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이른바 ‘택시법’이 현직 종사자 처우 개선이나 택시 서비스 개선 부분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달 31일 여야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합의했다. 사진은 서울역 환승센터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들의 모습 ⓒ뉴스1

14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하잠동 기사는 3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택시법 통과에 대해)일단 기사들은 환영한다”면서도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및 택시 공공성 강화를 통한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택시 사업주들의 배만 불려주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하잠동 기사는 “(택시법에는)세금감면, 유류비 보조, 감차예산 등 사업 지원책만 얘기하고 있다”며 “장시간 근로하는데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잠동 기사는 회사에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사납금 제도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하 기사는 “보편적으로 1일 2교대 하는 사람들은 10만 원, 1인 1체제의 경우 13만 5천 원 정도 낸다”며 “단체 협약 때 제시한 하루 5시간 30분 근무로는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급여에서 공제된다”고 설명했다.

하잠동 기사는 “정부에서 1L 당 200원 정도로 유류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부가세도 90% 경감해주지만, 회사에서 가져가는 몫을 빼면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50%”라면서 “기사들에게 급여로 지급하라는 돈을 지금도 엉뚱한 사람들이 착복하고 있는데 택시법이 통과되면 어떤 식의 착복이 일어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의 안기정 박사 역시 같은 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기사들의 처우 문제는 ‘정액사납금 제도’ 등 택시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막연히 (택시법을 통한)재정 보조가 운전기사 처우 개선과 연계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안기정 박사는 “택시회사는 현재 요금 수준으로는 처우 개선을 할 수 없으니 요금을 올려달라고 하지만, 2009년 처우 개선을 전제로 요금 인상이 있었는데도 대당 영업수익은 줄고 사납금은 올라 근로자 분배 몫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택시법 통과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묻자, 안기정 박사는 “부가세 환급금 및 유가보조금 부분은 개인택시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일부 있지만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법인택시 기사들은 부가세를 이미 90% 환급받고 있어 10% 영역에서 얼마나 좋아지겠느냐 하는 관측도 있다”며 “(혜택이)돌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근로자 처우 개선 여지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택시법의 내용이 비판받는 가운데, 청와대는 “수송 분담률이 9%에 불과한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간주되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고, 새로 투입되는 돈은 결국 국민 혈세”라며 거부권 행사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택시법의 행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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