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양이다. 이런 저런 해석이 나오지만, 사실 남 탓 하면서 자기 편 결집을 유도하는 한국 정치의 뻔한 문법에 따른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걸 ‘성공 공식’처럼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이 역시 한국 정치의 예정된 결말, 즉 정권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 반등에는 지지층 결집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세대 구분을 봐도, 지역 구분을 봐도 마찬가지다. 추석 연휴 전후에 지지층 결집이 일어날 만한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영향을 미쳤을까?

첫째로 꼽아볼 것은 아직 임기 초라는 조건이다. 최소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잠시 실망하였더라도 다시 기대를 걸어볼 만한 심리적 준비를 마친 상태다. ‘회복탄력성’에 비유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조건에선 대통령이 ‘특별한 잘못’만 하지 않으면 지지율은 어느 수준까지는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의식적인 ‘민생 행보’를 거듭하고 있고 파장의 진원지로 여겨졌던 약식회견에서의 ‘말 실수’도 줄여나가고 있다. 이런 점이 지지층이 다시 지지를 표명하는 핑계가 되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8일 오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연합뉴스)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8일 오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연합뉴스) 

둘째는 내분 종식에 대한 기대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충청권 지지율이 오른 걸로 파악되는데 정진석 비대위의 영향일 수 있다. 만일 비대위의 성격이 임시적이고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태라는 인식이라면 지지율 상승이 가능하진 않았을 거다. 지지층 내에서는 이번 국면에서 내분이 종결되리라는 일정한 기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볼 때 내홍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지층이 볼 때 ‘이준석 배제’라는 일관된 흐름이 되돌릴 수 없어 보이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최선은 모두가 손을 잡고 가는 것이고 최악은 여당의 기능 마비가 계속 이어진다는 거라고 한다면, 적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갈등을 종결하는 건 차선이나 차악의 차원이라는 인식이다. ‘이준석 리스크’가 주변화 되는 과정인 것이다.

셋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에 더불어 전임 정권에 대한 ‘윤석열식 적폐청산’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 전임 정권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중도층에 볼 때는 적절치 않다. 그러나 어쨌든 지지층의 눈으로 보면 지금 국면은 비로소 윤석열 정권이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비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이 ‘태양광 비리 의혹’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정부 주도의 보조금 집행이나 지원 사업에서 대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굳이 ‘이권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이런 효과가 실제 나타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연일 이전 정권에 대해 새로운 문제제기를 꺼내들며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문재인 심판론’의 연장전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 원인은 중도뿐 아니라 지지층이 유실된 것에 따른 거였다. 이렇게 보면 일단 지지층을 결집해 종잣돈부터 마련하자는 식의 대응은 단기적으로 볼 때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단 국정수행지지율 35%를 넘기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40% 고지가 머지 않았다는 식의 심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별히 부정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사건이 돌발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면 국정운영동력은 상당분 회복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응이 장기적으로는 위기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첫째로 대통령의 ‘정치적 젊음’은 언제까지나 유지되지 않는다. 중반부에 접어들게 되면 임기 초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단행한 무리수가 본격적인 평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회복탄력성’이 소실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전에 유의미한 방향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당권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중도 공략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이런 상황의 반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경로의존성’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보수일변도의 정책 방향과 야당을 적대하는 방식의 정치가 체질화된 이후에는 패러다임 전환은 쉽지 않다.

둘째로 ‘이준석 리스크’가 당장은 정리되더라도, 정권 후반에 들어서면 지금 국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이준석 전 대표를 제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데, 형평성이나 작위적인 일정 조정을 보면 이준석 전 대표의 문제와는 별개로 정권 차원의 무리수가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권 후반부에 차기 대권주자가 이 문제를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가게 되면 정권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전임 정권과 야당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문재인 정권 초반 분위기를 떠올려보라.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말한 것과 윤석열 정권이 ‘이권카르텔’을 말하는 태도에는 어떤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중후반부에 현 정권이 이전 정권보다 나은 통치를 했다는 점을 국민의 상당수가 인정하지 않으면, 임기 초에 펼쳤던 전임 정권에 대한 공격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여론의 변화가 극적으로 보여준 것 역시 이것이다. 그나마 전임 정권이 ‘탄핵’이라는 객관적으로 최악의 성적을 거뒀기에 문재인 정권이 임기말 40% 내외의 지지율 유지라도 가능했던 거다. 반면, 윤석열 정권은 어떤가?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바, 올해 남은 기간 내내 계속될 '대립적 구도'의 정치캠페인은 지속불가능하고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벗어나야 한다. 빨리 벗어날수록 좋다. 지금은 여당 내 내홍과 ‘실언’에 가려져 있지만, 윤석열 정권만의 비전이 불분명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단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게 ‘이준석 탓’이나 ‘전 정권 혼내주기’보다 중요하다. 표면에 드러난 지지층의 목소리만으로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뻔한 해법의 결말은 예정된 실패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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