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명숙 칼럼] 곧 있으면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9주년이 된다. 세월은 흐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거리와 법정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 그리고 시민들은 얼마나 많이 싸웠는가. 기억하는 것만큼 법적 투쟁과 공론화가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느끼는 때다. 아무리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책임자들은 죄를 지우려고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국가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글을 쓰면서 책임자들이 그 흔적마저 교묘하게 지우려 하는 것을 보았다. 다름 아니라 필자가 기고한 <잔인한 국가의 지속... 세월호 참사, 고위 공무원은 처벌받지 않았다>는 글을 쓰고 나서 겪은 일이다. 청해진해운은 임원은 형사처벌 받았지만 공무원은 1명만 처벌받았다는 것을 비판하기 위한 글이었다.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책임도 중요하다는 글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청해진해운에서 정정보도를 요청해서 정정보도/반론보도가 되었다. 해당 부분은 이렇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실이 모두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는 분명하다. 불법 개축된 선박에 과적과 과승을 한 세월호가 어떤 이유로 침몰했고, 침몰한 배에 탑승한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기에 대형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제대로 국가가 관리감독했더라면, 침몰되지 않았을 것이고, 침몰했더라도 구조활동을 즉시 폈다면 304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불법으로 배를 개조하고 과적과 과승을 한 세월호 선장과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처벌받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을 구조하지 않았던 국가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아직 없다. 

청해진해운은 2015년 5월 12일 광주고등법원은 "세월호 증·개축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며, 증개축의 위법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반론 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청해진해운 임원에 대한 원심을 유지했으나 세월호 증·개축 과정에서 검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한국선급 선박검사원 1명에 대한 무죄는 파기환송시켰다. 그는 2012년 청해진해운이 일본 나미노우에호를 수입해 세월호로 신규로 등록하고, 증·개축 공사를 통해 여객실 및 화물 적재공간을 늘리는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선박검사원이다.

2018년 7월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018년 대법원은 “전씨의 경력이나 업무의 특성, 전씨가 작성한 경사시험결과서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세월호의 각종 검사결과서 등을 허위로 제출함으로써 한국선급의 선박검사 업무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사법부는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증·개축에 대한 처벌은 하지는 않았으나 증축과정의 검사 결과를 허위로 만든 검사원에 대한 처벌은 한 것이다. 사법부도 세월호 증·개축의 문제를 분명히 짚은 것이다. 청해진해운의 임원이 이 사안으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무리한 증·개축 및 선박 관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교묘하게 잘못을 지우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세월호 침몰 참사 [연합뉴스TV 제공]
세월호 침몰 참사 [연합뉴스TV 제공]

무리한 증개축이 불러온 안전 운항의 저해

선박증개축으로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승객 정원이 늘어났고, 화물적재량은 1077톤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선박의 안정운항을 저해하는 요소다. 그래서 필자는 ‘증개축과 과적과 과승’을 한 묶음으로 이어지게 쓴 것이다. 물론 필자가 쓴 ‘과승’ 표현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증개축으로 인한 승선 인원 증가로 정정돼야 맞다. 그리고 참사 당시 승객 정원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6배 많은 승객, 최대의 2배인 적재량을 실었고 그에 따른 위험 증가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증개축 이후 세월호의 총 톤수는 239톤 증가, 경하중량은 187톤 증가, 재화중량은 187톤 감소. 승선인원이 116명 증가하면서 무게중심이 51cm 올라가는 것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세월호가 무게중심을 낮추어 복원성을 유지하면서 안전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적재가능화물을 1448톤 감소시키고 대신 평형수를 1324톤 증가시킬 수밖에 없게 되어 결국 1077톤의 화물만을 적재할 수 있는 것으로 한국 선급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해진해운은 위와 같이 증개축 공사를 마친 다음 화물적재량을 초과한 화물을 적재하여 초과 운임을 취득했다.”- 광주지법 판결문 

청해진해운 측은 또 "과적 판단의 기준인 만재흘수선을 넘지 않아 과적은 하지 않았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만재흘수선(6.26m)을 맞추려고 선박복원성(물 위에서 배가 기울졌다가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에 필요한 평형수(적절한 수심으로 배가 떠 있을 수 있도록 배의 무게를 고려해 배에 넣는 물) 양의 절반도 채우지 않아 복원성을 더 나쁘게 만들었음에도 이러한 주장을 정정보도하는 것이 사실적시라 할 수 있는가. 동의하기 어렵다. 무리한 증개축과 화물 과적 등으로 이미 복원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평형수마저 뺀 것이 아닌가. 더 위험하게 만들고서는 과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또한 부실한 검사로 인해 부실한 승인과정과 기준이 이어졌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청해진해운 측은 선박 증개축으로 줄어든 화물적재량을 지키지 않았다. 화물량이 줄면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이사가 매주 실적 보고를 받으면서 화물 과적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침몰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복원성을 악화시킨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회적참사위원회의 조사에서 침몰의 원인을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청해진해운이 무리한 증개축, 과적과 고박을 하지 않은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다. 침몰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의 잘못된 안전의무 방기가 안전 운항에 미친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특조위 보고서는 외력설과 내인설의 비교항으로만 침몰 원인을 설명한 내용이 있을 뿐이다. 외력설이든 내인설이든 선박의 복원성을 낮게 만든 책임은 분명하다. 청해진해운이 무리한 증개축과 과적한 잘못,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점, 그래서 선박복원성을 악화시킨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평형수를 빼서 복원성이 나빠져 배가 뒤집어지기 쉬운 상태로 만든 책임이 있다. 이는 세월호특조위 보고서에서도 분명히 적시됐다.

세월호 선박의 무게가 239톤 늘어난 만큼 재화중량만큼 선박 평형수 적재량을 늘려 상시 적재해야 했다. 늘어난 평형수 적재량은 세월호 출항 전에 확인했어야 했다.

증개축한 결과, 세월호의 복원성은 전반적으로 을 줄여야 했고, 줄어든 재화중량은 세월호 일본 선박 건조당시보다 취약해졌다.

- 세월호 특조위 종합보고서 46쪽

세월호와 노란리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월호와 노란리본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해진 해운에 무책임한 언론대응

청해진해운은 김한식 대표이사 등이 구속된 후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구원파의 한 명이 1인 기업으로 청해진해운의 명예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신청도 청해진해운의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일 것이다. 이를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 304명을 죽게 한 책임에서 기업의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해진해운은 보상금 1원도 내지 않았다(☞링크).

또한 언론중재위 심의과정에서 필자도 참여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청해진해운 측이 한 고등법원 판결의 일부만 인용하거나 세월호특조위 보고서의 자의적 해석 등 ‘조각’ 하나로 사실 전체를 왜곡하는 방식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식에 대해서는 필자가 알고 있는 사실로 더 꼼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해진해운보다 더 열심히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들이 더는 죄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게 말이다.

*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94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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