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매스미디어나 소셜미디어에서 인기가 높았던 가상인간 또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삼일회계법인 경영연구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Industry Issue Report 8월 2주’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몇 년 간 국내에 소개된 가상인간은 150명을 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로 ‘로지’를 들고 있다. 2021년 신한라이프 TV광고에 등장해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로지는 2021년에는 5편, 2022년에는 6편의 광고에 출연했지만 2023년 새롭게 모델로 출연한 광고는 2편에 불과하며 그나마 TV 영상이 아닌 사진 화보가 전부였다. 

이런 하향세는 비단 로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와 자이언트스텝이 공동 개발한 이솔, 온마인드가 개발한 수아,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한 백하나, LG전자가 개발한 김래아 등 모두 계획보다 부진한 활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지의 초기 인기를 감안하면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이런 결과는 의외로 보인다. 2021년 로지가 출연한 신한라이프의 첫 유튜브 광고는 공개 20여 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로지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는 MZ세대 전용 종신보험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로지가 종신보험에 대한 기존 생각을 바꿔버린 것이다. 이 상품은 출시 1개월 만에 1000건 이상 판매됐다. 

가상인간 '로지'가 출연하는 신한라이프 뮤직비디오 이미지. [신한라이프 제공]
가상인간 '로지'가 출연하는 신한라이프 뮤직비디오 이미지. [신한라이프 제공]

보고서에 언급된 것처럼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여러 장점이 있었다. 초기에는 컴퓨터 그래픽의 한계와 높은 제작 비용 때문에 범용적 활용에 한계가 많았지만, AI 모션캡처 등 기반 기술 발전으로 실제 사람처럼 섬세하게 만들어지면서 활용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참신한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문화 트렌드에 맞춰 이미지를 적시에 수정·보완하기 쉬운 장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인플루언서에 비해 위기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점점 더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보여주고 있는 유사한 이미지들이 오히려 참신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비숫한 기술 수준과 시장성을 고려한 무난한 캐릭터 설정이 그 원인이 되고 있다. 처음 데뷔하는 인간 신인의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개발회사에서 만들어 공개한 비주얼 이미지가 거의 전부다. 로지의 경우 사실상 처음 데뷔한 가상 인플루언서이고 한동안 가상인간이라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로지 이후 데뷔하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쉽게 가상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첫 이미지가 중요한데 사실 그 차별성에 있어 성공하지 못했다.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기대만큼 인기를 못 얻는 이유, 그리고 한번 얻은 인기가 오래 못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 인플루언서와 달리 개인 삶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상 인플루언서의 삶에서 어떤 호기심 또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기획사의 의도대로 착하고 예쁘게 성실하게 노래하고 연기한다. 그리고 컴퓨터 서버에 잘 보관되어 있다가 다음 프로젝트가 나올 때 등장한다. 가끔 길거리에서 우연히 찍혀 SNS에 사진이 올라오는 이벤트도 진행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어느 경우에도 기획사 의도에서 벗어나 인간 인플루언서와 같은 ‘일탈’을 감행하는 경우가 없다.    

네이버가 개발한 24세 가상인간 '이솔' [네이버 제공] 온마인드 디지털 휴먼 '수아' [넵튠 제공] LG전자 가상인간 '김래아' [LG전자 제공] 가상인간 크리에이터 백하나 [이스트소프트 제공]
네이버가 개발한 24세 가상인간 '이솔' [네이버 제공] 온마인드 디지털 휴먼 '수아' [넵튠 제공] LG전자 가상인간 '김래아' [LG전자 제공] 가상인간 크리에이터 백하나 [이스트소프트 제공]

그러나 한국과 달리 글로벌 마켓에서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마켓스는 글로벌 인플루언서(사람 +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을 2020년 10조 원에서 2025년 27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람과 가상인간을 분리해서 보면 사람 인플루언서 시장은 같은 기간 7조 6,000억 원에서 13조 원으로 약 2배 성장하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은 2조 4,000억 원에서 14조 원으로 약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는 사람보다 가상인간이 더 시장성이 좋다고 전망한 것이다. 

글로벌 마켓에서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속적 스토리텔링에 있다. 가상 인플루언스 기획사들은 광고나 신곡발표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뿐만이 아니라 가상 인플루언스들이 일상적 삶을 사는 것처럼 연출한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처음에는 신선하고 개성 있는 이미지로 출발했지만 점차 그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연출한다. 이미지와 스토리가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하나의 서사가 만들어진다. 이 단계까지 와야 가상 인플루언서의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 시장은 이제 시작인 것처럼 보인다. 가상인간의 롱런을 위해서는 서사적 구성이 탄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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