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에 의해 폐지 수순을 밟았던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존치하게 됐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해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하고 폐지 조례안이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기 때문이다. 

2일 열린 충남도의회 본회의에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재의의 건'은 재석 의원 43명 가운데 찬성 27명, 반대 13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재의 요구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충남학생인권조례 재의요구안 처리하는 충남도의회 (사진=연합뉴스)
충남학생인권조례 재의요구안 처리하는 충남도의회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5일 충남도의회에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통과했다. 학생인권조례안이 만들어진 7개 시·도 중 처음으로 폐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충남도의회 전체 47석 중 34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폐지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국민의힘은 학생인권조례가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추종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폐지 조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는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앤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평등권, 비차별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충남도의원들은 법원 판단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도외시하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에 앞서 지난해 보수성향 종교단체 등은 주민 청구를 통해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충남도의회에 접수했다. 이에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주민 청구에 문제가 있다며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대전지방법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의 수리·발의 처분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의원 발의를 통해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추진했다.

위기충남공동행동,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충남도의회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충남공동행동,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충남도의회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충남도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과 국제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므로 재고를 요청한다"며 "학교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조화롭게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가인권위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실에서 체벌 관행, 두발·복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없어지고 학교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학생이 참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적지 않았다"며 "일부에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학생인권 보호와 교권 보장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해 12월 충남도의회를 규탄하는 성명에서 "학생의 인권, 교사의 노동권이 무엇 하나 침해되지 않고 조화롭게 학교 공간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은 정치인들의 책무"라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 학생의 권리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는다'하여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교육이 잘못된 인권개념이라는 개념 없는 발언을 이제는 공론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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