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히,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유행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이 펼쳐지고, 이제 우리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항시 마주하며 산다. 그로 인해 방송영상 산업과 이용 전반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흔히들 코로나19 이후 대면 콘텐츠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비대면 콘텐츠 산업은 약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애초에 하나의 콘텐츠 산업이 완전히 대면 기반이거나 비대면 기반인 경우는 드물다.

방송영상도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콘텐츠 산업이다. 우선, 제작은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이용은 대면과 비대면 모두로 이루어진다. 현장 관객이 필요한 방송영상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그냥 이용자가 가진 시청기기로 어디서든 보면 되는 콘텐츠도 있다. 때문에 방송영상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또 그것이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으며, 세부 양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전후 방송영상 산업의 매출액 변화부터 살펴보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1년 발표한 2020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방송영상 산업 매출액은 21조 9,647억원 규모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20조 8,430억원) 대비 5.4% 증가했다. 콘텐츠 산업 전체 매출액 증가율이 1.2%임을 고려했을 때 평균 대비 높은 수치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했으므로 콘텐츠 산업 전체 매출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선전한 것 아니냐고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한국 콘텐츠 산업 연평균 증가율이 4.9%임을 감안하면, 코로나 이후 콘텐츠 산업의 성장률은 확실히 예년에 비해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전체 산업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광고, 캐릭터 산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대면 중심의 콘텐츠 산업인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산업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산업 전체 증감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무래도 방송영상 산업은 해외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코로나19 초기 한국 상황에 힘입어 제작현장이 정상 운영된 덕분에 특수를 누린 측면이 있다. 가령, 2020년 5월 코로나19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진행이 중단된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 ESPN을 통해 130개 국가로 중계된 것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그로 인한 불경기가 방송영상 산업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에 영향을 준 데다, 출연진이나 스태프들의 감염사례가 늘어감에 따라 조금씩 방송영상 제작시장도 타격을 받게 되었다.

관객이 필요하거나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방송영상 콘텐츠의 경우는 촬영을 중단하거나 촬영방식을 변경해 제작이 이뤄졌다. 가령 음악방송은 KBS 2TV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이 비공개(무관객) 생방송으로 전환됐다. 시민 참여형 방송콘텐츠인 JTBC <한끼줍쇼>, tvN <더 짠내투어> 등은 촬영을 중단했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시즌3>은 길거리가 아닌 스튜디오 촬영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비대면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여겨져 왔던 디지털 기반 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지거나 본격화됐다. 음악이나 공연 콘텐츠처럼 현장성으로 인해 애초에 비대면으로의 완전한 전환이 불가능한 장르와 달리, 방송영상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ver the top)를 위시로 한 새로운 채널 부상과 함께 어느 정도 대체가 이뤄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2 〉   〈D.P.  〉 〈오징어 게임 〉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2 〉  〈D.P.  〉 〈오징어 게임 〉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OTT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웰메이드 콘텐츠의 새로운 공급처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전까지는 콘텐츠 시장에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공급과열이 두드러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시장의 주류였던 북미와 유럽은 코로나19 관리의 미비로 심각한 공급위기 상황에 처했다. 2020년 제작 중이거나 공개가 예정돼 있던 인기 시리즈들이 잇달아 제작중단을 선언했고,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재개 일정도 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관리가 잘되고 있는 아시아, 특히 한국시장으로 관심이 이동하게 된 것은 자연스럽다. 넷플릭스(Netflix)의 경우 각국 로컬시장에 보다 깊숙이 진입하기 위해, 그리고 로컬에 기반한 양질의 콘텐츠 글로벌 유통을 위해 콘텐츠 투자를 아끼지 않아왔던 터였다. 그런 중에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현지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효하게 소비될 수 있는 영상콘텐츠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킹덤>, <#살아있다>,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D.P.>, <지옥> 등 넷플릭스에 올라탄 다수의 작품들이 아시아뿐 아니라 서구권에서까지 큰 인기를 얻음에 따라,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주류라 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러한 시장 확장은 제작주체들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내수시장이 다양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인구가 1억은 되어야 하는데, 제작비가 커질수록 대박이 보장되지 않으면 본전도 찾기 어려운 규모의 내수시장을 지닌 한국이 큰 제작비를 들여 양질의 콘텐츠를 만든 후 그것을 내보내 성과를 낼 수 있는 보다 큰 시장을 얻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종편·보도PP
지상파, 종편·보도PP

OTT의 성장은 방송영상 산업 내 광고매출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방송영상 광고매출은 2019년 대비 지상파 9%,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system operator) 15.5%, 위성 33.6%, IPTV 16.5%,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Program Provider) 7.9%가 하락했다. 산업 전체로 봤을 땐 9.5%가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시청률이 증가했음에도 이러한 변화가 있었던 데에는, 유튜브와 같은 광고형 OTT의 인기가 자리한다.

한편 전체 방송광고 시장에서 각 매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으로 보았을 때, 지상파의 비중은 최근 크게 하락하고 PP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상파 비중이 2011년 63.6%에서 2020년까지 9년 동안 36.9%로 하락한 반면, PP의 비중은 2011년 32.7%에서 53.9%로 증가하였다. 여기에는 종편 PP의 광고시장 내 점유율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종편 PP의 전체 방송광고 시장 내 비중은 2011년 1.9%에서 2020년 15.5%로 크게 성장하였다. 이처럼 기존 방송산업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광고매출의 하락현상은 향후 OTT의 시장 성장에 따라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기존 방송산업의 재원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 방송영상 매체와 OTT의 이용은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변화했을까?

닐슨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2~4월 대비 2020년 2~4월 기기별 평균 방송영상 이용시간은 TV가 10.3%, PC가 15.7%, 모바일이 11.5%(안드로이드 기준) 늘었다. TV에 기반한 2020년 총 가구 시청률(34.10%)과 총 개인 시청률(15.15%)도 2019년 대비 2.08%, 1.25%씩 늘었다. 지난 10년간 보합 혹은 감소세를 보였던 시청률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그에 따른 방역조치로 인해 학생들의 개학이 연기되고, 많은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시행되었으며, 야외활동은 극히 제한되었다. 재난방송으로서의 역할도 강화됐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고, 늘어난 재택시간은 TV 시청 증가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다른 그 어떤 영역보다 코로나19로 이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OTT였다. 유튜브(YouTube), 넷플릭스, 그리고 그보다 늦게 한국시장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Disney+) 등 글로벌 OTT의 성장은 방송시장 경쟁을 격화시켰다. 웨이브(Wavve), 티빙(Tving), 왓차(Watcha)로 정리되던 국내 OTT 시장에 네이버TV, 카카오TV, 쿠팡플레이 등까지 가세하면서 경쟁 격화는 더욱 거세졌다.

해외 OTT (PG) (이미지=연합뉴스)
해외 OTT (PG) (이미지=연합뉴스)

그런 상황에서 2020년 OTT 이용률은 66.3%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2.0%)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고연령대의 약진도 돋보인다. 20대의 경우 이용률이 90%를 넘었지만, 이용률이 낮았던 50대가 63.1%로 급성장한 데다 60대의 이용률도 38.3%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연령별 이용률 변화추이를 보면, 젊은 연령층은 물론이고 고연령층의 증가율이 높아, 저연령층에서 촉발된 OTT 이용이 고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스마트기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령층에 무관하게 코로나19 이후로도 OTT 이용률의 지속증가가 예상된다.

코로나19가 방송영상에 미친 영향은, ‘전반적인 침체 속 선전’과 ‘비대면화’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속에서 이후의 영향까지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면, ‘불확실성’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이후 방송영상 산업의 양적 성장을 거뒀음에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세부 양상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음을 앞에서 확인했다. 코로나19 상황도 일변도로 가고 있지 않다. 확진자가 줄어드는 듯하더니 확산이 거세게 지나가고, 또 조금씩 증가세가 줄어드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시점에서 이후 방송영상의 상황을 더듬는 일은 성급할 듯하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전 지구적 불경기가 심화되는 속에서 사람들의 전반적인 가처분소득도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방송영상 산업과 이용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뉴 노멀이 과거의 노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재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방송영상의 변화는 지속될 것이며, 어쩌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꾸준히 코로나19와 방송영상 간 관계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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