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이 박정하 의원에게 '최고의 수석대변인상'이라는 이름의 상패를 수여했다. 언론계에서는 기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박정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출입기자 사공주 일동'으로부터 받은 상패를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상패는 2023년 3월 8일자 '국민의힘 최고의 수석대변인상'이다.

지난 10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상패. (사진=박정하 의원 페이스북)
지난 10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상패. (사진=박정하 의원 페이스북)

자신들을 '사공주'로 지칭한 출입기자들은 상패에 "'국민의힘 대들보'로 때로는 소신 발언도 아끼지 않으며 출입기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린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상패 사진을 올리면서 "이 감사함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라며 "언론인분들께서 최고의 수석대변인상을 수여해 주셨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런 깜짝 선물까지"라며 "앞으로도 국민의힘 대들보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인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하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이후 출범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다. 이후 정진석 비대위 체제에서 유임돼 김기현 당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일부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이 박 의원 수석대변인 임기 종료에 맞춰 상패를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에서는 일부 기자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을 출입하고 있는 A 기자는 "취재원과 가까운 유대관계를 맺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건 취재원에 동화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래서 어떻게 기자로서 권력자를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나. 같은 출입기자로서도 참담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역시 국민의힘을 출입하고 있는 B 기자는 "저 정도면 정언유착 아니냐. 기자와 취재원의 불가원 불가근의 원칙을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들도 선을 넘었다 싶으니 '사공주'라고 적은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경제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C 기자는 "기자가 저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친분에 기반한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보이긴 하는데, 낯부끄럽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경제부 활동을 하고 있는 D 기자는 "취재원을 관리하다 보면 임기가 끝날 때 가벼운 선물을 주거나 식사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면서도 "그런데 상패를 만들어주는 것은 처음 본다"고 의아해 했다.

정치부, 사회부 등 여러 부서를 두루 거친 E 기자는 "대변인에게 감사패 정도는 함께 한 정도 있고 하니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상패 내용에서 '기자들의 버팀목'이라는 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사공주'라는 것도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몇몇 친한 기자들만 상패를 줬다는 것은 패거리를 인정한 것이니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특정 기자들을 우대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사회부 F 기자는 "정치부 출입 기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기사에 필요한 멘트를 제공하거나 소스를 받을 취재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소 밥도 먹고 안부도 묻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개인적인 인연도 생겨서 사석에서 가깝게 지내기도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친분이 있던 취재원에게 선물을 준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F 기자는 "다만, '사공주'라는 별칭을 누가 붙인 거냐. 박 의원이 특정 기자들과만 특별히 더 교류하면서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것은 수석대변인으로서의 불편부당한 태도는 아니다"라며 "대변인은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인데 특정 기자들만 우대했다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미디어연구소 뭉클 소장은 "사적으로 떠나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려는 마음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기자와 출입처의 관계라는 것은 취재 편의를 제공받고 제공되는 정보를 잘 보도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 기자들의 상패 수여는)그동안 편하게 내 입맛에 맞는 정보를 잘 줬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사공주' 입장에서는 받아쓰기 잘하고 좋은 대접 받았다고 고백한 것이고, 수석대변인 입장에서도 특정 기자들에게만 상패를 받는 것 자체가 정보를 골고루 잘 제공하지 않았다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자랑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씁쓸하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