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마사회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이하 PCSI 조사)를 조작했다고 신고한 공익제보자가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패행위 신고를 법에서 규정한 방법대로 하지 않고 언론 제보를 먼저 했다는 이유에서다. 

4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마사회 조작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뒤 직위해제 등 불이익조치를 받은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로부터 신분보장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사회가 권익위 신분보장조치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건은 권익위가 항소해 2심 재판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고등법원 담당 재판부에 김 씨를 공익제보자 보호 측면에서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2020년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씨 제보로 지난 2019년 4월 일요신문은 <고객만족도 조사 ‘4년 연속 S등급’ 한국마사회 뒷말 무성 내막>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마사회가 무작위로 표본을 선정해야 하는 PCSI 조사를 '우호 고객'을 조사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실시했다는 의혹이다.

김 씨는 2019년 5월경 같은 내용을 마사회 감사실에 신고했다. 그러나 마사회 감사실은 오히려 김 씨의 언론 제보를 문제삼아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며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마사회는 징계 의결을 유보했지만 '징계 의결 중인 사람은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인사규정을 근거로 김 씨 직위를 해제했다. 또 마사회는 김 씨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사문서 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대기발령 상태로 징계결정을 기다려야 했던 김 씨는 2020년 2월 감사원과 권익위에 부패행위 신고를 접수하면서 신분보장조치를 함께 신청했다. 애초 김 씨의 최초 제보가 언론을 통해 이뤄졌다며 법적 보호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던 권익위는 마사회 감사실에도 신고가 이뤄진 사실을 근거로 신분보장조치를 결정했다. 

2021년 3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 김 씨가 제기한 의혹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마사회는 2016~2018년 PCSI 조사를 앞두고 직원 가족과 우호 고객을 조사 표본에 들어가도록 하는 대응지침을 32개 지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마사회가 김 씨에 내린 인사조치도 부당하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마사회는 권익위의 신분보장조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감사실에서 PCSI 조작을 진술한 행위가 문서에 의하지 않았다 ▲자발적 진술이 아닌 내부감사 과정에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등의 사유를 들어 마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8조(신고의 방법)는 '신고를 하려는 자는 본인의 인적사항과 신고취지 및 이유를 기재한 기명의 문서로써 하여야 하며, 신고대상과 부패행위의 증거 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씨의 행위는 이에 위배돼 공익신고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1심 판결 취지다. 언론 제보 이후 감사실 조사가 이뤄져 부패행위에 대한 질의응답에 응하는 것은 공익신고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요신문 2019년 4월 27일  갈무리
 일요신문 2019년 4월 27일 갈무리

참여연대는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신고방법을 규정한 것은 신고제도를 악용한 익명의 허위 부패 신고를 방지하고, 신고에 따른 적정조사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지 신고방법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1심 판결을 비판했다. 

지난 2019년 서울행정법원은 부패방지권익위법 58조 관련 판결에서 '최초 신고 당시 신고방법 규정을 충족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고 자체가 신고제도를 악용한 것이 해당하지 않고 신고 이후 절차에서 하자가 적정히 보완되었다면 이를 이유로 신고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 2020년 서울행정법원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보호조치 결정과 관련해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의 목적에 비춰볼 때 보호조치 요건을 지나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비록 공익제보자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명시된 방식으로 신고접수를 하지 않았더라도 언론 제보 이후 감사실 조사를 통해 인적사항, 신고취지와 이유, 신고대상, 부패행위 증거의 위치 등이 충분히 전달됐다"며 "권익위가 마사회 부패행위를 신고한 제보자를 부패행위 신고자로 보호하기로 결정한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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