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자율규제란 보통 타율규제에서 피규제자라 할 수 있는 개인, 기업, 업계 등이 규제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타율규제의 부적당성을 극복하고 효율성을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업계가 준수해야 할 행동강령을 스스로 제정하고 위반행위를 점검하는 방식을 취한다. 자율규제는 사회 여러 부문에서 타율규제의 보완책으로 빈번하게 언급된다. 그 목적은 어떤 규제의 틀을 해체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행위자를 바꾸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탈규제 혹은 비규제와는 구분된다 하겠다. 최근 많은 부문에서 규제의 중심이 타율에서 자율로 이동하는 추세다. 다만 타율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타율규제와 자율규제가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게임광고의 경우에도 자율규제 논의가 꽤 오래 이뤄져 왔다. 게임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비즈니스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점증했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 자사게임에 대한 광고가 필요하다 느끼는 게임사들이 늘었고, 현재 여러 매체를 통해 게임광고가 게시·배포되고 있다.

게임산업(CG) [연합뉴스TV 제공]
게임산업(CG) [연합뉴스TV 제공]

마케팅 과열로 일부 선정적·폭력적 내용의 게임광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는 한 일본 AV 배우가 한 모바일게임 광고에 등장해 “형 알지?”, “절정을 경험했다”와 같은 적절하지 못한 대사를 친 것이 대표사례다. 해당 광고에 대해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광고금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캐릭터 머리에 총구를 겨누거나, 캐릭터의 몸을 흉기로 난자하는 등 폭력적인 장면을 노출하는 광고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를 갖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들도 많다.

그럼에도 현재 게임광고 심의제도는 그 대상이 한정된 법정 사후심의 모델로, 새롭게 발생하는 게임광고 문제들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게임광고에 대한 일반적인 심의는 광고를 전달하는 매체 단위로 이뤄져 온 데다, 단순한 심의기준, 심의주체의 게임에 대한 전문성 부재 등으로 인한 한계를 노정해왔다.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게임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매체별 광고심의를 받게 되고, 광고의 선정성·폭력성·사행성 등 청소년 유해성 여부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매체별 광고심의에 있어 심의표준을 제시하는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칙 제114호, 2015. 10. 15 시행)’을 살펴봐도, 게임물에 대한 품목별 심의기준은 매우 단순하며, 광고 이용등급을 밝혀야 한다는 기준 정도만이 제시돼 있는 상황이다. 게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매체별 심의제도에서 게임광고와 관련된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현행 심의제도로는 심의규정 적용의 일관성·형평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일부 게임광고의 유해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심의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게임광고에 대한 새로운 심의제도 모색의 필요로 연결된다. 기술과 콘텐츠 차원의 발전속도가 빠른 게임 분야 전반에 걸쳐 타율규제보다 ‘자율규제’가 효율성·적절성을 갖는다는 평가가 확산됨에 따라 자체등급분류제도, 책임게임제도 등이 도입·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매체별 광고심의제도 및 업종별 광고심의제도도 대체로 자율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게임광고 심의 역시 자율규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이에 국내에서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게임광고의 자율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를 2019년 9월부터 구성·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게임과 광고에 대한 여러 고려를 통해 게임광고에 대한 자율심의기준을 제시한다. 심의기준에 포함되는 항목들로는 진실성, 타인의 권리침해 금지, 차별 금지, 언어의 부적절성, 반사회성, 공중도덕·사회윤리, 공포심·혐오감, 선정성, 폭력성, 양성평등, 사행행위, 국가 존엄성 등이 있다.

게임과 게임광고는 엄연히 다른 콘텐츠다. 분류된 게임등급이 게임광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게임광고는 게임등급이 아니라 광고에 대한 규정에 맞게 심의돼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게임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반영될 필요는 있겠다.

해외 게임광고 자율규제의 실효성도 이슈가 된다. 물론 모든 해외 게임광고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광고 유통 여부, 해당 게임의 국내 공식 퍼블리시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실천적 자율규제를 위해서는 자율규제 주체의 자율성, 독립성, 기본적인 예산 마련이 필수적이다.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시장친화적 자율규제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사실상 공적규제에 버금가는 권한의 이양도 이뤄져야 한다. 단순 심의를 벗어나, 불법행위 감시, 대중에 관련정보 제공, 개인과 기업 간 분쟁 조정, 해외기관과의 교류, 정부기관과의 공조관계 형성 등 보다 포괄적인 규제일 필요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게임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이다. 앞으로 게임광고 자율규제가 더 체계적·본격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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