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번 발행된 글 <김가람 이후'의 르세라핌이 가야 할 방향> 내용대로 김가람은 하이브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로서 학교 폭력 폭로가 터진 후 잠정적으로 그룹 활동에서 제외된 상태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김가람의 근황을 알리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외국 팬들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친필 사인 사진을 올리며 김가람이 하이브 사옥에 출근해 연습하는 중이며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한다. 한편 이달 일본에서는 잡지 논노와 CDTV 방송에 르세라핌 멤버 여섯 명이 모두 출연했다.

저 근황이 꼭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잡지와 방송은 5인 체제로 전환되기 전에 찍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몇몇 기사를 통해 하이브 측이 김가람 탈퇴나 멤버 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한국 여론과 언론 시선이 닿지 않는 일본 현지 활동을 틈타 복귀를 강행하는 건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해도 하이브가 김가람을 복귀시킨다고 확단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상 당초 고지된 대로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결정이 회사에 대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걸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연합뉴스]
걸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연합뉴스]

이런 종류의 문제를 판단하는 데 몇 가지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학교 폭력은 도덕적 이슈고 사회적 성격이 있어서 명분이 중요하고 여론의 압력이 강하다. 한편 엔터 산업의 목적은 결국 수익이다. 어떤 선택이 회사에 이득이 될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이 점들을 따졌을 때 김가람 복귀가 플러스가 되는 부분은 없다. 학폭위에서 가해자로 결론이 난 사안인데, 어떤 종류의 뒷수습을 통해 복귀를 꾀하는 건 5인 체제로 활동한 후 불식되고 있는 논란에 구태여 다시 불을 지피는 것이고 새로운 물의를 빚는 일이다. 하이브는 현재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논란으로 여론이 좋지가 않고 주가 하락을 얻어맞았다. 여론 관리, 주가 관리가 중요한 시점인데, 아직은 회사 매출에서 비중이 적은 신인 걸그룹 멤버 하나 때문에 무리를 해서 악재를 자초할 실익이 없다.

현재 5인 체제 르세라핌은 자리를 잡고 원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데뷔 이후 한 달 남짓 동안 이 그룹을 괴롭힌 건 악플 세례였다. 극도로 과포화된 걸그룹 시장에서 안티 팬, 타 그룹 팬들이 화제성 높은 대형기획사 신인 그룹을 견제한 성격이 있어 보이지만, 5인 체제로 전환된 후에 많은 악플이 해소됐다. 즉, 다른 이유가 아닌 '학폭' 때문에 부정적으로 반응한 여론이 상당수 존재했단 뜻이고 원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들의 태도가 중립적으로, 나아가 호의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다.

현재 5인 체제에서 큰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는다. 멤버 수가 홀수라서 대형에 안정감이 생겼다. 동선이 겹치지 않고 멤버 하나하나 더 눈에 잘 들어오는 동시에 팀으로서 조화도 잘 이루어진다. 각 멤버가 맡고 있는 역할에 누수가 생기지 않았고, 전체적인 팬덤 수도 줄어들지 않았다.

르세라핌 김가람 [쏘스뮤직 제공=연합뉴스]
르세라핌 김가람 [쏘스뮤직 제공=연합뉴스]

우려스러운 건 팬덤 내부에서부터 김가람 복귀에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는 점이다. 회사가 복귀를 강행한다면 설령 팬덤이 현실적으로 저지할 힘이 없다고 하더라도 불만을 품는 이들이 생긴다. 특정 멤버를 두고 팬덤 내부에서 논란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이건 장기적으로 그룹 운영을 갉아먹는 암초가 된다. 외부의 비난과 내부의 동요에 처하는 이중의 위기를 부를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팬덤이 결속된 채 그룹을 서포트하긴 힘들다. 요즘처럼 아이돌 산업이 곧 팬덤 산업이 된 시대에 그룹 세일즈에 타격이 올 수도 있다.

김가람 복귀와 5인 체제 유지를 비교한다면 전자는 실익이 없고 리스크만 있다. 대외적 명분과 회사 이미지, 위기관리, 그룹 운영, 팬덤 관리, 경제적 이해득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무엇이 실행하기 쉽고 어렵냐를 따져도 전자는 역풍과 싸워야 하지만, 후자는 순리에 부합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르세라핌은 막 데뷔한 신인 그룹이라 멤버 교체가 힘든 상황이 아니고 그룹을 리빌딩하겠다면 지금이 적기다. 5인 체제가 아니라 멤버 교체를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고 해도, 그것이 또 하나의 뉴스가 되어서 화제성이 되고 그룹에 다시 한번 신선함을 불어넣으며 반등점을 줄 수도 있다. 학교 폭력 폭로를 겪은 후 멤버를 재편해 이전보다 더 잘 풀리고 있는 참고할만한 케이스도 있다. 김가람 입장에서도 복귀를 한다면 다시금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화살 과녁이 되는 셈인데 심지어 해당 멤버 케어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심스럽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이브 입장에서 김가람을 복귀시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지 더듬어 보면 한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논란을 이겨내고 처음 구성대로 활동을 관철하며 그룹을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정면 돌파를 통해 하이브의 판단과 입장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건 형식적인 모양새고 실익이 불분명한 추상적 이유다. 말했듯이, 그 뒤엔 많은 구체적 리스크가 따라붙는다. 그룹 운영의 정당성이나 회사의 도덕성은 실제로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 따라오는 것이지 스스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 없어서 계획을 바꾸지 않는 건 아집에 불과하다. 그럴수록 외부 여론과 점점 더 소통하기 힘들어질 것이고, 점점 더 외부의 시선으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리는 관성에 끌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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