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뉴스타파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김만배 씨를 기획 인터뷰를 해 내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통령실이 ‘고위관계자’ 명의의 성명을 낸 것을 시작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칼춤을 추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분위기다. 여당 대표는 ‘사형’까지 거론했는데 섬뜩하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좀 따져보자. 먼저 뉴스타파의 보도를 기획된 인터뷰와 보도로 볼 것인지부터다. 다들 두루뭉술하게 얘기하지만 여기서도 정도를 좀 따져야 한다. ‘기획’이라면 그게 김만배-신학림 사이에서 일어난 일인지, 김만배-뉴스타파 차원에서 일어난 일인지, 김만배-뉴스타파-민주당이 다 같이 작당을 한 건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김만배 씨와 신학림 씨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1억 6500만원의 거액을 책 3권 판 대가로 볼 여지는 없다. 그게 아무리 대단한 책이어도 정당화할 수 없는 액수다. 물론 이 돈의 성격이 기획 인터뷰의 대가인지에 대해선 정보가 더 필요하다. 김만배 씨는 돈을 주거나 꿔주는 방식으로 한겨레 기자나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과 같은 언론인들을 관리해왔다. 포괄적인 관리의 맥락인지 명확한 대가성이 있는 것인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어쨌든 성격이 불명확한 돈이 오갔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건 분명하다.

뉴스타파 2022년 3월 6일 보도 썸네일
뉴스타파 2022년 3월 6일 보도 썸네일

신학림 씨는 당시 뉴스타파의 전문위원 직함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 관계에 뉴스타파까지 얽혀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만일 뉴스타파가 아예 존재하지 않던 의혹을 꾸며내는 수준의 보도를 했다면 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의혹은 이미 뉴스타파 보도 이전에 논란 중인 사안이었고 언론이 충분히 제기할 만한 것이었다는 점도 분명하다. 따라서 이 의혹을 보도했다는 것만으로 기획된 공작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뉴스타파 보도가 무리한 면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애초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은 당시 윤석열 후보가 조우형 씨를 알지도 못하고 따라서 봐주기 수사를 한 일도 없다고 해명한 게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 근거가 되는 김만배 씨의 발언은 당시 보도 내용으로만 봐도 조우형 씨 등으로부터 들은 전언인 데다, 당시 윤석열 검사의 관여 정황을 정확히 서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공개된 당시 녹취 전문에서 드러난 생략된 대목을 같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게 곧바로 ‘기획’이라는 게 증명되는 건 아니다. 뉴스타파라는 매체가 가진 정파성이 이러한 허술한 보도에 반영된 것일 수도 있고, 대선을 앞두고 뭔가 화제가 될 만한 얘기를 해보자는 옐로저널리즘의 한탕주의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뉴스타파는 그 특성상 대안매체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별로 대안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득을 얻으려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기획이나 공작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당이 주장하는 대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까지 합세한 공작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아직까지는 드러난 사실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여당도 이런 저런 정황을 들어 의심을 표현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니 이것 역시 아직 진지하게 논할 일은 못 된다.

이제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대응이 적절한지에 대해 따져보자.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고위관계자’ 성명을 냈는데 대선을 겨냥한 공작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앞서봤듯 이 사건은 부적절한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공작인지에 대해선 더 확인할 것들이 많다. 이런 정도의 상황에 대통령실이 낼 수 있는 최선의 메시지는 엄정한 검찰 수사를 기대하며 지켜보겠다는 것 정도다. 대통령실이 깃발 들고 앞장서 싸울 일이 아닌데 이러는 것은 결국 이게 대통령의 역린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왕 칼을 빼든 김에 밀린 숙제를 전부 해치우자는 식으로 당국이 나서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 뉴스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긴급심의를 강행하고 방통위원장이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사각지대’를 말하는 게 그렇다. 주요 언론을 겁줘서 길들이고 그동안 처치 곤란이었던 인터넷 기반 매체들까지 손아귀에 넣고 흔들겠다는 선언 아닌가?

인용 보도를 하더라도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다. 그러나 대선과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 판단에 영향을 줄만한 민감한 주장이 제기됐는데, 제한된 시간 안에 검증할 수단이 없다면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대방의 반론을 담아 보도하는 게 최선이고, 대부분 그렇게 했다. 그런데도 해당 보도를 한 기자들을 고발까지 한다는 것은 이번 기회에 손을 봐주겠다는 의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오히려 자유와 민주주의 모두를 말살 하려는 듯한 퇴행적 정치가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그러한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도에 가장 기분나빠 했을 이도 대통령이고 이동관 씨를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힌 이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거꾸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니 누구도 딴 소리를 못한다. ‘사형’을 언급한 여당 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이런 일에 사형을 말하는 건 그저 코미디에 불과하다는 걸 과연 모를까? 누구를 보고 하는 일이겠는가? 이런 통치의 끝이 좋았던 적은 없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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