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 위원장 한영수)이 KBS 길환영 신임사장을 포함한 KBS 관계자 5명을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불러 일으킨 핵심 인사로서, '방송 5적'이라고 규정했다.

한연노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 사장 취임 결사 반대 집회'를 열고, "KBS 신임사장 길환영을 포함한 '방송 5적'은 이 모든 사태를 방관하고 조장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출연료 미지급 항의 의사 표시로 지난 12일 KBS를 상대로 '전면 출연거부'를 선언했다. KBS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 <국가가 부른다> <도망자> <프레지던트> <정글피쉬2>에 출연한 연기자들은 현재 약 13억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 전국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한영수)이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 사장 취임 결사 반대 집회'를 열었다. ⓒ김도연

이날 한연노가 밝힌 '방송 5적'은 길환영 KBS 신임사장, 조대현 현 KBS미디어 대표이사(2010년 당시 부사장), 이응진 현 KBS 창원방송 총국장(당시 드라마국장), 고영탁 현 KBS 드라마국장, 서수민 현 개그콘서트 PD이다.

한연노는 성명서를 통해 "<국가가 부른다>, <공주가 돌아왔다> 등 KBS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일어난 당시, 길환영은 콘텐츠본부장으로써 외주정책 전반을 책임졌다"면서 "그는 위장 외주제작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며 지금까지 KBS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 해결하기를 거부한 문제를 만들어낸 원흉이다. 우리는 길환영이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 추대돼 대한민국 방송 콘텐츠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연노는 "우리는 길환영을 책임자로 둔 KBS와는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치욕스런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할 만큼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길환영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연노는 "지난 2010년 9월 1일 출연료 미지급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불과 10분 앞두고 한연노와 KBS는 전격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며 "이 합의를 현장에서 총괄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조대현이었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조대현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며 KBS 미디어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그 약속을 철썩 같이 믿었던 우리는 출연을 하고도 출연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생계위협에 처했다"고 말했다.

한연노는 또 "방송을 함께 해 온 연기자들에게 출연료를 주지 못한 것을 뛰어넘어 공식적인 합의서에 날인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조대현은 현재까지 승승장구 하고 있다"며 "이런 자가 지탄받기는커녕 KBS 출신이라는 날개를 달고 떵떵거리며 일하는 것 자체가 이 땅의 절망"이라고 규탄했다.

한연노는 이응진 창원총국장, 고영탁 드라마국장 그리고 서수민 PD에 대해서도 "합의를 하던 그 순간까지 '해결한다'와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표현 사이에서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자"(이응진 총국장) "모든 미지급 사태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실무자이자 KBS의 드라마국장이란 이름으로 오랜 시간 연기자들을 짓밟아 온 자"(고영탁 국장) "개그맨의 고통 위에 군림하고 있는 군주"(서수민 PD)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영수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연기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방송 5적을 모시고 일을 하고 있다"면서 "KBS의 미래를 위해서나 방송연기자와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해서 방송 5적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로 알려진 정광태 조합원은 "우리가 싸우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렸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 많은 분들이 탤런트나 연예인들은 배고프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가 하는 싸움은 단순히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고, 연기자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님들과 많은 동료 분들이 끝까지 함께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 집회에 참여한 엄용수 한국방송코미디협회장 ⓒ김도연

기정수 한연노 탤런트 지부장은 "오늘(26일) 오전에 코미디지부 총회가 열렸다. 가장 연장자인 구봉서 선생께서 여태까지 진행된 상황을 다 듣고 흥분한 나머지 부들부들 떠시면서 말씀하셨다"며 "그 말씀 한마디에 우리는 용기를 갖고 힘을 얻었다. 우리 몸이 부서질 때까지 투쟁할 것을 이 자리에서 선포한다"고 밝혔다.

엄용수 한국방송코미디협회장은 "방송 역사 100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도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국가기관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걸 지켜보려고 하지 않는다. 언론 역시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잘나가는 몇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연예인에 대한 매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용수 협회장은 "코미디협회만 해도 700명이 넘는다. 하지만 방송은 100여명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며 "600명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천대, 학대, 배제를 받고 있는 방송 환경을 개선시켜야 하며, 4대 보험과 생계비 충족 요구를 사측은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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