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섹스 앤더 시티>에서 캐리 브래드쇼가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마감 기사를 쓰는 것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카페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며 마감 기사를 쓰는 캐리의 모습은 놀랍기도 하고 멋있어 보였다. 카페에서 마감 기사를 쓰는 캐리 주위엔 혼자 앉아 독서를 하는 사람, 신문 보는 사람이 있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새롭게 보였다. 캐리의 모습은 우리 현재의 모습이다.

카페는 이제 커피와 차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들 등교시킨 엄마들의 친목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조용히 책을 읽기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시험공부를 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작업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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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 작업을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가만히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다 오는 경우가 많다.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항상 비슷한 시간에 나타나 같은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카페에서 공부하고 작업한다.

뉴스에서 카페 진상 손님으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종일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도되는 것을 보며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진상 손님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카페에서 작업을 할 때 나만의 규칙이 있다. 창가 긴 테이블이 있는 자리에 앉거나 사람들이 잘 앉지 않는 자리에 앉는다. 아니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에 앉는다. 카페 이용 시간은 최대 3시간을 넘지 않는다. 보통 2시간을 앉아 있는데 3시간이 넘을 때는 커피를 다시 주문하고 빵이든 과자든 같이 주문한다. 손님이 많은 시간은 피하고 자리가 없으면 정해진 시간이 되지 않아도 짐을 챙겨서 나온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익히고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어찌 되었든 그래도 카페는 여전히 공공의 장소이며 커피와 차를 마시는 공간이라는 점에는 변함없다. 그날은 삽십 도가 훌쩍 넘는 더운 날이었다. 시원한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대가족이 카페에 들어섰다. 할아버지, 할머니, 딸로 보이는 엄마,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었다. 아들은 넓은 카페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바닥에 눕고, 테이블에 신발을 신은 채 올라갔다. 나는 속으로 ‘저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며 남자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엄마는 나의 눈빛을 읽은 것 같았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카페를 종횡무진 뛰어다니자 할아버지가 아이를 불렀다.

“여긴 소리 지르면서 뛰는 곳이 아니야. 조용해야지.” 할아버지의 말에 아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엄마가 나섰다. 나를 힐끗 보더니 아주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애는 얌전한 거야. 유치원에 가 봐. 더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여긴 유치원이 아니라 카페잖아요. 어머니,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하지 못했다. 뛰지 말라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뛰는 아이들에겐 카페가 생각보다 위험한 공간이다. 뜨거운 음료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부딪치면 음료가 쏟아져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유리잔이 바닥에 부딪혀 깨지면 찔리거나 베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유치원도 아니고, 놀이터도 아니고 집도 아니다. 여러 사람이 차를 마시러 오는 공공장소이다. 엄마라면 아이에게 카페에서 왜 뛰면 안 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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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한국 부모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서울역 근처에 유명한 휘낭시에 가게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 가게이다.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서울역 근처에 갔다 일부러 들렀는데 중국인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가게 안엔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선 손님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중국인 젊은 부부도 줄을 서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만 두고 잠깐 자리를 비웠다. 가게 안에는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마련한 긴 의자가 두 개 있었는데 의자 두 개를 아이 둘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각각 의자를 차지하고 누워 휴대전화기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자리를 비웠던 젊은 부부가 돌아왔지만 아이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최고이고 우리 아이가 귀하다고 하여도, 적어도 공공재를 사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이건 기본 중에 기본이고 상식이다. 혹시, 뉴스에서 보았던 기막힌 학부모가 이들이 아닌지. 우리 아이 지도할 때 주의 사항을 빼곡히 적어 보내는 사람이 당신이 아닌지 궁금하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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