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진선미 칼럼] 지난 2023. 10. 13. 새벽 경기도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60세)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노동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클렌징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클렌징 제도는 쿠팡씨엘에스가 제시한 배송 수행률을 채우지 못할 경우 위탁 하청업체의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담당 배송구역회수’는 노동자에게는 계약해지를 의미한다. 택배노조는 이 제도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이 원청(쿠팡)에 제대로 항의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며, 배송률 지표 달성을 위해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숨진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는 쿠팡의 직접 고용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즉,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위탁계약 등에 의해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 등의 형태로 대가를 받는 종사자를 말한다.

‘쿠팡 새벽 배송’ 노동자 사망 뒤에는…‘7시 배송완료 압박’ (10월 14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쿠팡 새벽 배송’ 노동자 사망 뒤에는…‘7시 배송완료 압박’ (10월 14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쿠팡 배송직에 주휴, 연차휴가, 퇴직금, 4대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직접 고용노동자도 있다. 그러나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가 간접고용 방식으로 운영하는 배송 직군으로, 전국 각 지역 물류업체(대리점)와 배송 위탁 계약을 맺고, 다시 배송차량(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와 퀵플렉스 계약을 체결해 배송을 맡기는 원·하청 구조이다.

이러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난 2022년 7월 1일부터 유통배송기사, 택배 지·간선기사, 특정품목 운송 화물차주는 산재보험 가입 당연적용으로 바뀌었지만, 해당 기사는 사망 당일 산재보험 성립(가입)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근무기간 1년이 지나도록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는 독립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인 업무지시와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비해 근로시간, 임금, 안전 및 보건, 연차휴가, 육아휴직 등의 측면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안정된 소득을 보장받기 어려우며 생계유지와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고자 장시간 근로, 강도 높은 업무 압박을 겪는다. 이로 인해 안전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자리 보장, 의료보험 및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사회보장의 문제도 역시 겪는다.

‘쿠팡 새벽 배송’ 노동자 사망 뒤에는…‘7시 배송완료 압박’ (10월 14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쿠팡 새벽 배송’ 노동자 사망 뒤에는…‘7시 배송완료 압박’ (10월 14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렇듯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노동 사각지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언론 미디어는 이러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지난 10월 13일 쿠팡 노동자가 숨진 이후 17일까지 5일간 지상파와 종편4사 방송뉴스 중 KBS는 10건(인터넷기사 2건 포함)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SBS 4건(인터넷기사 1건 포함), JTBC는 1건, MBC 1건(인터넷기사)을 다루었으며, 나머지 방송사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노동자 사망사고에 무관심한 것이다.

언론 미디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공익을 대변하여야 한다. 기업이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고 안전사고와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동자가 출근해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도록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 진선미 언론인권센터 이사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 제 1019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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