의 경우 다른 국립대학과 달리 ‘특수목적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재학단계 및 제도 기반 구축 노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교육부의 평가기준을 풀어 이해한다면,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 고도화, 현장실습 다양화, 해양수산 벤처기업 발굴 및 지원 시스템 등을 위한 기반 구축에 대한 분명한 실행 계획이 있으면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목포해양대학교 전경 [목포해양대 제공]
목포해양대학교 전경 [목포해양대 제공]

현재 국립목포해양대학의 구성원, 동창회 및 지역 사회 주민 등은 국립목포해양대학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간을 앞두고 있다. 오는 14일 국립목포해양대와 국립목포대의 통합 여부를 묻는 투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투표에 참가하는 모든 분들은 당연히 국립목포해양대를 사랑하고 미래를 염려하는 분들이다. 이 분들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국립목포해양대가 전문 해양인력 양성이라는 본래의 설립 취지 및 교육철학에 조응하는 해양 전문 교육기관으로 한 단계 높게 도약하는 것, 다른 하나는 국립목포대와 통합을 통해 종합대학의 한 단과대학으로 남아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계속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두 개의 선택 모두 표면적으로는 장단점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가 교육철학적 접근이라면 후자는 현실공학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그 목적지가 어디냐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경제학자 메이벨 뉴컴버의 말이다. 항해를 하다 보면 늘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의 예측 기술이 이전보다 많이 발달했지만 바다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고 미지의 세계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어려움이 있고 미래는 늘 불투명하다. 그 과정에서 좌절하는 경우도 있고 극복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는 사례도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목적지에 빨리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다시 확인하고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태도가 차이를 만든다. 빨리 가기 위해서는 무리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목적지를 놓치게 된다. 바다가 아무리 깜깜해도 북극성만 보이면 항해할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선택은 짧은 시간에 일어나지만 그 결과는 오래 남는다. 우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더라도 우리의 판단은 계속 남아 후세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100년 후에도 여전히 해양인력 전문 교육기관으로 남아 있을지 또는 어느 순간 국립목포해양대학교라는 아름다운 교명이 사라지고 국립목포대학교의 단과대학으로 남아 겨우 명명을 유지할지 결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려운 선택일수록 철학과 원칙이 중요하다. 미래를 위한 성숙한 결정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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