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 23일 미야와키 사쿠라의 첫 번째 단독 예능, 유튜브 방송 <겁도 없꾸라>가 시작됐다. ‘겁도 없꾸라’에서 ‘꾸라’는 사쿠라의 한국어 별명이다. 사쿠라가 게스트들과 함께 이런저런 사소한 도전을 ‘겁 없이’ 해본다는 콘셉트인데, 매주 수요일 저녁 6시에 영상이 업로드된다. 얼마 전엔 서울 시내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파는 모습이 목격됐고, 첫 방송의 도전 과제는 김장 100kg을 하는 것이었다. 반응은 시작부터 괜찮다. 새 채널을 만들어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했지만, 방송인 강남과 함께 한 첫 번째 영상이 한국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 올랐다. 다음 주엔 그 후속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이다.

미야와키 사쿠라의 웹 예능 〈겁도 없꾸라〉
미야와키 사쿠라의 웹 예능 〈겁도 없꾸라〉

<겁도 없꾸라>를 맡은 박현주 PD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기획 취지를 밝혔다. 아이돌이 된 후 세 번째 데뷔를 한 사쿠라의 이력을 소개하며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경험에 임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사쿠라는 재치와 순발력을 겸비해 지금껏 출연한 예능에서 의표를 찌르는 웃음과 인상적인 장면을 남겨 왔다. 한편 박현주 PD는 “게스트를 다양하게 섭외해서 사쿠라 씨와 호흡을 맞추게 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출연진에 대해 기대감을 안겼다. 그 말대로 게스트들과의 콜라보는 주요한 볼거리일 것 같다. 이미 출연한 강남 외에 갓세븐의 뱀뱀이 붕어빵을 함께 팔았고, 팬들은 <모두의 주방>에서 사쿠라와 따스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이청아의 출연을 고대하고 있다.

사쿠라는 역시 23일 하이브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antifragile’ 활동을 준비하며 고되었던 마음과 팬들을 향한 감사를 전하는 글을 올렸다. 그중 눈길을 잡아끈 건 이런 문장이다. “많이 힘든 시간이었는데 (...) ‘분명 난 또 이런 장면이 오면 편한 길보다 힘든 길을 선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좀 무섭기도 하지만 그게 나고”. 여기서 “무섭다”라고까지 표현한 건 자신 안의 타인을 향한 감정일 것 같다. 모질고 험한 길임을 알고 있지만 끝끝내 그 길을 가도록 잡아채고야 마는,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열정과 의지, 그러니까 ‘도전’을 향한 충동이다. 바로 그렇게 현재에 안주하기를 거절하는 성품이 HKT48에서 아이즈원을 거쳐 르세라핌으로 데뷔하는 전례 없는 커리어를 만들었다.

미야와키 사쿠라의 웹 예능 〈겁도 없꾸라〉
미야와키 사쿠라의 웹 예능 〈겁도 없꾸라〉

사쿠라가 르세라핌으로 다시금 데뷔한 선택은 눈에 보이는 사실만으로 그 무게를 다 헤아릴 수 없다. 아이즈원 활동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갔을 때, 사쿠라에겐 다른 선택지가 넉넉히 있었다. 케이팝 아이돌로 전업한 2년 반 동안 일본에서 지명도가 대폭 상승했고, 현지에서 케이팝과 연관된 활동도 할 수 있는 등 진로의 폭이 넓었다. 일본에 남아 개인 활동을 해도 얼마든지 유복하게 커리어를 꾸릴 수 있었다. 오랜 타향살이 후에 돌아간 고국에서의 안온한 삶을 버린 채 가족도 지인도 없는 한국에 돌아와 연습생부터 다시 시작하고, 남은 20대를 개인적 삶이 제한된 그룹 활동에 바치기로 결심한 기회비용은 적을 수가 없다.

도전이란 말은 닳고 흔한 말이다. 그래서 낭만적이고 상투적인 어감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건 도약을 결행하는 건 하루하루의 구체적인 시간을 누추한 땀방울로 빼곡히 적셔야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노력을 감당하게 하는 원천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자신과 지금 이곳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을 갱신하려 하는 욕구다. 그리고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하는 사람만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다. 사쿠라는 위버스에 올린 글에서 “지금의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씩 날 좋아하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뿌리 깊게 긍정해 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첫 단독 예능 미팅에서 “힘든 건 괜찮지만 재미없게 나오는 건 스트레스”라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성실하고 배고픈 사람, 그것이 미야와키 사쿠라다. 사쿠라의 사적 서사는 르세라핌의 ‘겁이 없고’(fearless) ‘부서지지 않은’(antifragile) 채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라던 세계 제일 위에"라고 외치는 불굴과 상승의 세계관을 손에 잡히는 것으로 납득시키는 콘텍스트로 작용하고 있다.

미야와키 사쿠라의 웹 예능 〈겁도 없꾸라〉
미야와키 사쿠라의 웹 예능 〈겁도 없꾸라〉

도전이란 말을 거창하게 풀어 봤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꼭 힘든 길을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의 테두리 안에 머문 채 소소한 즐거움에 몰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다. 요즘 세상에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주는 것 중 하나가 ‘덕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전은 그 자신의 한계를 넓히는 것을 넘어 다른 이들의 삶에 가닿아 자양분을 주기도 한다. 사쿠라가 다시금 아이돌로 데뷔하기를 결심한 것이 무대 위의 사쿠라를 계속해서 보고 싶었던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 준 것처럼 말이다. <겁도 없꾸라>는 사쿠라가 임해 온 도전을 아기자기하게 변주하는 시트콤적 버전인 동시에 팬들의 일상에 즐거움을 더해 줄 수 있는 소식이다.

한 가지 첨언. 왜 구독자가 확보돼 있는 기존 웹 예능 플랫폼이나 마찬가지로 아이돌 개인 고정 예능인 'BTS 진 with 백종원'처럼 그룹 채널에 영상을 올리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방송이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라면 독자적으로 채널을 만든 지금 상태에도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이 유효하려면 구독자들과의 활발한 소통과 채널 홍보, 게스트 홍보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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