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재택근무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이 달라 향후 여러 경제적 상황에 따라 확산 또는 축소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의 끝이 어디인지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지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적어도 현재보다는 더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수년 사이에 재택근무가 이전 시기보다 급격하게 활성화된 이유를 생각해 보자. 직접적 원인 중 하나는 코비드-19로 인해 발생한 팬데믹과 직접 관련이 있다.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코비드-19가 단기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고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추가 희생자를 막기 위해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업들 '위드 코로나' (CG) [연합뉴스TV 제공]
기업들 '위드 코로나' (CG) [연합뉴스TV 제공]

팬데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일시적 근무 형태가 아닌 일반적 근무 형태의 하나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재택근무의 장점 또는 효율성에 관한 보고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2년 재택근무 활용 우수사례집」 발간이다. 고용노동부는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효율과 직원 만족도를 높인 우수 사업장 사례 15개를 모아 사례집을 펴냈다. 국가기관에서 이 책을 발간한 목적은 분명하다. 재택근무가 업무효율과 직원만족도 면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향후 엔데믹 시기에도 유지 또는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재택근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찬사와는 달리,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비드-19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나름 장점도 분명 있지만 엔데믹 시기에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 중에 있다. 한국은행이 2022년 펴낸 리포트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에서는 재택근무가 개인 및 일자리 특성, 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출퇴근 소요시간이 길고 IT 인프라가 발달한 경우에는 향후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나와 있다.

일론 머스크의 X 계정/ 아마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론 머스크의 X 계정/ 아마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몇몇 글로벌 기업들은 재택근무에서 사무실근무로 선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가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원격근무를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라며 “사람들이 직접 대면할 때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아마존 역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이제 더 이상 집이 아니라 큰 도시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메인 허브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메타의 최고경영자 저커버그는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원격 근무를 늘려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올 9월부터 주 3회 출근 명령을 내렸다. 원격근무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 '줌'도 주 2회 사무실 근무를 시작했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재택근무를 축소 또는 폐지하려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미국 경제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 연구조직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의 연구 조사에 의하면 재택근무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사무실 근무 직원보다 1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원격 의사소통의 어려움, 멘토링의 한계, 동기 부여 문제 등에 의해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성 하락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철회할 가장 좋은 이유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문제는 모든 기업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연구소마다 재택근무와 생산성 관계에 대한 결과가 다르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위에 언급한 전미경제연구소의 이전 보고서에서는 재택근무가 사무실근무보다 9% 증가를 보였다고 나와 있다. 미국 정보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들이 서로 다른 위치와 다른 시간대에 분산되어 있을 때 1.6배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분석들이 의미하는 것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없다는 사실이다. CEO의 철학, 기업문화, 기업의 경영 상황 등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되고 있다.

반면 직원들의 입장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재택근무를 선호한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구축해 놓은 유비쿼터스 시스템으로 특정 장소와 관계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속도가 빨리지고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더 정교화되면서 직원들의 이런 주장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과 직원들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하이브리드 재택근무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재택근무와 사무실근무가 혼합된 이런 방식으로 일정기간 생산성 향상 등과 같은 중요 지표들의 추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근무방식의 선택이 아니라 재택근무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솔루션들이 유행할 것 같고 결과적으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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