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여야 모두 ‘청년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현안이다. 이 갈등의 궁극적 결말은 절망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희망을 말하기 쉽지 않다. 이 상황 자체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이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전당대회를 둘러싼 세대 대결 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97그룹’이 ‘86세대’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세대교체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할 자격(?)을 갖춘 당권주자가 출현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차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입당 시기가 늦어 당권이 없다는 것이다.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텐데도 대표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배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지현 전 위원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사례를 들어 당무위가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해법이 되기 어렵다. 김동연 지사는 어찌됐든 별도 세력을 꾸려 더불어민주당과 정치협상을 통해 통합한 사례이다. 지도부가 출마 자격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통합한 정당의 상대나 외부 영입인사를 배려하는 차원에 한해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대선 때 영입됐고 이미 공동비대위원장직까지 거친 특정 당내인사에게 주어질 수 있는 혜택으로 보기 어렵다.

이건 대선 때 입당한 당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당권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풀었어야 할 문제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이미 ‘버스가 지나갔다’고 볼 수 있는 상태다. 지도부가 특별히 청년세대에 대한 정치 문호 개방을 명분으로 박지현 전 위원장뿐 아닌 일정 연령 이하의 출마자에 대해 당권 규정을 완화하는 방식도 모색할 수 있겠지만, 최고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라면 모를까 당 대표 후보자에 적용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미 ‘세대교체론’이 특정 당권주자에 대한 유불리의 수사로 활용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결론은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는 건 이 쟁점을 세련된 방식으로 정리하는 문제다. 박지현 전 위원장에 “아쉽지만 당 운영의 원칙으로 볼 때 이번에는 어렵고 다음에 역할 기대한다”고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꼭 이런 대목에서 최악의 대응을 한다. 별로 잘한 일도 없는 ‘친명’ 국회의원 등등이 나와 모욕주기식으로 대응하는 게 그렇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재명에 반기를 들면 밟히는구나’, ‘젊은 사람에게 필요할 땐 손 벌리더니 금방 팽하는구나’ 하지 않겠는가?

억울한 오해일까? 오해일 순 있어도 억울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부 당내 인사들이 박지현 전 위원장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것의 본질은 팬덤의 여론에 기댄 정파적 이해득실 계산에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란 거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더 폭 넓고 전방위적인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이 정도의 논란은 국민의힘 사람들의 좌충우돌에 비하자면 신사적인 것으로 느껴질 정도이니 참 심각한 일이다. 7일 국민의힘 윤리위를 앞두고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그야말로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느낌이다. 이준석 대표의 대응은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이준석 대표는 윤리위의 최근 행보와 성상납 의혹 제기의 배후에 사실상’ 윤핵관’이 있다면서 윤리위 결정에 불복할 수 있음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법적대응까지도 불사할 기류라고 한다. 이 경우 윤석열 정권에 부담이 되는 건 이준석 대표의 거취가 아니라 불복 그 자체이다. 2030세대의 지지를 잃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준석 대표는 당내의 ‘친윤 세력’을 향해 ‘광인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윤심’을 향해서는 계속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영접을 위해 직접 공항에 나간 게 그렇다. 최근에는 지지율 하락 문제에 대해 자신에게 역할을 주면 20일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은 ‘윤핵관’들이 말하듯 정권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니고, 오히려 쓰임새가 있다는 항변이다.

여기서 20일 내 지지율 회복 프로그램이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준석 대표는 2030이 관심있는 의제를 끌어 오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편가르기식 정치로 일관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 재개에 비난조의 언급을 다시 내놓은 바 있는데, 소수자 혐오 정서에 편승하는 정치로 위기를 돌파해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러한 정치가 보수를 개혁하는 게 아니고 단지 급진화하는 것에 그칠 뿐이라는 점이다. 청년 정치라는 대안적 리더십이라기보다는 청년이 주도하는 극우적 포퓰리즘으로의 전락인 셈이다.

이준석 대표가 위기를 겪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것도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 원인은 독단적인 리더십과 인사 문제가 꼽히고 있는데, 자격이 없는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려고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결국 인사 철학에 부족한 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목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쓴 사람만 계속 쓰는 게 문제라는 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검찰 위주 인사나 김건희 여사의 행보에 대한 논란도 이 범주에 다 포함된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에 해당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윤핵관’과 대립하면서 “대통령 눈치만 보는 정치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내가 더 대통령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게 지금 보수정치에 필요한 개혁일까? 더군다나 이게 ‘성상납 의혹’에 대한 정치적 답변(?)인 셈인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여간 이쪽이나 저쪽이나 여러모로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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