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백종훈 칼럼] 대중교통이 열악한 라오스에서 오토바이는 요긴한 교통수단이다. 월 100달러도 못 버는 이들이 태반이라 모터사이클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행여나 남의 손을 탈세라 주차장에 애지중지 모셔둔다. 비포장 길 자욱한 먼지를 가르며 학교에 다다른 학생들은 틈만 나면 수돗가에서 애마를 씻는다.

이태 전 개교했을 때는 학교 담이 허술했다. 드문드문 기둥을 세우고 철조망을 쳤을 뿐이었다. 도난우려가 끊이지 않아 부랴부랴 속 빈 시멘트 블록으로 벽을 쌓고 기숙사 주차장 지붕을 담장까지 이어 붙여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게 했다. 그럼에도 경비를 세워 지켜야 한다는 말이 많았으나 지나치다 여겨 귀 흘려들었다.

그러나 이윽고 사달이 나고 말았다. 기숙사에 살던 여학생의 오토바이가 밤새 사라진 것이다. 쥐도둑들은 CCTV에 걸리지 않으려 미리 전기를 끊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이륜차주차장에 쇠파이프를 덧대서 울타리를 다시 높게 치고 자물통을 달았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 또 다시 누군가 오토파이를 훔쳐 갔다. 이번에는 남자기숙사생 것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전원을 끊어 시시티브이를 무력화했다. 더 이상 가만히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정전 직전 폐쇄회로텔레비전 영상을 꼼꼼히 돌려봤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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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내부자가 밤손님이었다. 이른 새벽 시간에 기숙사 방에 불이 켜지더니 수상한 두 놈이 번갈아 나와 마당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살폈다. 또 다른 한 녀석은 머리를 숙이고 카메라 앞을 지나갔다. 전봇대에 달린 분전함으로 가는 방향이다. 희미하게 찍혔지만 머리매무새나 옷 색깔로 봐서 누군지 짐작됐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 뒤 남녀기숙사 세면장에 설치된 순간온수기 두 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게다가 그날 저녁에 동일한 물건이 시엥쾅 페이스북페이지에 매물로 올라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다음엔 무엇을 앗아가려 할까? 남녀기숙사 세탁기를 떼서 창고에 옮기고 컴퓨터실 잠금장치를 재차 확인했다. 교실에 달린 빔프로젝트며 강당에 놓인 음향장비, 차량교육기자재 등등 돈 될 만한 것들을 지켜야 한다.

경기가 안 좋고 여기저기 좀도둑이 기승이다 보니 이 일련의 사건들은 경관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좋든 싫든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조급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맡기고 나는 이 세상 모든 부처님에게 불공을 올리기를 잊지 말며 내 안에 서원 채우는 데 오롯할 뿐이다. 우리네 마음에 더 이상 불안이 드리우지 않도록, 애먼 이가 범인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누군가를 의심하고 미워하는 한 생각이 참마음을 흐리지 않기를 기도한다.

이 춘풍이 여쭙기를 “지난번에 저의 자식이 산에 갔다가 포수의 그릇 쏜 탄환에 크게 놀란 일이 있사온데, 만일 그때에 불행한 일을 당하였다 하오면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사올지 취사가 잘 되지 아니하나이다.” (중략)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중략) 대개 지금의 법령 제도가 사람이 출생하거나 사망하면 반드시 관청에 신고하게 되어 있으며, 더욱 횡액을 당하였거나 의외의 급사를 하였을 때에는 비록 관계없는 사람이라도 발견한 사람이 관청에 보고할 의무를 가졌나니, 외인도 그러하거든 하물며 부자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처지리요. 그러므로 나는 오직 국민의 처지에서 부모로서 즉시 관청에 사유를 보고할 것이요, 그 후의 일은 법을 가진 관청의 처리에 맡기고 나의 알 바 아니라 하겠노라.”- 원불교 대종경 4:55 

* 백종훈 교무는 현재 라오스 씨엥쾅주 폰사반 삼동&백천 기술직업전문대학교 교사로 몸담고 있다. 칼럼은 백 교무의 월간원광 5월호 기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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