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토론 이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도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 TV토론 이후 실시된 5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모두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모바일 웹 조사방식’을 병행해 누가 TV토론을 잘했느냐는 질문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압도하는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를 신뢰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박근혜가 앞서는 추세라고 하는데...

▲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이른바 '투표 확실층'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 TV토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모두 문 후보에게 이겼다. 오마이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박 후보는 50.6%를 얻어 초강세를 보였다. 박 후보가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50%를 넘긴 것은 지난 9월 이후 두 번째로 문 후보는 43.4%를 얻어 오차범위(±2.5%p) 밖으로 밀렸다.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것은 ‘새누리당 재집권’을 원하다는 응답이 47.4%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44.9%)를 처음으로 앞질렀단 점이다. 이는 투표일이 다가오며 보수층의 집결 양상이 뚜렷하단 점을 보여준다.

보수층 결집은 동아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6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국 유권자 대상 단순 지지도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43.5%, 문 후보가 40.2%로 오차 범위 안 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투표확실층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47.8%, 문 후보가 39.2%로 박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문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후보의 강세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M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45.1%의 지지율을 기록, 40.7%에 그친 문 후보를 앞섰다.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5% 남짓의 격차가 현존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 후보 중 누가 가장 토론을 잘했느냐는 질문에는 박근혜 34.3%, 이정희 23.4%, 문재인 21.5%의 순이었다. 이러한 응답은 ‘TV토론을 통해 역전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던 민주당의 계획에 차질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 서울신문은 다른 언론들과는 사뭇 다른 TV토론 평가 민심을 전했다. '모바일 웹' 방식이 결합된 서울신문의 조사 결과는 기존의 여론조사 표본에 '편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토론은 문재인이 잘했는데, 수혜는 박근혜가?

하지만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신문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TV토론 시청 후 후보 이미지 변화를 조사한 결과 박근혜 후보는 ‘더 좋아졌다’가 24.9%, ‘나빠졌다’가 40.3%였다. 반면, 문 후보는 ‘더 좋아졌다’가 29.3%, ‘나빠졌다’는 18.5%에 불과했다. 특히, 양자대결 구도에서 ‘TV토론을 누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는 문재인 50.6%, 박근혜 32.1%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압도했다. 한 마디로 박 후보가 토론을 잘 못했다는 지적이다.

TV토론 이후 보수층 결집을 ‘상수’로 삼고, 그 결과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식의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서울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내용과 배치된다. 이런 서울신문의 조사 결과는 2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다른 여론조사의 표본이 보수 친화적인 구성을 갖고 있어 박 후보에게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후보가 이정희 후보에게 맹공을 당하며 TV토론을 원만히 치러내지 못한 상황에서도 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박 후보에 대한 보호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이를 ‘보수층 결집’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건 뒤집어 말하면 표본층이 그만큼 박 후보에게 우호적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는 기존의 여론조사 표본이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대폭적으로 바꿀 만큼 유동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분석은 다른 여론조사들이 ‘유무선 혼합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반해 ‘모바일 웹 조사 방식’을 함께 사용한 서울신문 조사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현재의 여론조사 방식은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유선 전화 여론조사’가 도마에 오른 후 휴대폰 조사 방식을 병행하는 것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한적인 표본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그나마 10% 안팎의 매우 저조한 응답률에서 수렴된 결과들이다.

보수 우호적 표본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면...

결국, TV토론 시청 이후의 여론을 조사하더라도 토론 결과의 객관적 반영보다는 이미 선호 후보를 갖고 있는 표본들 가운데 누가 더 응답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사실상 양 강 구도의 선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 그와 대비적으로 문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게 타당하지만 데, 그와 같은 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결국, ‘추세’와 ‘경향’에 있어 박 후보가 꾸준히 앞서가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운 선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마땅한 상황이다. 박 후보의 우세를 전하고 있는 여론조사의 경우에도 ‘아직은 오차범위 안’이라는 단서를 강조하는 것은 박 후보가 앞서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판세’라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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