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하종대 서울 영등포갑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주한 중국대사관 단체대화방에 홍보 포스터를 게재했다가 '언론인이 아니면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언론특보를 지냈으며 이후엔 KTV(한국정책방송원) 원장에 임명됐다. 하 후보는 지난해 KTV 원장 자격으로 해당 단체대화방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을 비판하는 질문을 연이어 올린 바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갈무리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갈무리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싱하이밍 대사의 설 인사문이 게재됐다. 중국대사관 공보관은 "대사님 설 인사문을 빌어 기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린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앞으로도 양국 우호를 많이 지지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하 후보는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실 단톡방이긴 하지만 새해 인사는 괜찮지요?"라며 자신의 홍보 포스터를 게재했다. 포스터에는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영등포(갑) 예비후보', '청룡의 기운 받으시고 올해도 힘찬 한 해 되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하 후보의 사진이 실렸다. 

이에 "언론인이 아니면 스스로 나가달라고 공지사항에 적혀있다"는 비판글이 게재됐다. 실제 주한 중국대사관 팀장 명의로 "언론인이 아니신 분들은 스스로 나가시기를 바란다"고 공지하고 있다. 하 후보는 포스터와 메시지를 삭제하고 단체대화방을 나갔다. 

하 후보는 지난해 6월 KTV 원장 신분으로 해당 단체대화방에 싱하이밍 대사 발언 논란에 대한 비판적 질의를 이어갔다. 기자가 아닌 언론사 대표가 질의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시 싱하이밍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승리와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했고,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면서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하 후보는 주한 중국대사관의 입장을 묻는다며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개인 발언인가 본국 훈령에 따른 것인가 ▲'반드시 후회'라는 발언은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뜻인가 ▲이웃국가의 외교정책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것은 내정간섭 아닌가 ▲중국은 한국을 '동등한 주권국가'로 보고 있나 등을 질문했다. 

이에 팡쿤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는 '개인적 답변'이라며 ▲베팅이나 후회라는 말은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말이다 ▲한국의 대중정책에 대해 중국사람이 논평할 수도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당당한 주권국가이다 ▲양국은 수천년의 친구이다라고 답변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갈무리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갈무리

하 후보는 "대사관 직원의 사적 답변을 원한 게 아니다. 여기엔 대한민국의 저명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많은 기자들이 있다"며 대사 또는 대사관의 공식입장을 요청했다. 하 후보는 추가로 ▲원론적인 의미와 아닐 때 의미를 구분해 설명해달라 ▲앞으로 대한민국 주중대사도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이런 식으로 얘기해도 된다는 것인가 등을 질문했다. 

하 후보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의 문제점으로 ▲양국 관계를 크게 훼손하고 도발적 언행으로 한국인의 대중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 비상식적 발언으로 형식과 내용 모두 매우 불손하다 ▲중국이 스스로 천명한 5대 외교원칙을 무너뜨린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팡쿤 부대사는 "대사님의 말씀에 동의 안해도 되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내정간섭이나 국가 주권과 같은 말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며 "한국 주중대사님은 중국의 대 한국 정책에 대해 논평할 수 있고, 저희는 동의하지 않으면 지적·반박할 수 있지만 내정간섭이나 주권침해라고 안 하겠다"고 했다. 

하 후보는 1990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베이징 특파원, 사회부장, 국제부장, 부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채널A에서 '쾌도난마' '선데이뉴스쇼'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 채널A 보도본부 선임기자직을 내려놓고 윤석열 캠프로 직행했다. 윤석열 대선후보 상임 언론특보 겸 전라북도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22년 10월 KTV 원장에 임명됐다. 하 후보 원장 시절 KTV는 뉴스토마토·시사IN·오마이뉴스와 업무협약으로 진행하던 정부부처 영상자료 제공을 중단했다. 시사IN에 따르면, 당시 KTV 관계자는 영상제공 중단 이유를 묻는 시사IN PD에게 "악의적 보도를 저희 영상을 활용하면서 해가지고 대통령실이 조금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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