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을 실행한 기밀문서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해당 문서가 '위조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문서가 유출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있다.

11일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한미)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 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전 방미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양국 국방부 장관이 통화를 했고 양국 견해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미국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것이냐'고 묻자, 김 차장은 "할 게 없다"며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 따라서 자체 조사가 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문서 유출 자체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10일(현지시각)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 같은 종류의 문서가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커비 조정관은 "문서의 일부가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출된 문서의 어떤 부분이 변경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이 "문서 일부가 변경됐다면 나머지는 진본이라는 것이냐"고 묻자, 커비 조정관은 "모든 문서, 변경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문서들의 진위 여부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며 "그 문서의 진실성과 진위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기자가 "그 문서들이 가짜라면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커비 조정관은 "그 문서들이 가짜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다만 절충됐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크리스 미거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 사진들(유출된 문건)은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관련 작전과 기타 정보 업데이트에 대한 고위 지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형식의 문서로 보인다"라며 "이러한 이미지 중 일부는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거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 주제에 대해 신중하게 보도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민감한 기밀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우리 국가 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국방부 장관과 미국 정부는 명백한 무단 공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 기자가 "문서 중 일부가 변경되었다고 했는데 몇 개 또는 몇 퍼센트가 변경됐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하자, 미거 대변인은 "단지 주의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몇몇 슬라이드들이 조작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진들 중 일부의 진실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가 "고도의 기밀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묻자, 미거 대변인은 "세부 사항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밀 정보의 유출은 심각한 피해를 주고 신뢰를 해친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의 분류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가 "동맹국들과 나눈 대화에서 정부가 그들을 감시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냐, 아니면 어떻게 유출된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냐"고 묻자, 미거 대변인은 "동맹국들과 대화를 특정하지 않겠다"며 "국방부를 포함한 정부 전반에 걸쳐 (동맹국들과)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