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섭 EBS 신임 사장이 노조의 출근저지에 가로막혀 이틀 연속으로 출근에 실패했다.

신용섭 사장은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등을 거친 통신관료로서, EBS 사장 1차 공모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었으나 갑자기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곧바로 EBS 사장에 지원했다.

EBS 사장 임명권한을 가진 방통위는 사장 면접 대상 후보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고, 면접 일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함구했으며 EBS노조의 '사원 대표의 면접 참관 허용' 요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채 지난달 27일 전체회의에서 신용섭씨를 EBS 사장으로 선임해 '밀실 선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류성우)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오늘(3일)도 '낙하산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진행했다. ⓒ김도연

신용섭 사장을 '방송통신위원회 낙하산'으로 규정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아래 EBS노조, 지부장 류성우)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오늘(3일)도 '낙하산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진행했다.

신용섭 EBS신임 사장 3일 오전 8시 50분경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EBS본사 앞에 도착했으나, 노조의 출근 저지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다. 30일에 이은 두 번째 '출근 실패'다.

그러나, 언론노조 EBS지부 투쟁의 방점은 '낙하산 전면 거부'가 아닌 'EBS 사장으로서의 역량 검증'에 찍혀있기 때문에 조만간 EBS노사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3일 오전 8시50분경, EBS본사 앞에 도착한 신용섭 사장(오른쪽)이 류성우 지부장이 건넨 노조 요구안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 ⓒ김도연

류성우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신용섭 사장에게 "그동안의 모든 과정 속에서 우리의 요구 사항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이에 대해 연락 주신다면 외부 모처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며 "우리가 (신용섭 신임 사장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거나 불인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검토해주시면 우리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작 자율성 관련한 요구"라고 밝혔다.

현재 EBS 지부가 요구하는 것은 △편성·제작·뉴스 책임자에 대한 임명 동의제·중간 평가제 도입 △2012년 임·단협 쟁점사항에 대한 적극 수용 △EBS의 취약한 재정 구조 개선 방안 제시 △통합 청사 건립에 따른 재정 압박 타개 방안 제시 △EBS 콘텐츠 글로벌화 사업의 지속적 추진 △기타 지원 및 면접 과정에서 제시했던 기관 운영 방침 마련 등이다.

이에 대해 신용섭 신임 사장은 "이 요구사항은 검토하고, 그걸 바탕을 대화를 하자는 건가. 아니면 요구사항만 가지고 대화하자는 건가"라고 물었다.

류성우 지부장은 "우리 노조는 사장님의 입장을 듣고 싶다. 제작자율성과 그리고 임단협도 교착 상태, 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도 밝혀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신용섭 신임 사장은 이에 "그래요, 검토해볼게. 추운데 고생들 하네"라며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신 사장과 류 지부장 대화에 끼어든 이명구 EBS부사장은 "지금은 12월이고 엄청나게 바쁜 시기다. 빨리 들어가서 EBS를 안정화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이렇게 막고만 있으면 안 된다"며 "사장 취임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벌써 며칠이 지났나. 내년도 계획 세우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 지부장은 "부사장님의 충정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EBS를 위해 공식적으로 우리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노사의 입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할 것이며 저는 당사자와 이야기하겠다"라고 응대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구 부사장은 "그러면 우리끼리 일단 논의를 하고, (노조가) 없는 사이에 살짝 들어올게"라고 말해, EBS지부 조합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 EBS지부의 출근저지 투쟁 과정에서, 이명구 부사장(오른쪽)은 "(노조가) 없는 사이에 살짝 들어올게"라고 말해, EBS지부 조합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도연

한편, 신용섭 사장은 '일각에서 낙하산이라는 비판의 여론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디어스>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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