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는 몇 살일까?

만 열여덟이 되면 어른이 되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제 겨우 교복을 벗었을 뿐인데 독립을 해야 한다. 부모가 없거나 집안 환경상 양육이 어려워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진 아이들로 원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만 18세를 맞은 아이들이다. 이들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으로 만 18세 이후 보호종료 되어 사회로 나가게 된다. 어른이 되는 연습 과정도 없이 세상에 홀로 던져져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열여덟 어른은 자신의 보호자이며 이 세상 단 하나뿐인 가족이다. 자립정착금 500만 원으로 살 곳을 알아보아야 하고 살림살이를 사야 한다. 하지만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일할 곳은 없다. 타의에 의해 독립은 하였는데 살아갈 방법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와 회사가 존폐 위기에 서서 막막한 하루를 보내는 시기에 보호종료되어 사회로 나온 열여덟 어른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는 없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그래도 일은 할 수 있었다. 이제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0만 원 옥탑방을 지키기도 벅차다. 세상에 혼자 던져졌다는 공포를 새삼 다시 느끼며 어떻게 하여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좌절감과 막막함으로 매일을 산다.

일러스트= 연합뉴스
일러스트= 연합뉴스

열여덟에 어른이 되는 것은 가혹하다. 열여덟을 어른으로 생각하며 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나는 열아홉, 만 열여덟에 대학 입시에 실패해 재수하고 있었다. 재수를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도서관에 갔다. 집을 싫어했지만, 밤이 되면 집에 들어가 내 방에 처박혀 세상 모든 근심을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열여덟, 나는 간섭은 받고 싶지 않으면서 용돈은 받아 썼고, 집이 싫다고 말하면서도 매번 집으로 들어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었다. 한 번도 자고 먹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불안해하며 살지 않았다.

열여덟 보통의 아이들이 그럴 것이다.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하거나, 대학 입시에 실패해 재수하거나, 취업하여 회사 다닌다. 부모의 보호 아래 잉크가 마르지 않은 주민등록증을 들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해방감을 맛본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과 꿈꾸었던 미래를 안고. 그런데 자립준비청년은 열여덟 살이 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꿈을 완전히 접거나 접어두어야 한다. 꿈꾸던 미래와는 멀어진다. 하루하루 사는 게 버겁다.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복지부는 올해 자립정착금 800만 원 이상 지급을 ‘권고’하였지만, 현재도 자립정착금 500만 원을 지급하는 지자체가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열여덟 살을 어떻게 어른으로 볼 수 있을까. 법적으로 어른으로 규정한다고 하여 갑자기 어른이 될 수는 없다. 내 아들이, 내 딸이 열여덟 살이 되었다고 갑자기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이 모든 과정은 부모의 보호 아래서 이루어진다.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열여덟 살에 완전한 독립을 하라고 하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나의 가림막이 되어줄 사람이 없는 청소년에겐 너무 가혹한 법이다. 이들이 사지로 몰리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정보가 부족해 있는 지원금을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후원자와 정부가 사회 진출을 위한 초기비용을 지원하는 ‘디딤씨앗통장’이 있는 줄 모르는 보호종료아동도 있고, LH 임대주택 중 일부를 보호종료아동에게 공급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알고 있다고 하여도 조건이 맞지 않아 신청할 수 없는 때도 있다. 정보가 없어서, 정보가 있어도 조건이 맞지 않아서 놓치면 자립의 길은 더욱 멀어진다. 의식주가 모두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최근 보호종료아동의 죽음은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 불안정한 생활이 거듭되면서 불안감과 좌절감은 더 커졌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보호종료아동이 홀로 생활하면서 자살을 생각한다고 한다. 보호종료아동의 50% 이상이 자살을 생각했다는 통계를 보며 놀라기도 했지만 가슴이 아팠다. 열여덟 어른에게 세상이 꿈조차 꿀 수 없는, 단단하고 상처가 되는 뾰족한 돌이어서는 안 된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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