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신년하례회에서 '열정MBC'라는 구호를 주창하고 나섰지만, 부당한 징계와 인사 발령을 받은 MBC 구성원들을 포용하지 못한 잔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3일 MBC 신년하례식에서 참여한 김재철 MBC 사장 - 1월 4일자 MBC 특보 1면

김 사장은 3일 오후, 남산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남산국악당에서 열린 MBC 신년하례회를 통해 "많은 후배들을 오늘의 신년하례식 같은 자리에서 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제가 사장이 된 이후 이념 싸움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것이 쉽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그간 공정방송 투쟁을 벌여왔던 MBC 노조 조합원 대다수의 '불참'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사장은 MBC의 경영 실적이 예년보다 부실한 상황을 "절벽에 서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올해는 사내 분위기도 업 시키고, 시청률도 다시 1등으로 만들고, 또 상여금도 그야말로 작년에 못 가져간 것까지 1.5배 가져가고 그런다면 회사가 회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마치 강물과 골짜기로 둘러싸인 칼산처럼 7, 8년 만에 달성한 1조 8천억 원의 매출, 1천 3백억 원의 영업이익, 8.2%의 시청률 1위를 그대로 골짜기 아래로 떨어뜨려 버리지 않았냐"며 "이런 때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절벽에 선 심정으로, 죽기 아니면 쓰러지기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올해에는 반드시 '열정 MBC, 열정 대한민국'으로 똘똘 뭉쳐 전체 매출 1조 8천억 원 이상, 영업이익 1천 3백억 원 이상, 국민에게 봉사하는 시청률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열정 MBC, 열정 대한민국'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열정을 가지고 신나게 놀아보자는 이야기이며 인생은 어차피 죽는 날까지 파란만장하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인생에 의미가 있을 것이고 파란만장하게 살아야 다시 1등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MBC 임직원 중 일부인 100여명이 신년하례식에 참여했다. - 1월 4일자 MBC 특보 1면

하지만 MBC 신년하례식에는 MBC 임직원 중 일부인 100명만 참여해, 김 사장의 신년사는 핍박받고 있는 MBC 구성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홍보국장은 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기 전에는 신년하례식은 MBC에서 열렸다"며 "그가 취임한 뒤부터 신년하례식이 외부 장소로 잡히게 되고, 보직 간부 중 일부만 참여하는 등 예전처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이미 MBC 내부가 2대 8로 나뉘었다. 현재 80퍼센트의 구성원들이 핍박을 받고 현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걸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김 사장 신년사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며 "20퍼센트만을 위한 잔치이자 신년사였다"고 평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와 구성원 통합이 경쟁력 회복에 필수적이라는 걸 김 사장이 끝끝내 외면하고 있다. 아직도 공정 방송 투쟁을 이념 싸움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의 머릿속엔 적대감만 가득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어 MBC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돈벌이 회사에 불과한 것 같다"며 "시청자 신뢰도 1위를 되찾자는 말보다 연말에 보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은 그가 공영방송 사장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낸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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