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난 3월 31일자 한겨레에 공공배달앱에 관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대구시가 일부 지원한 공공배달앱 ‘대구로’가 시민생활종합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라면서 대구로가 배달의민족·카카오 등 초대형 민간 플랫폼을 견제할 ‘착한 공룡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대구로는 출시 100일 만에 연말 목표로 설정한 가입자 10만 명, 가맹점 5천 곳을 초과해 가입자 15만 1299명에 가맹점은 8739곳을 확보했다.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는 39만 7899명이고, 가맹점 1만3천곳, 주문 금액 897억원을 넘었다. 대구로 운영회사는 앞으로 택시 호출 서비스, 공연 예약 서비스 등을 연결하는 시민생활종합플랫폼으로 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 지원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까지는 대구로 운영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관건은 이제부터다. 대구시 고위 공무원은 대구로가 지역에 뿌리를 탄탄히 내림으로써 독점 기업의 갑질을 방지·견제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하고 있지만,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도 대구로가 희망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사항이다. 기사 끝 부분에는 대구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건넨 전문가의 멘트가 인용되어 있다. 대구시 지원 없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수익모델 발굴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수익모델 중 하나는 앞서 언급된 택시 호출 서비스와 여행 공연 등의 예약서비스가 포함된 종합플랫폼 구축 및 운영이다. 

배달음식 (PG) Ⓒ연합뉴스
배달음식 (PG) Ⓒ연합뉴스

시민생활종합플랫폼으로 확장되면 생존이 가능할까. 기업의 성공여부는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우선 공공배달앱이 나온 배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공공배달앱은 코로나19로 매장 손님이 줄어 점포 운영이 어려운 상인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지자체에서 상인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와 광고비를 직접 지불할 수 없어 공공배달앱을 만들어 운영하거나 공공배달앱 운영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처음 공공배달앱의 도입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예측 못한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 19 종료 이후다. 더 이상 국가 예산을 계속 투입할 명분이 없어졌다. 실제 국회는 공공배달앱에 소용되는 금년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지난해보다 50% 삭감된 3525억 원으로 편성했다. 삭감된 만큼 할인율이나 할인 규모를 줄어야 된다.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 삼아 일시 성장한 공공배달앱으로는 치명적이다. 지원받은 국가 예산이 소진된다면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지자체 예산으로 감당해야 된다. 2~3년의 인큐베이팅 기간이 지나가면서 공공배달앱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그 사이 몇몇 공공배달앱은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전시의 ‘부르심’, 거제시의 ‘배달올거제’, 천안의 ‘배달이지’, 경남 진주와 통영시의 ‘띵동’ 등이 이미 문을 닫았다.  

대구로와 같이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몇몇 공동배달앱의 미래도 불투명해 보인다. 치열한 배달앱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이 보이질 않는다. 지역화폐를 통한 수수료 인하가 그나마 장점이었지만 소비자 선택에 수수료 인하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배달앱 이용의 주체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공앱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달앱에 얼마나 많은 상점이 입점해 있는지, 얼마나 빨리 배달되는지 등이 더 중요하다. 새벽 배송, 총알 배송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맞춤형 배달 서비스, 친절한 콜센터 운영 등도 중요한 결정 요소다. 

대구형 ‘대구로’ [대구시 제공], 경기도 '배달특급’ [연합뉴스], 전주 ‘맛배달’ 홍보 포스터 [전주시 제공], 군산시 '배달의 명수' [연합뉴스],
대구형 ‘대구로’ [대구시 제공], 경기도 '배달특급’ [연합뉴스], 전주 ‘맛배달’ 홍보 포스터 [전주시 제공], 군산시 '배달의 명수' [연합뉴스],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는 일단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독과점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배달앱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배달앱 3사가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57.7%, 요기요가 24.7%, 쿠팡이츠가 17.5%로 3개 사가 전체 시장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고 있고 홍보 및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하는 공공배달앱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의 생존이 불투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배달앱 도입은 소상공인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한 정책적 배려에서 출발했지만 코로나 상황 종료 이후에도 지자체가 계속 일부 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와 민간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국가는 예산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지역화폐를 통한 공공배달앱 지원은 적절한 시기에 종료될 필요가 있다. 대신 배달앱 3사에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요구해서 모든 자영업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 실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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