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를 꼽으라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아닐까 싶다. 언론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우영우>에 대한 담론이 그야말로 쏟아진다. 일상에서도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우영우>를 보지 않고 사람들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ENA 수목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수목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에 대한 수많은 말과 글이 향하는 지점은 수렴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지점을 하나 꼽자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다. 해당 담론들은 장애(자폐 스펙트럼)가 있는 주인공을 일상공간에 위치시키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장애를 보여준다는 데 주목한다. 주인공이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도 자주 거론된다.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통해 <우영우>가 뻔한 장애극복 성공 스토리와 결별한다는 것이다.

부쩍 늘어난 법정 드라마의 연장선상에서 <우영우>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다. 사건 자체보다 캐릭터에 집중한다는 점, 사건의 해결이 성공과 실패로만 나뉘지는 않는다는 점, 대형 로펌 내외 구성원들의 어두운 정치 대신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등을 이야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조인들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속 어떤 부분이 현실적이고 어떤 부분이 비현실적인지를 가려내기도 한다. 가령 법리를 일반인도 알기 쉽게 구성하면서 정교성까지 가져갔다는 데에는 칭찬 일색이지만, 대형 로펌 새내기 변호사가 공익사건을 맡거나 송무팀 직원이 변호사와 붙어 다니는 일은 실제 있기 어렵다는 식이다.

장애를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담론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한글 제목에는 ‘이상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영어 제목은 ‘Extraordinary Attorney Woo(비범한 변호사 우영우)’다.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드라마는 한글과 영어 제목의 간극, 즉 다르지만 비범한 주인공(고기능 자폐인)을 내세운다.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면모를 지닌 장애인을 등장시킴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에 자극을 주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실제 자폐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영우와 같은 입장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폐가 지능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천재로서의 면모를 강조함으로써 자폐에 대한 오해나 환상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는 이유다. 반향어, 숫자 세기 등 강박행동 같은 일부 증상이 자폐의 대표 증상처럼 다뤄지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ENA 수목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수목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의 매력을 요즘말로 ‘추앙’하는 논의들도 뒤따른다. 그가 출연을 고사하고 다른 드라마를 택했음에도 제작진이 1년을 기다려 출연시켰으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등장한다.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도 단골소재다. 그가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우영우를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로 빚어냈는지, 발음은 얼마나 또렷하고 또 연기는 얼마나 자연스럽고도 섬세한지 등을 드러내고, 박은빈 아니면 우영우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장애인이 장애인 배역을 맡을 정도로 리얼리티가 중요해지는 요즘 상황에서, 비장애인 배우의 장애인 연기가 갖는 의의와 한계에 대한 토론도 이뤄진다.

로펌 한바다의 변호사들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우영우가 변호사 일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은, 우영우의 능력을 (한 회 만에) 빠르게 인정하고 자신의 편견을 수정한다. 로스쿨 동기이자 같은 로펌 변호사인 최수연(하윤경 분)은 늘 우영우가 1등을 하고 본인은 뒤처지는 상황에 짜증이 나지만, 때론 티나게 또 때론 티나지 않게 우영우를 돕는다. 같은 로펌 변호사 권민우(주종혁 분)에게 우영우는 다른 신입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쟁대상이다. 이들이 장애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여러 태도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대체로 우영우의 비범함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착한 엘리트 사회라는 판타지 속 일원에 머무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이나 흔히 발견하기 어려운 존재들을 등장시킨다는 논의도 특기할 만하다.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전배수 분)는 미혼부고, 우광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양대 로펌 대표 한선영(백지원 분)과 태수미(진경 분) 모두가 여성이다. 2화에서는 성소수자(여여커플) 이야기가 다뤄지기도 했다. 3화에서는 또 다른 자폐인이 등장했다.

ENA 수목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수목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어떤 논의들은 산업적 성취에 주목한다. 0.9%로 시작한 시청률이 5~6회 와서는 9%대에 진입(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했고, 평균 시청률 1%가 채 안 되는 신생채널 ENA의 이미지 제고에 <우영우가>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주가가 폭등 중인데다, 넷플릭스(Netflix) 비영어권 TV시리즈 1위를 차지하며 미국에서 리메이크 제안까지 받았다는 등의 내용들이 언급된다. 하지만 아직 절반도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더 많은 기록들을 덧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영우>로 통하는 여러 문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의 장애, 법, 삶을 담으면서, 그것들을 재현하고 연기하는 방식, 소수자의 위상, 현실과 판타지의 간극,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유통환경까지를 한 번에 열어젖히며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그런 점에서 <우영우>는 풀어가야 할 단서들로 가득 찬 복잡하거나 뚱뚱한 텍스트라기보다, 여러 층으로 이뤄진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를 열어놓고, 그 안에 들어와 자율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도록 만든다. 긍정적인 평가와 응원이 대부분이지만, 담론의 방향이 일방적이지 않고 아쉬움과 우려가 함께하는 것도 그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층적 텍스트로서 <우영우>는 다양한 이슈를 제기하고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우영우> 같은 텍스트가 진공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많은 법정 드라마가 있어왔음은 물론이고, KBS <굿닥터(2013년)>, JTBC <라이프(2018년)>, SBS <스토브리그(2019년)> 등을 통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장애인 캐릭터들의 모습 역시 지속적으로 제시돼왔다. 하지만 그 현재가 꽤 나쁘지 않음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면, 아쉬운 만큼을 활발한 사고와 논의를 통해 채움으로써 다음에 더 나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더 많은 <우영우>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텍스트(text): 의미 있는 것으로 읽혀지는 모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실을 잣고 짠다는 뜻을 지니는데, 그것을 문화로 가져오면 의미로 짜여진 현상이 되는 셈이다. 이 글에서는 의미 있는 것으로 읽혀지면서 일관적 체계와 완결성을 갖는 문화적 품목을 텍스트로 지칭하였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게임,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 장르, 그리고 특정 장르의 작품, 그것이 제공되는 플랫폼이나 채널들 모두가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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