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인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출생률 저하가 '나 혼자 산다, 불륜·사생아·가정 파괴 드라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 콘텐츠에 인구절벽의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다. 한국은행은 초저출생의 요인으로 ‘고용불안’ ‘주거불안’ ‘경쟁 압력’을 꼽았다.

서 의원은 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라며 “혼인율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서 의원은 “작년 10월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실시한 저출산 인식 조사에 따르면 만 49세 이하의 출산 가능 연령에게 자녀 계획이 있냐고 물었을 때 49%가 없다고 대답했다”며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발목잡기식 일부 정치인들의 꼴불견도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출생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서 의원은 “방송프로그램 편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나 혼자 산다', 불륜·사생아·가정 파괴 등의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제라도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 드라마를 많이 개발하셔서 사회 분위기 조성에 기여해 주시기를 방송사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 사회: 극단적 인구 구조의 원인과 영향,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생 원인으로 청년층의 과도한 일자리 경쟁이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전국 25~39세 미혼자 1000명과 무자녀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경쟁 압력'을 크게 느낀 청년들이 원하는 자녀 수는 평균 0.73으로 그렇지 않은 집단(0.87명)보다 낮았다. 

주거 불안도 저출생의 요인이다. '내 집 마련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응답한 청년 중 결혼 의향 비율은 43.2%, 희망 자녀 수는 1.54명이다. ’내 집 마련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의 결혼 의향 비율은 47.2%, 희망 자녀 수는 1.61명이다. 두 집단의 격차는 4%p, 0.7명이다. 시·도별, 국가별 조사에서도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불안은 혼인 의향 의사를 감소시킨다. 고용 상태별 결혼 의향률을 보면 취업자는 49.4%인 반면 비정규직은 36.6%, 비취업자는 38.4%에 불과했다. 오히려 비정규직 취업자의 결혼 의향 비율이 비취업자보다 적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불안 요소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경우 합계출산율이 1.5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쟁압력을 강화하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집값과 가계부채를 안정화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신도 한국의 초저출생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2일(현지시각) 칼럼 <한국은 소멸하는가>에서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인구 감소 원인으로 ’입시경쟁‘ 문화를 꼽았다. 다우서트는 “독특하고 잔혹한 학업 경쟁문화, 정규 교육에 학원을 얹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행을 부추기며 가정생활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