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신탄진 앞 시장에서 상인과 얘기하는 등 충청권 민심 잡기에 노력하는 문재인 후보의 모습 ⓒ뉴스1

1편 : 문재인, 부산에서 '꿈의 4할 타율' 넘기나

시사in에서 시사만화를 그리는 굽시니스트는 몇 회에 걸쳐 ‘충청에서 승리하는 자가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며 충청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대전 출신이라는 걸 모두가 아는 그의 진단은 본인의 출신지역에 대한 주목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애교’라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정치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판단은 한국 정치는 겉으로는 이념이나 세대갈등으로 ‘포장’될지라도 여전히 그 작동하는 본질은 ‘지역’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 균열구조, 지역이냐 세대냐

그리고 아직도 정치적 선택의 핵심적인 균열구조가 지역이라면 충청권이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는 예측을 피하기 어렵다. 당락을 결정짓는 수준의 ‘캐스팅보트’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야권의 입장에선 충청도를 확보해야 승리의 전망이 생긴다 말할 수 있다. 18대 대선의 재외국민을 제외한 5천 87만 유권자의 지역별 비율을 살펴보면 수도권이 49.3%, PK라 불리는 부산/울산/경남이 15.8%, TK라 불리는 대구/경북이 10.3%, 호남으로 묶을 수 있는 광주/전남/전북이 10.2%, 충청으로 묶을 수 있는 대전/충남/충북/세종이 10.2%, 강원도가 3.1%, 제주도가 1.1% 등이다.

▲ 지난 9월 시사in 293호에 실린 굽시니스트의 시사만화 중 일부 내용

이에 대해선 서로의 지역기반인 영남과 호남의 인구수 차이가 꽤나 나는 상황에서, 호남인구와 엇비슷한 충청권까지는 지역적으로 엮어야 간신히 승리한다고 ‘방어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혹은 현재 인구와는 다르게 ‘원적지’로 계산해서, 예전의 호남인구는 많았지만 현재 상당수가 수도권에 올라가 있다는 가정 하에 ‘영호남 출신’은 엇비슷하기 때문에 수도권의 호남출신들의 투표로 수도권에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며 거기에다 충청권까지 묶으면 대체로 승리할 수 있다고 ‘공세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핵심적인 균열구조가 지역이란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 지역사회 역시 서서히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번 PK편에서 다뤘듯이 현 시점에서 그것은 세대분열의 문제일 것이다. 앞서와 같은 기준으로 유권자의 연령별 비율을 따지면 20대가 18.2%, 30대는 20.4%, 40대가 21.9%, 50대는 18.9%, 그리고 60대 이상 은 20.7%가 된다. 이는 1970년생 언저리로 출산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내려가는 인구구조를 보여주지만 아직까지는 세대 간 균형이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야권의 전략은 20~40세대를 묶고 50대를 공략한다는 것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30~40세대와는 정치경제적/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20대와 50대에 대한 공략법을 세우는 것일 게다.

설령 세대가 전 지역을 관통하는 동일한 이슈에 반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역 내에서의 여야표심의 균열의 기준이기만 하다고 해도 얘기는 상당히 복잡해진다. 가령 현재 새누리당 측은 충청에서 그들이 8%에서 20% 정도의 차이를 벌리며 전국 지지율 이상으로 앞서나간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전국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여권 입장에서는 ‘지역’의 측면에서 ‘충청은 제압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야권 입장에서는 이 지역에서도 20~40대에선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정서적 지역주의냐 실리적 지역주의냐

이러한 상황의 차이를 잘 설명하는 것은 PK편에서 나온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지역주의가 같은 동네 사람을 밀어주는 과거의 정서적 지역주의에서 우리 지역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거는 이들을 지지하는 실리적 지역주의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PK와 충청은 굉장히 유사한 조건에 있다. 이 지역들은 동남권 신공항 취소와 세종시 갈등 등으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TK 중심 지역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을 품고 있다. 또 한편으로 이 지역들은 정치적 성향으로 본다면 보수에 가깝지만 지역 안배의 측면에선 참여정부 시기 배려를 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20~40대, 그리고 50대의 일부에서까지 정서적 지역주의가 아닌 실리적 지역주의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야권의 선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의 야권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30%대에서 40%대로, 서로 엇비슷한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야권의 입장에서 볼 때 PK의 지지율은 상대방의 방어를 뚫어야 하는 ‘공성전’이라면, 충청의 지지율은 공을 들인 땅에서 상대방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수성전’일 거라는 점이다. 만약 PK에서 40%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충청에서 40%대에 그치더라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 혹은 PK에서 30%대 초반의 성과를 거둔더라도 충청에서 과반을 달성한다면 승리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양 지역에서 모두 ‘대략 선전’한 30%대 정도로 마감된다면 얘기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PK와 충청의 유권자 비율을 합치면 26%로 수도권 인구의 절반이 조금 넘는다. 말하자면 이 지역들에서 야권이 여권에게 15%씩 뒤진다면 수도권 전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8% 이상씩은 여권에 앞서야 겨우 상쇄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충청의 상황은 여권의 입장으로는 정서적 지역주의의 확고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의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가 충북 옥천 출신이란 것이 그것이다. 한편으로 야권의 입장에서는 세종시 등 참여정부의 지역균형 정책의 대표적 수혜자로서의 충청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에서 ‘세종시 원안’의 수호자로 박근혜 후보를 널리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기도 해서, 과거의 정책을 통한 지역민심에 대한 접근에 한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계발 공역을 끝없이 내세울 수도 없는 것인데, 충청사람 입장에선 야권이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현실’이 아닌 ‘과거’일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총선의 교훈, 그리고 맞춤별 접근전략의 문제

지역균열과 세대균열, 그리고 정서적 지역주의와 실리적 지역주의가 교차하는 이 어지러운 상황의 합이 투표에서 어떤 결과를 보일는지에 대해선 가장 비근한 시기에 치러졌던 4월 총선의 결과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선거에서 야권은 수도권에선 크게 이겼고 PK에서도 제법 선전했으나 충청도나 강원도 등 기타 지역에 대한 전략의 부재 때문에 ‘패했다’. 이 부분을 강조하면 비관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선거는 지역구 의원수로 봤을 때는 크게 졌지만 정당투표 비율을 볼 경우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친 야권연대의 표가 과반이었다는 측면도 있다. 만일 한국의 선거제도가 ‘단순 다수대표제 소선거구제’가 아니라 ‘전원비례’였다면 야권연대가 과반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선은 단일 선거구이기 때문에 우리가 참조해야 할 분석은 오히려 후자라는 식의 낙관론을 말할 수도 있다.

미디어스의 윤다정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민주당이 지금 잡아야 할 구도는 ‘문재인이 과연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링크). 문제는 지역의 민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단순히 총론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지역별/연령별/계층별로 당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각론이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정당의 이념/정책 지향을 어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들의 이해관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각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력’일텐데, 현재 야권의 선거전략은 상대방을 ‘최악의 집단’으로,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을 ‘최악에게 부화뇌동한 나쁜 유권자’로 규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충청 캐스팅보트론’이 100% 현실에 부합하지는 않는 지나간 과거일지라도 충청 지역을 뚫어내지 못하는 야권의 처지를 성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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