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대구시가 대구MBC 취재를 거부하고 기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대구MBC가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을 왜곡 보도했다는 것이다. 대구MBC 기자들은 "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반헌법적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MBC는 <시사톡톡> 뉴스비하인드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에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과 관련해 예산 마련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주로 특별법 조항을 분석하고 사업 성공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대구MBC '시사톡톡' 뉴스비하인드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 방송 화면 캡처.
대구MBC '시사톡톡' 뉴스비하인드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 방송 화면 캡처.

대구시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대구MBC는 신공항 왜곡·편파보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지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대구MBC가 요청하는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고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신공항 특별법 관련 보도뿐만 아니라 대구MBC의 다른 보도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구시는 "대구MBC는 '대구수돗물 남세균 검출', '홍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논란…일파만파' 등 대구시정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폄하하는 보도를 계속해왔고 이는 헌법과 관련 법률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대구 MBC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폄훼하고 오도하는 프로를 방영하는 것을 보고 참 놀라웠다"며 "그간 수차례 왜곡, 편향 보도에도 대응 하지 않고 참아왔지만 이번 보도는 악의에 가득찬 편파, 왜곡 보도이기 때문에 더이상 참지 않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대구MBC지부)는 지난 3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어이 벌어벗은 임금님이 되고자 하는가?> 성명을 냈다. 대구MBC지부는 "쓴소리를 낸다고 해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영역에서의 취재 접근을 막은 이번 대구시의 행태는 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반헌법적 조치이며, 지난 엄혹한 시절에도 온국민이 이룩하고자 노력해 온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반역사적 행동이며,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당연히 받아야 할 역할을 거부하는 반사회적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8일 대구시는 예고한 대로 대구MBC 취재를 거부했다. 대구MBC에 대해 출입기자단에 배포하던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고, 브리핑 참여 금지 및 출입 제한 등 조치를 내렸다. 대구시는 공무원들에게 대구MBC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지시했다. 또 대구시는 대구MBC 보도국장과 <시사톡톡> 출연자 등 4명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대구경찰서에 고소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연합뉴스)

9일 대구MBC 기자협회는 <홍준표 대구시장에 감사하다> 성명을 내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 보도를 왜곡·편파 보도라고 하니 우리도 다시 보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왜곡은커녕 편파적인 모습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MBC 기자협회는 "어쩌면 우리는 달이 아닌 홍 시장의 손가락만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주 전 방송분까지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며 "대구시가 입장문에서 '그간 대구문화방송이 한 왜곡·폄하 보도'로 꼽은 것 중의 하나인 '홍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논란'이 그것"이라고 전했다.

대구MBC 기자협회는 "습관처럼 보도를 하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대구문화방송 기자들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나아가 홍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논란을 다시 환기해 준 홍준표 대구시장에 감사하다"며 "덧붙여 홍 시장이 '찌라시 언론, 왜곡되고 편향되어 상대 안 한다'고 발언해 준 덕분인지 '홍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논란' 유튜브 콘텐츠는 '찌라시 언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공개 이주일 만에 조회수 74만을 넘기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관심을 받아 궁핍한 살림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어 추가로 감사하다"고 했다.

대구MBC 기자협회는 "라디오 생방송 중에 진행자의 질문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를 했다고 대구시라는 공적 조직의 전 직원에게 취재 거부 지시를 한 모습을 대구 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더 큰 권력을 잡았을 때 언론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미리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대구MBC 기자협회는 "4년 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때 만약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를 미리 제공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감사하다"며 "덧붙여 홍 시장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취재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전용기에 타려다가 이틀 전 불허 통보를 받고 허겁지겁 대체 항공기를 찾아야 하는 언론사의 헛수고를 미리 덜어주고 대비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마지막으로 미리 감사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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