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사이버폭력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행정규제를 주문했다. 피해 신고절차 마련, 조치의무 부과, 투명성 보고서 제출 등 플랫폼 사업자가 지켜야 할 책임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5일 발표한 <사이버폭력 규제를 위한 입법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현행법으로 사이버폭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형사규제가 아닌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행정규제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진응 조사관은 “사이버폭력정보의 유통으로부터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플랫폼은 주로 공적 기관의 시정요구나 명령을 이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하여 플랫폼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진응 조사관은 규제기관의 개입 권한은 유지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피해구제를 위한 신고 절차 마련 및 적절한 조치 의무 부과 ▲투명성 보고서 제출 ▲해외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법 이행을 위한 대리인 제도 활용 등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조사관은 “규제 대상은 국내 이용자 수가 많고, 피해구제 시스템 구축이 용이한 플랫폼사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최진응 조사관은 “기존 공적기관 중심의 인터넷 콘텐츠 규제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며 “국내 불법·유해 인터넷콘텐츠 규제체계는 민간이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공적 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사이버폭력 외 전반적인 콘텐츠 규제도 이제는 공적 기관 중심의 규제체계에서 벗어나 민간차원의 자율규제를 제도화하고, 공적 기관은 사후 관리·감독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진응 조사관은 사이버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조사관은 “(사이버폭력 가해자가) 교묘한 형태로 위법적 구성요건을 피할 경우 처벌이 어렵다”며 “온라인상 집단적 악성메시지도 개별 메시지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거나, 단발적 송신에 그친 경우 처벌이 어렵다. 신종 사이버폭력 처벌에도 법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응 조사관은 “사이버폭력의 정의가 모호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구성요건으로서 피해의 심각성을 명시하는 등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일부 주와 호주는 사이버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를 내렸다. 미국 아칸소주는 사이버폭력의 개념을 “인터넷·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통해 타인을 놀래키기·강압하기·위협하기·두렵게하기·학대하기·괴롭히기 목적으로 심각하거나, 반복적이거나, 적의있는 행위를 조성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호주는 사이버폭력의 개념을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이 판단했을 때 아동에게 영향을 줄 의도를 갖고 아동에게 심각한 위협·겁박·괴롭힘·굴욕감을 줄 수 있는 정보”로 규정했다. 호주 플랫폼 사업자는 사이버폭력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또한 주무부처 장관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이버폭력 정보 유통 최소화, 이용자 신고 절차 마련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4월 발표한 ‘2021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과 청소년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각각 15.7%, 29.2%에 달했다. 또한 성별·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적 표현을 하는 ‘디지털 혐오’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20.8%, 성인의 12.0%가 인터넷 공간에서 ‘디지털 혐오 표현’ 현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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