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춘효 칼럼] 뉴스는 사실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된 현실이다. 기자가 사회의 규범과 언론사의 뉴스 제작/생산양식에 따라 발생한 사건의 특정 사안을 ‘선택’, ‘배제’, ‘축소’ 또는 ‘강조’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론 보도를 꼼꼼히 대조·비교 분석해 보면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사의 입장을 알 수 있고, 향후 전개될 사안들도 예상할 수 있다. 

신문사들과 달리 방송사들은 정기적으로 국가로부터 면허권, 영업권, 또는 전파 사용권을 갱신 받아야 한다. 방송사가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임대해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선출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란 행정기관을 통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절차가 방송 재허가 심사이다. 즉, 방통위는 국민-대통령-방송사의 삼각구도 속의 행정기관으로, 국민 자산인 전파를 관리 감독하는 국민의 대리 행정기관이다.

이번 보도 분석은 방송사의 재허가권을 쥐고 있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관련 방송 기사다. 분석 기간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에 대한 보도가 본격화한 6월 1일부터 탄핵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11월 16일까지이다. 분석 대상은 종편 3사(JTBC, TV조선, 채널A),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YTN 7개 방송사다. 80일 동안의 언론사별 주요 비교 범주는 ①후보자 검증 의혹들 ②임명 후 80일간 행보(가짜 뉴스, 공영 방송 구조 개편, 방송의 날 보도) 그리고 ③탄핵 논의이다. 기사는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의 뉴스 코너에서 ‘이동관' 키워드를 넣고 기사를 취합했다.

지상파, 공공의 이익 우선 보도

종편, 방송행정 수장 입장 중계보도

3가지 쟁점별 보도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보면, 공영방송의 가치를 강조하는 지상파 3사와 YTN이 종편 3사보다 더 많은 취재 정보원을 토대로 기사를 보도했고, 현장 발생 사건 단순 중계를 지양하고 쟁점 별 분석 보도를 통해 의제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지상파와 종편 보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쟁점은 후보자 검증 보도였다. MBC와 YTN는 후보자 자녀의 학폭 의혹과 배우자의 증여세 탈루 및 인사 청탁 의혹을 추가 발굴 보도한 반면, KBS와 SBS는 타사 보도를 단순 인용해 보도하거나 이동관 측의 입장을 중계 방송했다. TV조선과 채널A는 이동관 후보자 아들의 학폭 의혹을 ‘축소’하고 이동관 후보자의 입장을 ‘부각’했다. 굳이 두 방송사의 차이를 찾자면, 채널A는 이동관 배우자의 증여세 탈루 의혹이나 인사 청탁 보도는 ‘생략’했고, TV조선은 이동관 후보자의 학폭 피해자와의 화해 입장문 전문을 보도했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JTBC는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3가지 쟁점에 대한 검증 보도를 그대로 전달했다.(끝판왕급" 이동관 아들 학폭 제기… "카더라식 폭로" 반박)

MBC·YTN·TV조선 비교 분석

특히, 후보자 검증 보도에서 눈에 띄는 언론사는 MBC·YTN·TV조선이었다. MBC·YTN는 이동관 후보자의 검증 보도로 인해 후보자 측으로부터 ‘가짜 뉴스’ 프레임에 시달리면서 검증 보도를 지속했고, 이와 반대로 TV조선은 이동관 자녀의 학폭 의혹을 ‘축소’·‘은폐’하려는 시도를 하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을 통해 정정보도문을 방송했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인 정보원의 신뢰도를 하락시킴으로써 이동관 검증 보도 ‘축소’ 또는 ‘생략’하려 했다.  

사실, 이동관 자녀 학폭 의혹은 지난 2019년 12월 2일 MBC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검찰 눈에만 안 보이는 ‘하나고 의혹’>을 통해 최초 보도됐다. 이동관은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올 6월 초 입장문을 통해 “(MBC 스트레이트 보도는)본인의 징계를 피하고자 학교 비리 의혹을 폭로한 교사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이라며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MBC는 지난 6월 8일 입장문을 통해 이동관 주장을 반박하는 한편, 추가 취재 보도를 이어갔다. YTN은 이동관 후보와 관련한 검증 보도에 집중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YTN이 8월 10일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자신의 모습이 담긴 화면을 잘못 방송한 것과 관련해 “이번 사고를 비롯해 자녀의 학폭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교사의 인터뷰를 비롯해 배우자의 부정 청탁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 등을 언급하는 등 자신을 흠집 내기 위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방심위 제소와 명예훼손 민·형사상의 고소·고발 등 모든 가용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후보자를 옹호했던 TV조선은 6월 10일 <[뉴스야?!] 선생님은 공익제보자?'>를 통해 교사 전경원에 대한 음해 보도를 하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됐다. 중재 결과 TV조선은 다음과 같은 정정보도문을 방송해야 했다. 

“전경원 씨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의 아들의 학폭 은폐 의혹 등을 처음 제보할 당시에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2015년 공익제보 당시 전교조 소속이 아니었고, 2021년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으로 있으면서 이재명 당시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실이 없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기획력 돋보인 KBS '가짜뉴스' 연속 기사

두 번째 쟁점인 취임 후 80일간의 주요 이슈인 ‘가짜뉴스’ 관련 보도에선 공영방송인 KBS 보도가 돋보였다. 방송 7사가 모두 이동관 후보자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자 보도의 주요 현장은 ‘국회’ 또는 ‘방통위’였고, 주요 정보원은 국회의원, 이동관 방통위원장이었다. 종편에 비해 지상파가 가짜뉴스에 대한 쟁점별 분류와 향후 문제점 등을 부각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KBS는 가짜뉴스의 개념부터 쟁점, 근절 계획, 해외 사례 등을 꼼꼼히 3차례 기획 보도했다. 주요 내용은 가짜뉴스의 개념의 부정확성, 처벌 법규 미비, 해외의 규제대상은 언론사 뉴스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 등을 지적했다.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 

이동관 방통위원장 발언을 소개하는 지상파3사의 보도 제목들이 달랐다. 제목이 핵심을 전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동관 방통위를 바라보는 지상파 3사의 입장을 짐작할 수 있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공영방송 구조 개편에 방점을, 민영방송인 SBS는 방송 규제 완화를 부각시켰다. 공영방송사들은 민영화의 위기의식을, 민영방송사는 사업 확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다.

실제, 이동관 위원장은 공영방송인 YTN의 대주주 변경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민영화 논의가 실체화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 민영화 절차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지난 2010년 12월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승인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변인과 홍보 책임자가 이동관 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TV조선>, <채널A>, <JTBC>, <MBN>, <연합뉴스TV>가 그때 탄생했다. 이중 <MBN>는 올해 11월 30일까지 재승인을 받아야 하고, 연말 SBS와 KBS 2TV, MBC UHD, 지역MBC와 지역 민방 86곳 등에 대한 재허가, 내년 상반기 채널A와 연합뉴스TV 등이 재승인 받아야 한다. 

특히, 이동관의 공영방송 민영화 또는 구조 개편 계획을 읽어낼 수 단서들은 ‘방송의날’ 관련 지상파 3사의 보도이다. 방송의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공영방송인 KBS와 MBC 사장은 초청장조차 받지 못했고, SBS는 방송 대상을 받았다.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SBS <가디언즈 오브 툰드라, 방통위 방송대상 수상>, MBC < MBC·KBS 없는 방송대상 시상식>, 그리고 KBS <이동관 방송대상 시상식서 “재허가·재승인 제도 전면 개선”>이다.

마지막 쟁점인 탄핵 관련 보도는 국회에서 전개되는 여당과 야당의 수싸움과 법리 논쟁을 중계하고 ‘경마장식’ 보도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리하자면,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 그리고 YTN의 이동관 보도 분석을 통해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방송 구조 개편을 통해 공영방송 체제를 허물고, 가짜뉴스 단속을 명분으로 방송 보도 논조를 통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민영화를 통해 자본들에게 사업 영역을 확장시켜주고, 정권과 유착된 방송 구조를 만들고 싶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방송이 아닌 그들만의 방송국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자명해 보인다.

위 칼럼은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뉴스레터 'LACY 톡톡'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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