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경제 '득' 될 법은 막고 '독' 될 법만 통과"

오늘 한국경제신문 1면 기사 제목입니다. 그럼 한국경제가 이야기하는 득(得) 될 법은 무엇일까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법 △종부세 완화하는 법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입니다. 모두가 '부자감세법'입니다.

오늘 조선일보의 사설 <정부 법안 처리 '0'건, 포퓰리즘 법은 강행, 원칙이 뭔가>, 어제 서울신문의 사설 <尹정부 법안 처리 0건, 巨野의 발목잡기 이 정도였나>, 세계일보의 사설 <尹정부 제출 법안 77건 중 처리 '0', 巨野발목잡기 도 넘었다>도 모두 동일한 내용입니다. 이 정도면 이건 '짜고치는 고스톱' 아닌가요?

얼마 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3% 인하는 경제규모를 단기적으로 0.6%, 장기적으로는 3.39% 더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16일자 한국경제 1면 기사 인터넷판 캡처 
16일자 한국경제 1면 기사 인터넷판 캡처 

그런데 말이죠.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KDI 내부에서 이 보고서에 반대되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KDI는 이를 묵살했다고 합니다. “효과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고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검토 의견을 제출한 연구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기업경쟁력 제고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며 “재정여건 개선을 위해 미국 등에서 법인세 인상을 논의 중이며 횡재세(초과이윤세)도 검토하고 있으니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하였지만 KDI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언론은 특정 결론을 정해놓고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선전선동하는 특정 단체의 기관지가 아닙니다. 여러 의견에 대해 검증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다양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소개는 해야죠. 그런데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은 '있는 사실'조차도 부정하면서 사회 혼란을 부추깁니다. 이들 신문의 목적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겉으로는 '경제'를 이야기하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오로지 대기업, 재벌의 이익뿐입니다.

한동안 우리 언론은 44일 만에 물러난 영국 트러스 전 총리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는데요. 새로 취임한 신임 총리의 이야기는 별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더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증세로 물가를 잡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헌트 장관은 “정치에 뛰어든 이유에 반대되는 증세에 나설 것”이라면서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해야 하며 불행히도 그것은 세금인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본도 국가부채가 1경 2000조 원으로 커지자 '증세론'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세제 조치를 포함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과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과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늘 한국경제신문의 보도를 하나 소개합니다. 한국경제는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 영국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발전사의 초과 수익에 40% 수준의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영국 정부는 앞서 석유‧가스 회사 수익에 대한 횡재세 부과율도 종전 25%에서 35%로 올리고 부과기간도 2026년에서 2028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정부는 발전사에 횡재세가 도입되면 앞으로 6년간 450억파운드(약 70조) 이상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이사회는 '연대기여금'의 이름으로 횡재세를 공식화했습니다. 연대기여금은 화석연료 부문의 유럽연합 회원국 기업이 올해나 내년에 벌어들이는 초과이윤에 대해 33%의 세율로 부과될 예정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야기하는 '경제에 독(毒)이 되는 법'은 대부분이 민생과 관련된 법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은 △단체행동권을 확대하는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기초연금 확대 △지역화폐 예산 복원을 대표적인 경제에 독이 되는 법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 말해야죠. 증세를 하면 그 부담은 대기업과 재벌, 부자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전 세계적인 '증세 여론'을 막겠다는 것 아닌가요?

"재벌에만 득이 되는 법, 민생에 득 되는 법"

'언론이 만든 미신'이 한국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는 주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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