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란 'MB 언론'의 반댓말이다"

언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YTN 해직기자 노종면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언론은 언론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MB 언론'은 언론이어야 하는 모습의 대척점에 있다"고 일갈했다.

28일 저녁, 서울 명동 해치홀에서는 <노종면의 돌파> 북 콘서트가 열렸다. 196석의 해치홀은 노종면을 보러 온 관객들과 시민들로 가득찼다. 서서 지켜보는 이들도 많았다. 유명 가수의 소극장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환호와 함성은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노종면, 그는 어떤 기자이길래 이리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노종면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노종면은 2008년 10월 MB특보 출신의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진행했다가 해직된 'MB정권 1호 해직기자'이다. 투쟁의 과정에서 구속까지 당하는 등 MB 정권 5년의 야만을 몸으로 겪어냈다. MB 정권 5년 동안 언론계는 탄압의 '엄동설한' 속에서 발가벗은 채로 살아야만 했다. 많은 기자들이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았다. MBC는 더 이상 공정 방송을 꿈꿀 수 없게 됐고, KBS는 또다시 낙하산이 등장했다. 이에 맞서는 투쟁들도 살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YTN은 달랐다. 노종면은 '가면 투쟁' '작전명 로고' '염불 투쟁' 등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보다 더 익살스럽게 만들었다. 눈길을 끄는 투쟁과 그들의 진심은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끌어낸 원동력이었다. 해직된 후에도 노종면은 1인 트위터 미디어 <용가리통뼈뉴스>, 인터넷방송 <뉴스타파> 등에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노종면은 스스로 시민들에게 다가갔고 '불법사찰' '천안함' 등 밝혀지지 못한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날의 북콘서트도 유쾌했다. 그가 만들었던 YTN 돌발영상과 공갈영상을 편집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관객들은 때로는 "노종면! 노종면!"을, 때로는 "공정 방송! 공정 방송!"을 외치며 환호했다. MB정권의 언론 탄압은 그를 더욱 강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책 가운데) 공정방송이라는 글자만 남은 방송 화면을 잘못 편집해서 74페이지 사진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솔직한 고백과 함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대로 된 사진이 실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저를 2쇄 작가로 만들어주십시오"

노종면이 '홍보'에 여념이 없을 때,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 고재열 <시사IN> 기자, 박대용 <춘천MBC> 기자, 미디어몽구, 김진혁 <EBS> PD. 노종면을 포함한 6명은 일명 '아지트'라 불린다. 약칭은 '아지트'지만 풀어쓰면 '아주 지랄 맞은 트위터리언'이다. 이들에게 노종면은 어떤 존재일까?

고재열 기자는 "YTN 투쟁할 때부터 이렇게 될 것이 염려돼 이기는 방법 대신 지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일렀는데, 결국 내 말을 안 듣더니 5년 동안 고생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기자는 "언론은 누에고치와 같다. 세상에 정보량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그것을 말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게 기자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노종면은 누에고치 짜는 것처럼 돌발영상을 만든다. 화면 쪼가리를 하나하나 맞춰가며 영상을 제작한다. 그를 지켜보면서 짠했던 것은 파업이 끝난 후 모든 무기를 다 잃은 상태에서, 화면 쪼가리를 맞추는 대신 트위터에서 뉴스 제목과 문장을 가지고 글자를 맞추고 있더라. 그가 용가리 통뼈 뉴스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 재능을 더 크게 써야 한다는 걸 절절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김진혁 피디는 "프로그램(지식채널e)을 잃긴 했지만 난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YTN 해직 기자들에게 부채 의식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노종면의 해직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잘 정리해서 갈등이 해소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니 내가 노종면의 동영상을 만들고 있더라"고 말했다. 김 피디는 "해직기자의 영상을 만드는 게 노종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해직기자의 영상을 만들게 되더라"며 "오랜 시간이 지나다보니 모든 게 익숙해져버렸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공지영 작가와 '아지트' 멤버들 ⓒ전국언론노동조합

'아지트' 멤버들은 MB정권 이후 후퇴한 대한민국 언론과 사라져버린 공정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박대용 기자는 "대한민국 기자들이 자기 양심에 반하는 기사와 보도를 내고 있다. 권력에 아부하는 뉴스를 만들고 주변에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갔다"며 "특히 MBC가 보도했던 '안철수 표절 의혹'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팩트도 아닌 것을 가지고 내지를 수 있을 만큼 뻔뻔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재현 기자는 "저는 사실 망가진 언론사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다른 언론사들이 엄청나게 망가진 것"이라며 "YTN 김수진 국제부 기자가 '단 하루라도 진짜 기자로 살고 싶다'고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삭제됐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 글의 제목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허 기자는 "나는 한번도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꼈던 것"이라며 "2월 22일날 YTN 보도를 가로챈 적이 있었다. 기획 입국설로 뜨거웠던 '신명씨' 보도 였는데, YTN 사회부 기자는 데스크에 올렸다가 퇴짜를 맞았고 그 기사를 내가 썼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YTN 기자에게 '기자님, 내 이름으로 나간 기사지만 사실은 당신 보도 입니다. 너무 미안합니다'라고 메세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현직 기자들과 해직 기자들의 만담, 공지영 작가의 '노트북 기부' 사연, 관객과 함께 하는 <뉴스타파> 오프닝 등 북콘서트 행사들은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이윽고 무대를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무대는 가수 노종면의 '열창'으로 꾸며졌다. 이날의 노종면은 팔색조의 매력을 뽐냈다. 관객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노종면은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에 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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