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MBC가 만든 새 예능 <피지컬:100>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2월 5일 기준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피지컬:100>은 넷플릭스 TV Shows 부문 글로벌 순위 5위에 올랐다. 국내의 경우 처음 공개된 지난 24일 첫 주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에 올랐고, 2월 5일 현재 6위로 기록되고 있다. 총 9회로 예정되어 있고 현재 4회 분만 방영된 것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글로벌, 국내 순위 모두 상위권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글로벌 순위 1위로 오른 작품이 여러 편 있지만 TV Shows 부분에서는 이례적인 경우다.

<피지컬:100>은 하나의 콘텐츠로서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를 끌만한 예능 프로그램이라 글로벌 순위에 올랐다는 것은 사실 별 기사거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OTT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 방영하고 있고 피지컬100은 여러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피지컬:100>의 흥행 성공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콘텐츠의 제작사가 자체 서비스 플랫폼을 갖고 있는 지상파 MBC라는 사실이다. MBC는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이 해온 방식과 달리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 위에 론칭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MBC와 루이웍스미디어가 제작한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MBC와 루이웍스미디어가 제작한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왜 MBC는 <피지컬:100>을 넷플릭스에서 론칭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박성제 MBC  사장의 멘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다”라면서 “<피지컬:100>은 MBC가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는 본격적인 도전이며, 올해 내내 도전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길지 않은 이 SNS에서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하면서 MBC가 이제는 기존 지상파 중심의 운영에서 글로벌 OTT를 타킷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MBC의 플랫폼은 더 이상 지상파 MBC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사장의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MBC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로컬 네트워크의 한계를 인정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지상파 방송사가 갖고 있는 문제다.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위상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여기에 IPTV, 위성, 디지털 케이블, 모바일 TV 등이 일상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은 글자 그대로 명목만 유지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상파  TV는 누적된 콘텐츠 제작 역량이 있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지만 국내 및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그동안 유지되어 온 생존마저 힘들게 되었다. 

지상파의 경우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 하더라도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플랫폼의 한계 때문에 시장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한번 방영된 콘텐츠를 방송채널사용사업자 (Program provider, PP)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자사 및 관계사 플랫폼을 통해 VOD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로컬 네트워크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콘텐츠의 속성상 처음 론칭할 때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한데 자체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지상파의 경우 이런 사고의 전환이 쉽지 않았다. 자사 플랫폼이 있는 경우 OTT를 경쟁의 대상이라고 전제한 다음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MBC, 넷플릭스 로고 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MBC, 넷플릭스 로고 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성제 MBC 사장의 최근 도전은 이런 기존 사고에 균열을 내는 하나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박 사장이 직원들에게 언급한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은 ‘이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제작 능력이다. 플랫폼은 이제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콘텐츠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MBC이지 지상파 방송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자체 로컬 플랫폼만 고집한다는 것은 우매한 일임에 틀림없고 MBC는  <피지컬: 100>을 통해 그 본격적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는 단지 그 플랫폼의 유료 시청자 수가 많다고 해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시대에 넷플릭스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문화적 현상을 확산시키는 주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언어로 번역되어 동시에 개봉되면서 화제를 끌고 글로벌 뉴스가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이런 화제성이 또 다른 글로벌 네트워크인 세계 주요 언론사로 연결되고 최종적으로 개별 국가의 로컬 플랫폼으로 확장되면서 콘텐츠는 세계 도처에 존재하는 개별 서버에 저장되어 항상 존재하게 된다. MBC의 도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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