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친일파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제천 산불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가짜뉴스라는 입장이다. 

지난 1일 국민의힘은 김예령 대변인 명의로 <이제 민주당은 충북 제천의 산불마저 '죽창가'로 활용하나>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관련하여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다"며 "민주당의 억지 주장과 달리 김영환 지사는 지난 30일 저녁 술판을 벌이지 않았다. 김영환 지사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언론에 밝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밤 소방대원들이 제천 봉화산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밤 소방대원들이 제천 봉화산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산불이 발생한 30일부터 31일 아침 진화율이 96%에 이를 때까지 김영환 지사는 제천 산불을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6시 13분 충주로 이동하던 중 산불 진화율 70%를 확인했으며 오후 9시 10분 충북도립교향악단 공연관람 후 산불진화율 85%를 확인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김 지사가 오후 9시 30분 충추 지역 청년 모임에 참석해 도정 시책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논평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발표한 <김영환 도지사는 산불에도 술판을 벌여야 했습니까?> 논평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지사는 산불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는데도 현장에 가지 않고 술판을 벌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한창 술판이 벌어진 시간, 봉화산에 투입된 산불진화대원들은 산속에서 김밥으로 버티며 밤샘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며 "김영환 도지사는 지금이라도 도민께 사죄하고, 도민의 생명과 삶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면 지사직에서 물러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논평의 출처는 중앙일보, 중부매일 등 언론보도다. 국민의힘이 언론보도를 '가짜뉴스'로 매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4월 31일자 중앙일보 보도.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3월 31일 중앙일보 보도.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43분 <[단독] 산불날 술자리 간 김영환 지사…얼굴 붉은데 "물 마셨다"> 기사에서 "김영환 충북지사가 산불로 산림·소방당국과 제천시 등이 비상근무에 돌입한 지난 30일 오후 한 청년단체와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김 지사는 30일 낮 12시 괴산 식목일 기념 나무 심기 행사 등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충주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충북도립교향악단 연주회에 참석하려 충북도청을 나섰다"며 "이날 오후 1시 10분쯤 제천시 봉양읍 명도리 봉황산에서 산불이 나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현장을 찾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김 지사는 이날 오후 9시쯤 연주회 일정이 끝나자 충주 모처로 이동해 청년단체 'OO청년네트워크'와 비공식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며 "사전에 해당 청년단체에서 먼저 요청이 와 성사된 자리였다. 김 지사는 30분~40분간 머물며 청년 문제 등을 놓고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당시 행사 사진을 보면 테이블 위에 맥주병과 소주병, 안주가 놓여 있다. 김 지사 주변 상당수 참석자는 마치 건배를 하려는 듯 술잔을 들고 있었다"며 "다만 김 지사는 술잔을 들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굴이 '붉은' 상태였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또 다른 사진 속엔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주방문 환영'이란 현수막을 든 이들과 김 지사 등이 기념촬영하는 모습이 담겼다"며 "이 사진들은 SNS에 올려졌다가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김 지사가 술자리에 있을 무렵 직선으로 25㎞ 떨어진 제천에선 야간 산불 방화선 구축이 한창이었다"며 "주불이 잡혔다가 오후 8시쯤 반대편 구학리 방면으로 재발화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야간이라 헬기가 뜰 수 없어 진화인력은 산속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방화선을 구축, 확산 저지에 나섰다"며 "화선과 가까운 동막마을과 명암실버타운 주민 15명은 인근 봉양읍 행정복지센터로 대피해 밤새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는 술을 마시지 않고, 물을 마신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며 "또 '얼굴이 붉은 이유'에 대해선 '며칠 동안 외부 행사 일정을 소화하며 얼굴이 붉게 그을려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는 김 지사 측 해명을 더했다. 

3월 31일 중부매일 보도. (사진=중부매일 캡처)
3월 31일 중부매일 보도. (사진=중부매일 캡처)

중부매일 <[단독] 김영환 지사, 제천 산불 때 술자리 '파문> 보도에서 김 지사가 술자리에 참석한 모습을 공개했다. 중부매일은 "'친일파' 발언으로 곤혹을 치른 김영환 충북지사가 이번에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부매일은 "이 시간은 제천에서 산불이 확산돼 주민들은 물론 공직자들 모두가 비상상태로 돌입, 산불진화를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며 "특히 산불이 난 인근지역 주민들은 불길이 확산될까 잠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다"고 썼다.

중부매일은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조직운영, 일부현장 지휘권은 아직 도지사에 부여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충북 소방의 책임자는 김영환 도지사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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